-숙의의학 소설-
마음 실상을 표정으로 드러내는 사람이 있다. 마음 실상을 표정으로 감추는 사람이 있다. ㅅㅅ를 처음 보았을 때 뭐랄까, 결곡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호소하는 증상으로 판단컨대 그의 결곡한 인상은 아무래도 마음 실상을 은폐하기 위해 형성된 방어기전일 가능성이 컸다.
나이로 따지면 그는 확실히 중견 간부급 회사원이다. 이를테면 산전수전 다 겪은 사회생활 베테랑이랄 수도 있는 위치였다. 그런 그에게 문제는 단순하다 못해 사소하기까지 했다. 다른 사람들이 보는 데서 뭔가 손으로 움직여 하는 간단한 동작을 못 한다는 사실이었다. 과도하게 손이 떨리기 때문이었다. ㅂㅇ가 물었다.
“떨릴 때, 어떻게 대응하십니까?”
ㅅㅅ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당연히 억제하죠.”
ㅂㅇ가 다시 물었다.
“억제하면 잘 되시던가요?”
ㅅㅅ가 찰나적으로 화난 표정을 지었다 풀었다는 사실을 ㅂㅇ가 모를 수 없다. 잘 됐으면 왜 여기 왔겠느냐는 뜻이니 말이다. ㅂㅇ는 나지막이 말했다.
“일부러 더 크게 떨면 잘 됩니다.”
이번에는 정말 화가 난 듯했다. 손 떨림을 과잉 동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치료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ㅅㅅ는 매우 오랫동안 이름 석 자 대면 웬만한 사람 다 아는 유명한 정신과 의사한테 치료받았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ㅂㅇ가 이치를 설명했다.
“원하는 정상 상태는 손동작을 멈추는 일이 아닙니다. 유연하게 작동하는 일이죠. 그러니까 문제 되는 손 떨림이 두려움 때문에 억제되어 나타나는 경련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일이 관건입니다.”
ㅅㅅ는 끝내 수긍이 가지 않는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ㅂㅇ는 ㅅㅅ의 생각을 돌이키기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손 떨림 본질을 오해하는 일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근원적인 오해가 있습니다. 떨면 안 된다는 전제입니다. 남들 시선이 집중될 때, 떠는 일 자연스럽지 않습니까? 왜 떨면 안 될까요?”
ㅅㅅ가 더욱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선생님도 떠십니까?”
ㅂㅇ가 단호히 말했습니다.
“물론입니다.”
ㅅㅅ는 실망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선생님은 떠시지 않아야 맞는 거 같은데요.”
홀로 있을 때 홀로 행하는 손동작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하는 손동작이라면 이는 분명히 어떤 상호작용이다, 영향을 받지 않는 상태가 도리어 이상하다, 노련한 연극배우도 수백 번씩 오르는 무대지만 그때마다 떨린다, 떨린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덜 떨다가 이내 유연해지고, 부정하면 더 떨다가 이내 경직된다, 다시 한번 곡진한 설명을 덧붙였다.
ㅅㅅ는 흔쾌히 한약 한 제를 짓기로 하고, 다음 상담 예약을 잡았다. 약속한 날 그가 오지 않았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