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이라는 이름의 무게

by 지혜원

워킹맘으로 살아온 시간이 30년이 되어 갑니다.


우리나라 환경에서 맞벌이를

오래 지속한다는 것이 사실 쉽지 않습니다.

특히 어린 아이가 있는 워킹맘이라면,

이 문장 하나에 얼마나 많은 것이 담겨 있는지

본능적으로 아실 겁니다.

저도 그 무게를 온몸으로 겪었습니다.


두 살배기 둘째가 엄마를 찾으며

새벽까지 울고 있던 날,

저는 회사에서 철야를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빠지면 무너지는 일정이라

아이가 운다는 연락을 받아도 자리를

떠날 수 없었습니다.


수화기 너머 아이 울음소리를 들으며

기획서를 계속 쓰던 그 밤이,

지금도 가끔 떠오릅니다.

그때 제 마음이 어떤 상태였는

지는 말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죄책감과 책임감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그 감각.


큰아이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겨울,

자전거를 타고 오다 미끄러져

얼굴이 찢어지는 사고를 당했을 때도,

저는 달려가지 못했습니다.

클라이언트 미팅이 있었습니다.


대신 남편이 응급실을 다녀왔고,

저는 저녁 늦게야 붕대를 감은

아이 얼굴을 만질 수 있었습니다.

아이는 괜찮다고 웃었지만,

저는 그 밤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가장 마음에 오래 남는 기억이 있습니다.

큰아이가 유치원을 다닐 때,

저는 매번 꼴찌로 데리러 갔습니다.

퇴근이 늦으니 택시를 타도, 버스를 타도,

항상 가장 늦었습니다.


어느 날 유치원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아이가 혼자 교실에 앉아 천장에 매달린

비행기 장난감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선생님도 없고, 친구도 없고, 텅 빈 교실에 혼자.

그 뒷모습이 너무나 작아 보였습니다.


그런데 문 열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아이가 한걸음에 달려왔습니다.

얼굴이 환해지면서.

그 달려오는 모습을 보는 순간

가슴이 무너졌습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얼마나 외로웠을까.

아이는 그 시간을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기다렸습니다.

엄마가 올 거라는 것을 아니까...

그 신뢰가, 그 기다림이,

저를 한동안 서글프게 했습니다.


지금은 20대 중반의 듬직한 아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천장의 비행기를 바라보던 그

작은 뒷모습이 가끔 투영될 때가 있습니다.

그때마다 마음 한켠이 아립니다.


그리고 그 아림이, 사실은 지금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허무함을 이긴 다짐


워킹맘으로 살다 보면 반드시

찾아오는 순간이 있습니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사는 건가'라는 허무함.


아이들 옆에 있어주지 못하면서,

집안 살림도 완벽하지 않으면서,

직장에서도 늘 뭔가 모자란 것 같으면서.

어느 것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은 그 기분은,

워킹맘이라면 누구나 알 겁니다.


저도 그 허무함을 여러 번 만났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어릴 때, 사업이 가장 바쁠 때,

두 가지가 겹치던 그 시절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를 붙잡아 준 것이 있었습니다.


다짐이었습니다.


'저보다는 안정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만들어주고 싶다.'

아이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삶을 주고 싶다는 그 마음이,

허무함이 찾아올 때마다 저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그 다짐이 투자의 동기가 되었습니다.

단순히 돈을 더 벌고 싶어서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고 싶어서.

집 한 채씩 해주면,

그 자산을 바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며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몇 년전 아들에게 집을 증여한 것도

그 마음에서 출발했습니다.


자산이 있어야 선택이 생기고,

선택이 있어야 자유가 생기니까요.


워킹맘으로 30년을 버텨온 제가

가장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가장 첫 번째 투자입니다.


소득이 없으면 모든 투자 공부는 이론에 그칩니다.

그리고,

가장 소득이 왕성할 때 자산도 함께 확대해야 합니다.

소득이 최고조일 때가 투자 여력이 가장 큰 시기입니다.


이자를 감당하고, 리스크를 견디고,

시간을 버틸 수 있는 능력이 가장 강한 때입니다.


그 타이밍을 놓치면,

소득이 줄었을 때 투자하게 되고,

그러면 심리적 부담이 너무 커져

좋은 판단을 하기 어렵습니다.


소득과 투자가 함께 굴러야 하는 이유


제가 투에 큰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것도,

그 시기가 저와 남편 모두 소득이 가장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때였기 때문입니다.


집을 담보로 과감히 대출을 받아 갭투자를 하고,

동시에 재개발을 투자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무게를 감당할 소득의 토대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투자는 씨앗이고,

소득은 그 씨앗을 심을 수 있는 땅의 크기입니다.

땅이 작으면 심을 수 있는 씨앗도 적고,

가뭄이 와도 버틸 수 없습니다.


반면 땅이 넓으면 더 많은 씨앗을 심을 수 있고,

어느 씨앗이 잘 안 돼도 다른 씨앗이 자랍니다.

30년 동안 일을 열심히 한 것이,

결국 투자를 위한 땅을 넓힌 일이었습니다.


부동산 투자를 꿈꾼다면,

가장 먼저 자신의 소득 흐름을 점검하세요.

지금의 소득으로 대출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지,

예상치 못한 하락 상황에서 버틸 수 있는지.

그 계산이 먼저입니다.

투자 공부는 그다음입니다.


그리고 일을 하면서 느끼는 고단함,

워킹맘으로서의 죄책감, 허무함.

그것들을 다짐으로 바꿀 수 있다면,

그 에너지가 결국 자산이 됩니다.



단지의 벗꽃이 한창입니다.

에너지 넘치는 봄날 되세요


KakaoTalk_20260402_125413322_03.jpg?type=w966



작가의 이전글부(富)의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의 그릇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