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 대한민국 부역 서사-
반제국주의 의학 서사 67
반제국주의 녹색의학은 여성이 남성과 다름을 인정하는 의학이다: 『이브의 몸』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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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민성대장증후군은 통증과 복부 팽창, 배변 빈도와 변 상태를 변화시키는 몇 가지 장 장애를 일컫는 말이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가장 흔히 발생하는 소화기 질병으로···발병률은 여성이 남성보다 3배에서 6배까지 높다.···여성은 월경 직전에 더 큰 통증을 호소한다. 여성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에게는 매우 심한 월경통이 있을 수 있다.”(127-129쪽)
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는 용어를 아직 쓰기는 하지만 과민성장증후군이라 해야 맞다. 실제 통증은 소장 기능 장애와도 관련성을 지닌다. 과민성장증후군 또한 생체 리듬 조절에 관여하는 GABA 비활성 문제와 닿아 있다. GABA를 연결고리로 과민성장증후군은 월경통과 연결된다. 대다수 한·양의사들은 월경통 원인을 자궁에서만 찾는다. 아직 메커니즘이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극심한 월경통은 과민성장증후군 통증과 병발 가능성이 있다. 임상 실제에서 원발성 월경 곤란(월경통) 일부는 과민성장증후군 통증 오진일 수도 있다. 물론 자궁내막증에서 비롯한 월경통을 과민성장증후군으로 오진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다른 문제다.
GABA는 또 다른 연결고리로 작동한다. 과민성장증후군은 다양한 정신장애 혹은 정신병과 연결된다. 우울장애, 불안장애, 양극성장애, 망상장애, 그리고 조현병까지. 연결이란 표현은 사실 모호하다. 원인과 결과를 주고받는다는 표현이 진실에 가장 가깝다. 제국주의 백색의학은 과민성장증후군과 월경통, 그리고 정신장애를 각기 다른 전문의가 상호연계를 고려하지 않은 채 따로따로 진단하고 치료한다. 아픈 사람이 겪는 불편은 시간, 비용에만 그치지 않는다. 질병 현상을 전체로 보지 못한 채, 분절된 정보·요법을 제공받음으로써 근본 치료에서 멀어진다. 달리 봐야 할 문제는 같게 보고, 함께 봐야 할 문제는 떨어뜨려 보는 혼란이 일으키는 폐해다.
반제국주의 녹색의학은 같음에서 다름을, 다름에서 같음을 읽는다. 요법 포르노에 기대지 않고 질병을 통짜 치료한다. 과민성장증후군과 원발성 월경 곤란(월경통)과 우울장애를 가로지르는 통합처방을 내린다. 이런 점에서 반제국주의 녹색의학에 가장 근접한 의학은 동북아시아 전통 의학, 곧 한의학이다. 물론 현실 한의사들 모두가 한의학을 이렇게 구사하지는 못한다. 어디나 그러하듯 제국 백색 문명은 디테일에서 절대 지배력을 자랑한다. 찰나마다 깨어 있지 않으면 누구라도 졸지에 제국 백색 문명 노예가 된다. 제국 백색 문명은 모든 사람을 모든 병에 걸리도록 하는 주술이다. 반제국주의 녹색의학은 이 제국 백색 문명을 돌파하는 결정적인 깃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