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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정원의 수국, 그 꽃잎에 담긴 시간"

by Camel

작은 정원의 수국이 들려주는 이야기


장마철이 시작되던 어느 날, 우리 집 작은 정원의 수국이 처음 꽃을 피웠어요. 푸르스름한 하늘빛에서 점점 분홍빛으로 물들어가는 꽃송이를 보며, 마치 구름을 한아름 안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답니다.


수국은 참 신기한 꽃이에요. 토양의 산성도에 따라 꽃색이 달라진다는 걸 알고 계신가요? 마치 우리 삶처럼, 주어진 환경과 상황에 따라 저마다 다른 빛깔로 피어나는 거죠. 때로는 청량한 하늘빛으로, 때로는 따스한 분홍빛으로, 또 어떤 때는 깊은 보랏빛으로 물들어가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비 오는 날이면 수국은 더욱 아름다워져요. 동그란 꽃잎마다 빗방울이 맺히고, 그 속에 작은 무지개가 피어나는 걸 보면 마치 보석상자를 열어본 것 같은 기분이 들지요. 빗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수국의 속삭임은 "슬퍼하지 마세요, 비가 그치면 더 예쁘게 피어날 거예요"라고 말하는 것만 같아요.


여름이 깊어갈수록 수국은 더욱 풍성해져요. 한 송이, 두 송이... 어느새 정원 한켠을 가득 채운 수국 꽃송이들은 마치 작은 정원에서 열리는 비밀스러운 파티 같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복잡했던 마음도 어느새 맑아지고 잔잔한 행복감이 차올라요.


특히 저녁 무렵, 노을빛에 물든 수국을 바라보는 건 하루 중 가장 특별한 순간이에요. 부드러운 꽃잎들이 저녁 바람에 살랑거리며 춤추는 모습은 마치 하루의 피로를 달래주는 자장가 같지요. 그럴 때면 저도 모르게 미소 짓게 되고, 내일도 잘 해낼 수 있을 거란 용기가 생겨요.


수국은 또 추억을 간직하는 재주도 가지고 있어요. 꽃이 절정일 때 몇 송이를 잘라 말리면, 겨울에도 그 아름다움을 간직할 수 있거든요. 마치 우리가 소중한 순간들을 마음에 담아두는 것처럼요. 저는 이렇게 말린 수국을 책갈피로 써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여름날의 정원이 떠올라 미소 짓게 된답니다.


작은 정원의 수국은 계절의 변화를 가장 우아하게 보여주는 친구예요. 봄에 돋아나는 새싹부터, 여름의 풍성한 꽃망울, 가을의 은은한 빛바램까지... 그 모든 순간이 특별한 이야기가 되어 제 마음에 피어납니다.


내일은 또 어떤 빛깔로 물들어 있을까? 이런 설렘을 안고 잠들 때면, 작은 정원의 수국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더없이 아름다운 자장가가 되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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