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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by 지적 지니


GPT-3를 OpenAI Playground에서 처음 실행했을 때, 입력창에 "안녕"이라고 입력했다. 인간적 소통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싶었다. 답변을 받았고, 당시 내 판단은 이랬다. 상담 같은 특정 직무에서는 제한적이지만 변동이 있을 것이다.


그게 시작이었다.


ChatGPT가 나왔다. 이어서 GPT-4가 나왔다. 이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했다.

사용하면서 몇 가지를 발견했다.


첫째, 환각 현상이 존재했다. 존재하지 않는 출처를 그럴듯하게 제시했다. 없는 데이터를 자신 있게 말했다.


둘째, 같은 질문에 다른 답이 나왔다. 일관성이 없었다. 하지만 그게 치명적 결함인지, 아니면 새로운 특성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셋째, 실제로 생활 속 task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글 초안 작성, 정보 정리, 번역, 코드 작성. 작은 것들부터 바뀌었다.


이 현상을 보며 두 가지 질문이 생겼다.


하나, 어떤 task가 살아남고 어떤 task가 사라질 것인가.


둘, 그 이전에 인공지능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두 번째 질문이 더 근본적이었다. AI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첫 번째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유토피아도 디스토피아도 아닌, 실제 작동 원리를 이해해야 했다.


그래서 하나의 관점을 정했다.


AI를 함수로 본다.

정확히는 생각에 대한 함수로 본다.



함수란 무엇인가

함수는 입력과 출력을 연결한다. f(x) = x²에 3을 넣으면 9가 나온다. 내부 작동 방식을 몰라도 된다. 입력과 출력의 관계만 알면 된다.


AI를 함수로 본다는 것은 이런 의미다.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답변이 출력된다. 내부의 수십억 개 파라미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몰라도, 어떤 입력이 어떤 출력을 만드는지 파악하면 된다.


이 함수는 두 가지 특별한 성질을 가진다.


동차성: 생각을 더하고 빼다

수학에서 동차성은 f(ax) = af(x)를 의미한다. AI 맥락에서 이는 다음을 뜻한다: 복잡한 생각을 작은 단위로 쪼갤 수 있고, 각 단위에 대한 답을 얻은 뒤 재조합할 수 있다.


예시 1: 현상을 분석하기

"한국 사회 양극화의 원인"을 하나의 질문으로 물으면 일반론적 답변이 나온다. 하지만 이를 쪼개면:


"부동산 가격이 양극화에 미치는 영향"


"교육 기회 차이가 양극화에 미치는 영향"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양극화에 미치는 영향"


각각에 대한 답을 받고, 이를 종합해서 다시 물으면 훨씬 구체적인 분석이 가능하다.


예시 2: 정책을 평가하기


"성징중심 정책의 효과"를 직접 물으면 추상적 답이 나온다. 쪼개면:

"재정에 미치는 영향"


"노동 참여율에 미치는 영향"


"소비 패턴에 미치는 영향"


각 차원을 독립적으로 분석한 후 통합하면, 정책의 전체 그림이 보인다.

생각을 조각내고, 각 조각을 처리하고, 다시 합친다. 이것이 동차성이다.


선형성: 생각을 변수로 바꾸다


수학에서 선형성은 f(x+y) = f(x) + f(y)를 의미한다. AI 맥락에서 이는: 정적인 질문을 동적인 관계로 변환할 수 있음을 뜻한다.


예시 1: 원인 탐색에서 관계 탐색으로

정적 질문: "왜 청년 실업률이 높은가?"


이를 변수화하면 다음과 같다.

f(금리) : "금리가 1% 상승하면 청년 실업률은?"


f(대기업 채용) : "대기업 채용이 10% 감소하면?"


f(최저임금) : "최저임금이 10% 상승하면?"


각 변수(금리, 대기업 채용, 최저임금)에 대한 함수로 현상을 재구성하면, 단순한 원인이 아닌 변수 간 관계가 보인다.


예시 2: 현상 분석에서 시나리오 분석으로


정적 질문: "현재 부동산 시장의 문제는?"

이를 변수화하면:


f(금리) : "금리가 2%p 더 오르면?"


f(공급) : "주택 공급이 20% 증가하면?"


f(규제) : "대출 규제가 완화되면?"


각 변수 변화의 가늠자를 움직여 보고, 이에 따른 결과를 파악할 수 있다.

생각을 변수의 함수로 만든다. 이것이 선형성이다.


이 관점으로 읽는 법

동차성과 선형성. 이 두 성질을 이해하면 이 책의 구조가 보인다.


3장 - 숫자를 바라보기는 동차성의 실천이다. 복잡한 현상을 숫자로 쪼개고, 데이터로 분석하고, 다시 의미로 조합하는 방법.


4장 - 연결에 주목하기는 선형성의 실천이다. 현상을 독립된 점이 아닌 변수 간 관계로 보고, 패턴을 발견하는 방법.


5장 - 생각에 대해 생각하기는 이 둘의 결합이다. AI와 대화하며 생각을 쪼개고(동차성), 변수로 만들고(선형성), 정교화하는 방법.


6-7장 - 직접 해보기는 이론의 적용이다. 실제 사회 현상에 이 함수를 적용한 기록.


함수는 입력에 따라 출력이 결정된다. 어떤 질문을 넣느냐가 어떤 답을 얻느냐를 결정한다.


이제 시작해보자.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