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공부하기-책을 구하는 기쁨

우주와 중간에서 만나기-캐런 바라드

by 인유당

스페셜 땡스 번역: 박준영(노마씨, 수유너머 104)


공부란 무엇인가 독서란 무엇인가

독서의 범위를 넓혀 책에 관한 전반적인 모든 것이라고 확대한다면

정말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하는 것 같다.


그렇게 보면 연구자로서의 기본 자질은 갖춘 셈이다만

여기에서 반전이랄까, 스스로 돌려 깎기를 한달까....

책과 자료를 구하는데 너무 애를 써서

정작 텍스트 읽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자료를 구해놓고는 만족한다. 그래 내게는 자료가 있어.

필요하면 읽으면 되지... 그래 그 부분 거기 거기 거기 읽으면 될 거야.

그러다 보니 시간의 제약이란 이름으로 발췌독하는 데만 도가 텄다.


신유물론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바이블 같은 책.

캐런 바라드의 주요 저작이고, 인용수도 엄청 많은 이 책이 아직 번역되지 않아

거의 다들 원서를 보고 있다.



나도 남들의 논문에서 인용만 보고는 무척 궁금했지만

당장 학교에 책이 없었다.

(도서관에 책이 없으믄 미춰버림..... 요즘은 각 대학도서관의 상호대차 서비스를 알뜰히 이용)



7월 5일에 예약한 책을

예약순위 2번이라는 어려움을 뚫고

오늘 드디어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책은 역시 종이로 봐야 제 맛. 물론 책을 모두 찍어 PDF로 만들어 소장하겠지만.



내가 학교 도서관에 신청해서 들어온 책인데(외서는 신청해서 입고되기까지 장구한 세월이었다)

우선대출신청을 미루었더니만

어느 분이 빌려가서 아주 오랫동안 반납하지 않았다. (그분은 대학원생이거나 교수님이었는지 대출기간이 아주 길게 가능했다. 그러나 고맙게도 책에 연필자국도 없이 아주 깨끗하게 보았다. 거의 새책 같다. 기쁘다 기쁘다. 물론 전 사람이 공부해서 주요 구절에 밑줄 쳐놓았다고 해도 괜츈. 나는 주요 구절도 파악하기 어려울 듯하므로)

그러다가 드디어 내게 왔다. 사믄 될 거 아니냐? 책값보다도...... 음... 원서는 아무래도.... 잘 볼 거 같지 않아서.... 그리고 드디어 올 연말에 이 책이 번역되어 나온다는 정보를 입수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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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물질화의 과학과 윤리

물질과 의미(meaning)는 분리된 요소들이 아니다. 그것들은 뒤얽혀 서로 융합되어 있으며, 아무리 강력한 사건이라 할지라도 그것들을 떼어놓을 수 없다. 심지어 원자들은, 그 이름 그대로, 아토모스(ἄτομος, atomos), 즉 ‘불가분의’(indivisible) 또는 ‘절단불가능한’(uncuttable)이란 의미를 가지지만, 서로 분리될 수 있다. 하지만 물질과 의미는 화학적 과정, 원심분리기 또는 핵폭발에 의해서도 분리될 수 없다. 물질의 가장 작은 부분들이 아주 견고한 아이디어들과 커다란 도시들을 날려버릴 수 있을 때처럼, 물질의 본성이 문제가 될 때 가장 명백해지는 물질화는 실체(substance)와 의미 둘 모두의 문제다. 아마 이것이 현대 물리학이 존재, 앎, 그리고 행위, 그리고 각각 존재론, 인식론, 그리고 윤리학, 사실과 가치에 속한 문제들의 불가피한 얽힘을 그처럼 생생하고, 통렬하게 만드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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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얽힌 시작

1장 우주의 중간에서 만나기

우리가 의심하지 않는 진실은

마치 암컷으로만 구성된 13종의 채찍꼬리 도마뱀이

그와 같은 것들이 존재하는 것을 거슬러 있는 바람에

발견되지 않은 채 있을 때처럼

스스로를 느끼는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우리는 우주의 중간에서 만나야만 한다.

우리가 무(無)와 같이 우리를 바라보는 것을 향해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우리에게 펼쳐지지 않을 것이다.

높고 견고한 하늘은 단지

태양이 그 아래를 지나갈 뿐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고 만약 죽음이 자아를 빼앗아 간다면

그것은 자연 안에서 유일한 사건

정확히 보이는 그대로의 그러한 사건이다.


- 앨리스 풀턴, ‘캐스케이드 실험’(Cascade Experiment) 원문 서지: Karen Barad, Meeting the Universe Halfway, Durham: Duke University Press, 2007, ix-70


_ ‘< >’ 안의 숫자는 원문의 페이지 수임


번역: 박준영(노마씨, 수유너머 104)


<ix>

서언과 감사의 말

이 책은 얽힘들(entanglements)에 관한 책이다. 얽혀 있다는 것은, 분리된 개별체들의 결합에 따라, 서로 간에 단순히 꼬여 있다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독립성, 자기-충족적 존재를 상실한 채 있다는 것이다. 존재는 어떤 개별적 사태가 아니다. 개체들은 그것들의 상호작용들에 선재하지 않는다. 그보다 개체들은 그들의 얽힌 상-관하기(inter-relating)의 일부로서, 그리고 그것을 통해 출현한다. 출현(emergence [창발])이 시공간의 어떤 외재적 규준에 따라 발생하는 하나의 사건으로서 또는 과정으로서 단 한 번만 발생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으며, 오히려 그러한 시간과 공간은 물질과 의미처럼 존재하게 되는바, 각각의 간-행(intra-action)을 통해 구체적으로 재배치된다. 이에 따라 창조와 재생, 시작과 회귀, 연속성과 불연속성, 여기와 저기, 과거와 미래를 어떤 절대적 의미에서 구별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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