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 대한민국 부역 서사-
반제국주의 의학 서사 73
반제국주의 녹색의학은 여성이 남성과 다름을 인정하는 의학이다: 『이브의 몸』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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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남성보다 통증을 효과적으로 설명하지만, 참아내는 능력은 남성보다 떨어진다. 그뿐 아니라 여성은 더 많은 부위에서 더 오래, 더 강한 통증을 느낀다.”(300-301쪽)
남성이 폭력에 준하는 신체 접촉 행동을 한 뒤, 아프다고 소리치는 여성에게 엄살떤다며 놀리는 일은 거의 한평생 이어지는 우리 경험이거나 목격담이다. 이런 풍경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무감각이 결코 사소할 리 없다. 여성 산통에 가 닿는 감각이 남성에게 끝내 생기지 않는다는 진실에 주의를 기울이는 자세는 통증 일반에도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사실 통증은 근원적 문제다. 통증은 인간에게 숙명적 무게를 지닌다. 인간인 한 아프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종교와 정치, 그리고 의료가 비롯한다. 인류가 통증을 이종(異種)으로 인식한 문명을 건설하면서 모든 종교와 정치, 그리고 의료에는 통증을 적대시하는 전통이 자리 잡는다. 적대시는 전략적 악용을 포함한다. 무통을 미끼로 온갖 수탈이 이루어진다.
제국 백색 문명이 무통 마케팅으로 타락 극한으로 치닫고 있을 때, 큰 스승들은 통증을 열린 문으로 알아차리는 전복적 진리를 제시했다. 동종(同種) 인식 지평에서 통증 문제는 해결 아닌 해소, 축출 아닌 연대 길을 연다. 통증 진리 역시 비대칭 대칭 운동과 구조로써 전체상을 드러낸다. 통증 진리는 의자와 환자 문제가 아니다. 인간 존재 문제다.
존재 차원 문제로 다시 묻는다. 통증에서 왜 여성은 남성과 다른가? 이론과 사색이 아닌 경험에서 오는 깨달음 하나만 꺼내 답에 갈음한다. 젖먹이는 일 말고 모든 육아 활동을 전담하면서 1년여 동안 나는 딸아이 곁을 지켰다. 이때, 아기 키우는 사람은 아기보다 여름에는 더 덥게, 겨울에는 더 춥게 입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깨달음은 전방위 유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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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은 통증을 느끼면 혈압이 상승하곤 한다. 여성은 남성보다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310쪽)
···여성은 두통과 관련된 정서적 고통을 더 많이 받으며 남성은 두통으로 인한 장애가 더 심하다.(여성보다 일상적인 업무나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의미다.)(312쪽)
···편두통은 분명히 여성에게 더 흔하게 나타나는 질병이다.···편두통은 우울증과 관련이 있다. 그래서 일부 과학자들은 여성에게 편두통이 더 잘 발생하는 이유를 여성이 우울증에 더 잘 걸리는 사실에서 찾으려고 한다.(313쪽)
···여성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경험할 때···흉부 통증을 호소하고, 남성은 육체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흉부 통증을 경험한다.(318쪽)
···여성이 섬유근육통에 걸릴 확률은 남성보다 9배나 높다.···섬유근육통 환자는 건강한 여성에 비해 정신과 질환을 보이는 경향이 높다.(320-321쪽)
···턱관절 장애는···여성에게 7배나 더 높은 비율로 발병한다.···섬유근육통과 턱관절 장애 환자는 서로 겹치는 경향이 있다. 섬유근육통 환자 75%가 턱관절 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턱관절 장애는 사실상 섬유근육통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다.(321쪽)
···경구용 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들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턱관절 통증을 많이 겪는다.(327쪽)
···경구용 피임약 복용은···테스토스테론 농도를 낮출 수 있다.···테스토스테론은 만족할 만한 흥분과 오르가즘에 관여한다.···여성이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농도가 정상인데도 성욕이 줄고, 동기 유발이 잘 안되고, 피로감을 느끼고, 안정감을 느끼기 어려운 상태라면 테스토스테론···결핍을 고려해 볼 수 있다.”(342-343쪽, 글 순서 일부를 바꾸어 인용함.)
한의 진단도 양의 진단도 맥진에서는 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여성과 남성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다. 한의에서 삭맥(數脈-양의 용어로는 빈맥)이 뜨면 열이 있다고 본다. 이는 남성 중심 진단이다. 여성 삭맥을 감지하고 통증이 있느냐고 묻는 한의사는 거의 없다. 심지어 여성 한의사도 마찬가지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한의학도 제국주의 백색의학인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통증이 있으면 여성은 맥박이 빨라지고, 남성은 혈압이 올라가는 차이가 무엇을 뜻할까? 이를 밝혀줄 반제국주의 녹색의학 증거로서 관련 부분을 다소 길게 인용했다.
통증을 느낄 때 맥박이 빨라지는 증상을 혈압이 올라가는 증상과 대조하면 이는 마음 증상이다. 혈압 상승도 심리적 측면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여성 경우 통증이 심해질수록 오히려 혈압은 떨어진다고 하니 상관성에서 약할 수밖에 없다. 통증이 불러오는 공포·불안 등이 맥을 빨라지게 할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통증이 어떻게 여성 정서·심리·정신적 스트레스와 연결되는지 두통, 편두통, 흉통, 섬유근육통, 턱 관절통 증상에서 두루 근거가 찾아진다. 개인적 임상 경험에서 알 수 있었던바, 우울장애 여성 거의 모두가 이런 통증 하나 이상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가 경각심을 가져야 할 물질은 경구 피임‘약’이다. 경구 피임‘약’이 이런 질환들을 일으키는 연쇄 매개 고리 노릇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의사도 환자도 거의 없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여성이 경우 피임약을 먹는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남성 파트너가 콘돔 착용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남성 성감을 위해 여성이 희생하는 셈이다. 성적 오르가즘 봉쇄는 각종 통증과 정신장애, 끝내는 생활 파탄으로 이어진다.
또 하나.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 바로 턱관절 문제다. 보통 우습게 생각하고 지나치지만, 매우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다. 턱관절에 문제가 생기면 관자뼈(측두골)에 영향을 준다. 관자뼈에 문제가 생기면 두통·이명·청력장애·어지럼증은 물론 위산 감소가 나타난다. 그뿐 아니라 턱관절 운동 축이 목뼈 1, 2번 사이이기 때문에 그 주위 목 통증을 일으킨다. 또한 관자뼈에 부착된 경막이 뇌와 척수를 감싸고 엉치뼈까지 내려가 있으므로 각종 자율신경 장애와 요통을 일으킨다. 턱관절과 이렇게 이어지면서 목 신경 1~4번은 정신·신경장애와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가뜩이나 여성이 잘 걸리는데 피임‘약’까지 먹는다면 ‘어, 턱이 아프네?’ 하다가 우울증까지 내달리는 급행열차를 타는 셈이다.
여성이 당하는 이런 일에 남성이 직간접으로 개입한다. 제국주의 백색의학이 이런 상황을 묵과하고 주도한다. 반제국주의 녹색의학은 여성이 남성과 다른 통증 인식과 경험을 지닌다는 사실에 유념한다. 반제국주의 녹색의학은 여성에게 통증은 단순한 몸 기능 문제가 아니라 정서와 의미 균열 문제라는 진실에 주의한다. 반제국주의 녹색의학은 남성 중심으로 획일화시킨 무조건적 통증 극복 또는 제압을 꾀하지 않는다. 반제국주의 녹색의학은 진단에서 치료, 그리고 그 너머 전인 치유까지 전혀 다른 결과 겹으로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