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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에서 인류까지 12 태양 ③-③

태양이 신이 된 까닭은?

by 할리데이

그리스와 로마의 옛사람들은 아폴론(로마신화에서는 아폴로)을 태양신으로 떠받들면서, 그 신이 베풀어 주는 은총을 입으며 세상을 살아왔다. 이집트사람들은 자신들의 황제 파라오를 태양의 아들이라 칭하며 숭배해왔다. 일본에서는 태양을 아마테라스라는 신으로 숭상하면서, 한발 더 나아가 아예 자신들의 나라 이름을 ‘태양의 근본(日本)’이라 지었다. 우리나라에도 고구려 건국신화에 태양신이 등장한다. 천제(天帝)의 아들이자 태양의 현신(現身)인 해모수(解慕漱)가 하백(河伯, 강의 신)의 딸 유화에게 자신의 빛(햇빛)을 쪼여 고구려의 시조인 주몽(東明聖王)을 잉태하게 했다는 신화이다. 그리스의 아폴론이 불마차를 이끌고 날마다 태양을 하늘로 띄워 올릴 때, 우리의 태양신 해모수는 매일매일 오룡거(五龍車)를 타고 하늘 높은 곳에서 백성들을 보살피며 세속의 땅에 고구려라는 나라를 세우도록 했다.


이처럼 지구촌의 거의 모든 곳에서 사람들은 태양을 신으로 숭상해왔다. 신화 속에서나 현실 속에서나 태양은 신 또는 그 동격이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놀랍게도, 오랜 기독교적 전통을 가진 서구사회에서도 태양 숭배의 흔적을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계율에 따라, 하루하루 이어진 날들을 7일 단위로 나눈 뒤 그중 하루를 신인 여호와를 만나는 날로 정했다. 그리고는 7일 중 가장 성스러운 그 날을 ‘태양의 날’이라 칭했다. 바로 Sun-day, 日(일)요일이다.


여느 별들과 달리 태양이 이토록 남다른 대우를 받아온 데는 이유가 있다. 이번 장의 글머리에서 강조하였듯 태양은 그냥 별이 아닌 우리 삶의 근원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삶의 터전인 지구로 하여금 생명을 잉태할 수 있게 해주었고, 그렇게 탄생한 생명들에게 하염없이 에너지를 보내주며 생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인간을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들이 이용하는 에너지는 오로지 태양이 빛과 열의 형태로 보내주는 그 에너지에서 파생된 것들이다.

식물은 광합성이라는 화학작용을 통해 태양의 빛에너지를 탄수화물 형태로 저장할 수 있었다. 그것의 섭취를 통해 식물 자신을 비롯한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이 생존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인간들이 생물로서의 생존에 사용하기 위하여 섭취하는 곡물과 육류 또한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저장한 태양에너지이자, 식물을 먹고 자란 초식동물들이 몸에 저장한 태양에너지이다. 나아가 우리 인간들이 생존 활동 이외에 활용하는 모든 에너지 또한 태양에서 비롯된 에너지의 변형일 뿐이다.* 석탄과 석유는 오래전 태양의 빛을 머금었던 식물들이 저장해 놓은 유기물의 화석이다. 오늘날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에너지원인 전기 역시 태양에너지의 작품이다. 화석화된 과거의 태양에너지를 활용한 화력발전은 물론, 수력발전 또한 태양의 열에너지를 머금은 물―수증기―이 대류 과정을 거치며 비가 되고 강이 되고 댐 물이 되어 전기를 생산한 것이다.

태양의 이런 작용으로 지구는 만물이 생동하는 찬란한 생명의 행성이 될 수 있었다. 푸르름이 넘실대고 새들이 지저귀는, 우주의 기원을 탐구하고 자신들의 미래를 고민하는 고도의 지적능력을 가진 인간들이 거주하고 있는 이 아름다운 지구는 오롯이 태양의 보살핌에 의해서 지금껏 생명을 이어오고 있다.

태양이 신이 된 까닭이다.

[*한 가지 예외는 있다. 원자력이 그것이다. 원자력은 태양계가 생성되기 전, 초신성 폭발의 잔해에서 얻은 물질의 질량에서 생긴 에너지다.]


태양은 에너지 단위로는 초당 4×1026J 정도의 에너지를, 폭발력의 단위로는 초당 9.192×1010메가톤 TNT 정도의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태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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