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AI와 동행 시대 _ 무엇을 상상하든 이미 있을지도 몰라.
이번 명절에는 가족들이 모이자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보다 AI와 로봇에 관한 의견들, 불안들이 넘쳐났다. 아이들의 성적과 누가 결혼을 하네 아이를 가지네 마네 보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이다 라는 말이 더 많았다.
현재 자동차에서 선보인 아틀라스나 대기업에서 제조업의 상당 부분을 로봇으로 교체하고 있다는 이야기. 고용은 어떻게 될 것이며 로봇이 인간을 공격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
5년 전쯤인가 나는 미래 시대에 관해 짧은 픽션을 쓴 적이 있다.
2055년 4월 3일, 내 나이 40. 오늘은 내 생일이며, 우리가 결혼한 지 10주년 되는 날이다. 우리 부부는 서른 살에 만났다. 동갑내기 남편은 블록체인 프로그래머이고, 나는 소설가다.
10년 전, 내 소설을 누군가가 임의대로 내용을 도용해서 영상으로 만들어 플랫폼에 올렸다. 애니메이션을 증강현실로 만든 것인데 배우들이 주고받는 대사들이며 배경까지 똑같아서 화가 났다. 내가 알고 소송을 걸기 전에 플랫폼에서 영상을 지우고 계정을 삭제하여 내 선에서는 영상제작자를 찾지 못했다.
저작권 보호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쓴 글이라 내가 쓴 글은 블록체인에 등록되어 있고, 전자책이든 종이책이든 유통경로를 파악할 수 있기에 지인을 졸라 블록체인 저작권 관련 프로그래머를 찾아간 것이 인연이 되어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그저 경찰에 신고하면 금방 끝나는 일을 왜 그렇게까지 열심을 냈는지 모르겠다. 남편이 마음에 들어 그랬다고 쑥쓰럽게 말해보지만 ‘이야기’를 지켜내는 것 또한 창작자의 몫이라고 생각했기에 오버를 했다.
바야흐로 콘텐츠와 스토리의 과부하 시대다. 기술과 창의성, 감성의 영역만이 인간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빼앗기는 것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AI가 글을 쓰고 음악을 만들며 창작물을 만드는 일을 애초에 세계 정부에서 금지하였기에 그나마 다행이다. AI나 우주 영역, 생명체 복제 등등에 관련하여서는 한 나라만의 문제를 넘어섰기에 세계연합정부에서 일부 영역에서 입법, 사법, 행정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결혼식은 가족과 친구들이 가상현실에서 만나 식이 진행되었다. 팬데믹을 몇 차례 겪고 누군가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가상현실 결혼식이 1,2년 전부터 유행이 되었다. 부모님도 활발하게 사회생활을 하고 계셨고 친구들도 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어서 한날한시 한 곳에서 다 같이 만나는 것이 여의치 않아 시도했다. SNS친구들도 부담 없이 드나들 수 있어서 모두들 만족하는 눈치다.
신혼여행은 해저밀폐공간시스템을 이용했다. 감염자의 치료와 격리를 위해서 밀폐공간시스템 기술이 급진적으로 발전했다. 인공광원과 공기와 물의 순환 시스템이 완벽하게 만들어져서 감염자의 격리와 치료의 효율을 높였던 것이 관광자원으로까지 이어졌다. 제주도 해저에서 맞이하는 우리만의 시간이 고요하면서도 신비로웠다.
그리고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의 나이에 맞게 집안일 도우미 로봇, 학습 도우미 로봇이 국가에서 대여가 되어 아이를 안아주고 놀아줄 시간적 여유가 많이 생겼다. 미취학 아동들은 나이별 소수 인원으로 운영되는 이동식 자율주행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다. 이동이 자유로워 지역의 놀이터나 자연환경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어 아이들이 방학을 거부할 정도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시간의 발생과 재택근무나 육아휴직이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사용될 수 있어서 2040년 이후로는 출산율이 많이 늘었다. 나도 그 덕분에 여성의 육아라는 프레임에서의 부담을 많이 덜었을 뿐만 아니라 지난 10년 동안 두 권의 장편소설과 한 권의 육아 에세이를 쓸 수 있었다.
오늘은 결혼 10주년을 기념해서 가족들과 다 함께 여행을 가기로 했기에 서둘러 작업실을 나왔다. 달 기지에 세워진 ‘Moon City’를 방문해서 달의 태양광 발전소를 통해 지구로 전기를 무선송출하는 시스템과 별 관측소를 둘러보기로 했다. 시아버님이 암에 걸리셨는데 우주방사선을 이용한 치료법이 개발되면서 치료도 겸하기 위해서다. 20주년도 기대되는 오늘이다.
2055년에야 이루어질 줄 알았던 일들이 지금 현재 기술적으로는 거의 기반이 닦아져 있다. 어릴 때 보았던 2020년 우주의 원더 키디같이 사람이 우주에 갈 수 있을까 했는데 말이다. 데몬 마왕이 어딘가 숨어 있지는 않겠지?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는 1990년 전후에 우주에서 실종된 아빠를 찾기 위해 13살 아이캔이 우주에 가서 우주 데몬 마왕과 기계 공룡들을 처치하는 이야기다.)
나름 미래 시대와 교육에 관한 책들을 꽤 읽었다고 생각했음에도 나의 예측은 시대에 한참 뒤떨어졌다. 특히 AI시대가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 나는 기술보다 법과 제도가 먼저 구축될 줄 알았다.
이 글을 쓰면서도 나는 AI로 이미지를 만들었다. 브런치 스토리에서는 문장을 드레그하고 오른쪽 클릭하면 AI 코파일럿으로 문장 수정이 가능하다.
이마트 영등포점에서는 '로봇 스토어'를 운영하고 롯데 이노베이트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운영하는 미래형 편의점이 운영되고 있다. 며칠 전에는 NASA*스페이스X 에서 국제 우주 정거장으로 유인 우주선을 보냈다. AI 창작 소설과 영화에 관련된 경연들.
나는 AI로 교과 내용을 노래로 만들어서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들려주기도 한다.
나는 똥촉이다. 그러나 촉을 갈기 위해 뻘짓으로 보일 수도 있는 일들을 시도할 용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