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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미 Apr 23. 2024

다양성을 포용하는 문화

남녀 서로 다름을 이해한다. 

여성은 원칙을 중시하고 경계에서 일하는 능력, 여러 가지 과제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능력 등의 강점을 갖는다. 여성과 리더십 스타일의 관계를 탐구하는 연구에서는 전통적인 위계 구조와 전체적인 의사결정에 의존하는 가부장적 리더십에 반해 여성적 리더십은 협동과 팀워크를 중시하고 참여적 관리와 합의 추구 등 리더십의 차이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창의성이 중요한 급변하는 시대에 여성적 리더십이 대안으로 대두되고 있지만 여전히 남성위주의 조직에서 여성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가 이슈가 되고 있다. 젠더 통합리더십이 중요한 이유이다. 여성과 남성이 서로 이해하고 서로 배려하는 동등한 주체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파트너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학습 기회 제공과 문화 조성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남녀 차이에 대한 여러 가지 관점이 있으나 현 사회에서는 여성들은 남성과 다른 공통적이 특징이 있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다. 일을 하면서 나타나는 여성적 특성은 관계를 중시하는 성향, 가족이나 직장에서 부여되는 다양한 역할로 인한 복합적/다면적 정체성, 소규모 집단에 대한 선호, 상호작용하는 리더십 등이다. 여성들은 엄마, 딸, 아내, 며느리 등의 다중적 역할을 수행함에 따라 다면적 정체성을 가지고 이를 분리된 영역으로 보지 않는다. 예를 들어 생일축하파티, 음식 나누기, 비공식 사적 활동은 엄마로서 아내로서의 공통된 정체성을 업무에서의 소통에 연계시키는 전략을 씀으로써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이 구분 없이 통합시킨다. 

관계를 중시하는 특성도 여성들은 주위 관련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친밀한 관계형성에 많은 노력을 갖는다. 비교적 낮은 임금과 직위에 업무를 수행하는 여성들은 일을 통해 경력을 쌓기보다는 사교적인 동료 집단을 만들고 이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관계를 중시하는 성향으로 다루기보다는 해결하는 경향으로 갈등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처하기도 한다. 또 다른 차이는 남성과 다르게 여성들을 조직의 위에 서기보다는 조직의 중심에서 구성원들을 상호연계시키는 상호작용적 리더 모습을 보인다. 


필자도 일을 하다 보면 여성과 남성의 업무를 처리하는 방법, 의사소통 방식, 문제해결 방식, 갈등해결방식 등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또한 일이 우선순위를 정할 때나 감정을 처리하는 방식도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차이는 서로 다른 시각과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 능력이 떨어지거나 태도의 문제가 아님에도 양성불평등을 야기한다. 남성은 주로 과업지향적인 행동을 여성은 관계지향적 리더십 유형을 많이 사용한다고 실험실 연구결과는 보여주고 있는 반면 실제 조직현장에서는 두 리더십 유형에 성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과 여성은 과업지향적, 관계지향적 리더십을 보이는 경우가 많으나 직급이 높아지고, 성차별 문화가 높은 조직일수록 여성이 남성에 비해 과업지향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리더가 속한 조직문화나 직급에 따라 리더십 유형에 남녀 차이가 존재하였다.


이러한 남녀리더십의 차이는 조직문화에 따라 달라진다. 조직문화가 전통적인 성 역할을 선호하는 경우 여성 리더가 보다 남성적인 리더십인 지시적 스타일을 많이 보인다. 성차별적 문화가 높은 조직일수록 남성적 리더십 스타일을 보다 더 선호하고 더 강하게 요구함으로써 여성리더들은 이러한 조직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의 여성적 특성을 악화시키거나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성차별 문화가 높은 조직에서는 남성 리더와 달리 여성 리더의 활동과 리더십이 제약되고 있음을 여러 연구에서 밝히고 있다. 업적평가 및 승진가능성을 다룬 연구들은 여성 리더가 남성 관리자 보다 낮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남성 리더가 여성리더보다 더 빨리 상위직으로 승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리더가 저평가되는 이유는 여성의 성역할과 리더의 역할 특성의 불일치에 있다. 여성은 상냥하고 친절한 성품을 보이면 호감도는 올라가지만 리더로서의 성과는 낮은 평가를 받는다. 여성 리더가 리더로서 성과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따뜻한 관계지향적 행동과 동시에 확신에 찬 진취적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런 문화에서 여성리더들은 더욱 적응해할 필요성을 인식시켜 여성적 강점을 약화시키고 더욱 남성적으로 행동할 것을 요구받는다.

