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실험과 새로운 프롬프팅
첫 번째 패턴: 여러 개를 하나로 모으기
소나타를 생각해보자. 처음에 서로 다른 두 개의 멜로디가 나온다. A 멜로디는 밝고, B 멜로디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중간 부분에서 이 둘이 섞이고 변형된다. 마지막에는 두 멜로디가 같은 분위기로 돌아온다. 처음에는 따로따로였던 것들이 사실은 하나의 세계 안에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이건 "여럿에서 하나로" 가는 방향이다.
두 번째 패턴: 하나를 여러 개로 펼치기
변주곡은 반대다. 하나의 완성된 멜로디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걸 이렇게도 바꿔보고, 저렇게도 바꿔본다. 빠르게도 연주하고, 느리게도 연주하고, 장조를 단조로 바꾸기도 한다. 하나의 씨앗이 여러 가지 모습으로 피어나는 것이다. 이건 "하나에서 여럿으로" 가는 방향이다.
이 두 패턴은 음악에만 있는 게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 자체가 이 두 방향을 오간다.
모으기 (여럿→하나)
여러 개의 낱개 정보를 하나의 덩어리로 압축하는 것이다.
여러 사례를 보고 "아, 이건 다 이런 원리구나"라고 깨닫는 것 (귀납)
점들을 연결해서 하나의 곡선을 그리는 것 (적분)
흩어진 퍼즐 조각을 맞춰서 전체 그림을 보는 것
이건 힘이 드는 작업이다. 자연은 흩어지려고 하지, 저절로 모이지 않는다.
펼치기 (하나→여럿)
하나의 원리에서 여러 개의 결과를 끌어내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죽는다"에서 "소크라테스도 죽는다"를 이끌어내는 것 (연역)
함수가 어느 지점에서 얼마나 빠르게 변하는지 계산하는 것 (미분)
씨앗 하나에서 가지와 잎이 뻗어나가는 것
이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물이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듯이 말이다.
대형 언어 모델(LLM)도 이 두 방향으로 움직인다.
입력을 받을 때 (모으기): "고양이가 매트 위에 앉아있다"라는 문장이 들어오면, AI는 각 단어를 따로따로 보지 않는다. 모든 단어를 한꺼번에 고려해서 "이 문장 전체가 무슨 뜻인지"를 하나의 숫자 덩어리로 압축한다. 여러 단어가 하나의 의미로 수렴하는 것이다.
출력을 낼 때 (펼치기): 압축된 의미 덩어리에서 "다음에 올 단어가 뭘까?"를 계산한다. 가능한 모든 단어에 대해 확률을 매긴다. 하나의 의미가 수만 개의 가능성으로 펼쳐지는 것이다.
핵심은 이걸 여러 번 반복한다는 데 있다.
모으고 → 펼치고 → 다시 모으고 → 다시 펼치고...
이 과정을 반복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잡음이 사라진다: 우연히 들어간 것은 반복할 때마다 희미해지고, 진짜 중요한 것은 점점 또렷해진다. 사진을 여러 장 겹치면 손떨림은 사라지고 피사체만 선명해지는 것과 비슷하다.
단단한 것만 남는다: 이리저리 바꿔봐도 변하지 않는 것, 그게 진짜 구조다. 멜로디를 빠르게 연주하든 느리게 연주하든 남아있는 윤곽, 그게 멜로디의 본질이다.
새로운 것이 나타난다: 단순한 규칙을 계속 적용하면 복잡한 패턴이 생긴다. 프랙탈 도형처럼. 층이 깊어질수록 더 추상적인 개념이 떠오른다.
답에 가까워진다: 매번 조금씩 더 정확해진다. 완벽한 답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계속 가까워질 수는 있다.
복잡한 주제에서 핵심을 뽑아내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겠다.
1바퀴
압축: 알고 있는 것을 모두 늘어놓고, 가장 중요한 몇 개의 문장으로 줄인다.