  
그렇다면 여성리더들은 자신의 성역할에 부합된 여성의 강점을 살린 관계지향적 리더십을 발휘할 것인가? 조직 성공에 유리한 과업지향적 리더십을 발휘할 것인가? 여성리더들은 대부분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역할과 조직에서 요구하는 역할 사이에 갈등을 경험하게 된다. 여성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남성적 면모를 갖춰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조언을 듣게 된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도전적이고 야심이 넘치는 남성적 리더십을 조직이 요구하면서 그런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며 직원들과 상사들은 이런 여성을 권위적인 리더로 평가한다.  남성적 리더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고분고분한 여성으로의 역할도 함께 수행하도록 요구한다. 이중적 잣대로 모순적 행위를 요구하고 이에 맞지 않을 경우 리더십 역량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한다. 대부분 남성들은 당차고 큰소리치는 여자보다는 다소 수줍음도 있고 애교도 부릴 줄 아는 여성을 선호한다. 그런 직장에서 남자 상사나 동료에게 수줍은 얼굴로 강하게 어필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 당시의 곤란은 벗어날 수 있을지라도 유능한 인재로의 자질은 의심한다. 이러한 태도는 무능력하고 비전문적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인간관계 심리학자인 존 그레이와 바버라 애니스는 <함께 일해요>에서 남녀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남녀 모두에게 성별이해지능(gender Intelligence)가 필요하다고 한다. 남녀 간 사각시대라는 개념으로 직장에서의 남녀 간 갈등 원인을 설명한다. 그들은 10만 명 이상의 남녀 직장인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일반적으로 남녀가 서로 다르지 않고 똑같이 열망을 지니고 있으며 목표달성에 대한 기대도 비슷하다는 일반적 통념과 다르게 남자와 여자는 같은 것을 보더라도 전혀 다른 시각을 본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상대방의 생각이나 말을 오해하고 서로를 명확하고 확실하게 보지 못하는 장애물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직에서 남녀가 일을 할 때 어떻게 다르게 생각하고 의사결정은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성별 이해 지능이 중요한 것이다.  남녀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점의 원인이 선천적인 기질이든, 조직구조적인 문제이든, 남녀 서로는 이러한 차이를 최대한 이해해야 오해와 갈등을 없앨 수 있고 서로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기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펩시 역사상 최초의 여성 CEO로서 1994년 펩시에 입사한 이래 2007년 펩시의 5대 회장이 되었다. 펩시의 최고 경영자인 인드라 누이는 배려의 가치로 직원들과 관계를 형성하며 동기를 부여하는 여성적인 리더십 스타일로 주목받고 있다. 그녀가 CFO가 된 후 회사의 연간 매출 규모는 72% 증가하고 순이익도 두 배가 되었다. 그녀는 2007년 2008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10명에 선정하였다. 그녀는 펩시를 다시 살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혁신을 추구하며 이사회에서 현장까지 다양한 사람들과 쉽게 관계를 형성하는 응집력과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많은 여성리더들이 여성의 정체성이나 여성다움을 숨기려 하는 것과 달리 누이는 여성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바탕으로 감성과 결단력의 조화가 된 리더십을 실천하였다. 직원들에게 일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하라 조언하고 일상적인 삶의 가치를 강조한다. 


배려와 소통의 리더십으로 혁신에 성공한 또 다른 리더는 제록스의 전임 CEO 앤 멀케이이다. 그는 1976년 영업직원으로 시작해 2001년 회사가 거의 파산 위기에 놓였을 때 CEO가 되었다. 처음에는 IBM리터드 토만을 영입했으나 급속한 구조조정과 혁신의 시도는 결국 실패하고 회사에서 퇴출되었다. 멀케이가 COO 겸 사장으로 임명되었을 때 시장의 반응은 대단히 부정적이었다. 멀케이는 토만과 상당히 다른 접근을 했다. 시간을 가지고 직원들에게 질문을 하고 회사 내 서로 다른 집단들 사이의 의사소통을 지속적으로 해 나갔다. 그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연구원들을 만나서 R&D과정을 개선하는 일이었다. 회사의 일부 업무를 없애고 직원을 해고해야 할 때도 정직하고 개방적인 방식으로 소통함으로써 회사를 살리기 위한 조치임을 이해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양성과 일과 삶의 조화(Work-life balance)가 존중되고, 비상식적인 충성보다는 업무능력으로 평가를 받는 외국계 기업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여성인력이 국내 기업보다 더 다양한 포지션에 높은 직급으로 활약하고 있다. 글로벌적인 사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요구되는 합리적인 조직문화에서 여자들이 훨씬 더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우리나라의 몇몇 IT기업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기업문화가 존중되며 여성들에게도 능력에 따른 충분한 기회가 제공되고 있어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이런 벤처기업의 문화를 보고 배울 필요가 있다.
  
기업에서 이미 자리를 잡은 여성 리더들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성의 적은 조직이라도 여자들은 남자 상사보다는 여자 상사를 더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남성 위주의 기업문화에서 생존하기 위해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버려가면서 남성들보다 더 독하게 일을 한 선배들이기에 조금의 변명 더 이상 안 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여성 리더들이 후배들에게 남성보다 더한 근성을 바라기보다는 여자로서의 장점을 부각할 수 있도록 멘토가 되어주고 여성 특유의 감성과 섬세함의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기업상황에서는 남성적 성향이 유리했지만 앞으로는 여성의 관계지향적 성향이 더 환영받는 시대가 오고 있다. 강압적이고 공격적인 권위주의적 리더십의 시대는 가고 미래에 창의성과 혁신을 위해 친화력과 탈권위를 통해 직원들의 잠재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여성 리더십이 더 각광을 받게 될 것이다. 


참고문헌

1. 김양희(2011). 성의 벽 넘어선 통합의 리더십이 혁신 이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91호
2. 박진영, 김명숙(2001). 여성친화적 조직 방식과 여성의 세력화. 한국 노동 사회연구소, 58호
3. 임희정(2018). 관리자 및 부하의 성별, 조직문화에 따른 남녀관리자의 리더십 연구. 여성연구, 96(1), 119-145
4. 김혜숙, 윤소연(2009). 여성 리더의 특성과 효율성: 조직의 성차별 문화의 영향. 한국심리학회지: 사회 및 성격, 23(1), 33-54
5. 존 그레이, 바버라 애니스(2013). 함께 일해요. 나선숙(역). 서울: 더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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