해제: 각 문장을 여러 측면에서 풀어본다. 이건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지? 수학적으로는? 일상생활에서는?
되돌아보기: 풀어보니까 뭐가 새로 보이는가? 어떤 연결고리가 드러났는가?
2바퀴
다시 압축: 1바퀴 결과를 더 높은 수준에서 다시 줄인다. 이리저리 바꿔봐도 변하지 않는 것은 뭔가?
다른 영역으로 해제: 이 원리가 생물학에도 적용되나? 경제학에도? 교육에도?
되돌아보기: 1바퀴와 2바퀴의 차이는? 뭐가 빠지고 뭐가 강해졌나?
3바퀴
최종 압축: 도달할 수 있는 가장 깊은 본질.
실천으로 해제: 그래서 뭘 어떻게 하면 되는가?
정리: 세 바퀴를 돌면서 뭐가 정제되었나?
1. 문장으로 만들기
원래: "X는 Y 때문에 Z를 한다"
압축: "X의 Z는 Y에 달려있다"
효과: 이야기를 관계로 바꾼다.
2. 구조로 만들기
원래: A, B, C, D가 있다
압축: "A와 B는 반대, C는 둘을 연결, D는 조건"
효과: 요소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보여준다.
3. 수식으로 만들기
원래: "X가 커지면 Y도 커진다"
압축: Y = f(X), f는 증가함수
효과: 애매함을 없앤다.
4. 비유로 만들기
원래: "모으고 펼치기를 반복한다"
압축: "소나타의 전개부와 같다"
효과: 낯선 것을 익숙한 것으로 번역한다.
AI에게 지시할 때, "맥락은 이거고", "제약은 이거고", "할 일은 이거야"라고 나눠서 말하면 왜 더 잘 작동할까?
첫째, 관련된 것끼리 묶인다. 같은 블록 안에 있는 정보는 서로 더 강하게 연결된다. 완전히 분리되진 않지만, "이건 한 덩어리"라는 신호를 준다.
둘째, 역할을 부여한다. "압축하라", "해제하라", "되돌아보라"라는 이름표는 AI가 학습한 수많은 글에서 비슷한 맥락의 패턴을 불러온다.
지금까지의 모든 과정은 하나를 전제한다. "본질이라는 게 있고, 우리가 거기에 다가갈 수 있다"는 믿음. 이게 맞는 말일까?
"본질"이라는 단어가 뜻하는 바가 세 가지 있다.
본질₁: 최소한의 설명 대상을 완전히 복원할 수 있는 가장 짧은 설명. 파일 압축의 극한. "이것만 알면 전부 재구성할 수 있다"는 정보.
본질₂: 바뀌지 않는 것 아무리 변형해도 남아있는 구조. 멜로디를 빠르게 연주하든 느리게 연주하든, 장조로 바꾸든 단조로 바꾸든 남아있는 윤곽.
본질₃: 생성 원리 모든 가능한 현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 규칙. DNA가 몸 전체의 설계도인 것처럼. 공리 몇 개에서 모든 정리가 나오는 것처럼.
본질₁과 ₂에는 다가갈 수 있다. 압축을 반복하면 설명은 점점 짧아지고, 변형을 반복하면 바뀌지 않는 것이 드러난다. 하지만 본질₃은 완전히 잡을 수 없다. 압축은 정보를 잃는다. "공간적 포함 관계"라는 추상적 개념에서 "고양이가 매트 위에 있다"를 유일하게 복원할 수 없다. 수없이 많은 문장이 같은 추상 개념으로 수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생성 원리는 영원히 모르는 것인가? 완전히 알 수는 없지만, 점점 가까워질 수는 있다.
베토벤이 교향곡을 쓸 때, 모든 음표가 처음부터 정해져 있지 않았다. 몇 가지 핵심 아이디어를 전개한 것이다. 우리가 작품을 분석할 때, 그 아이디어를 역추적한다. 완벽할 수 없지만, 점점 더 나은 추측을 할 수 있다.
우리는 본질에 완전히 도달할 수 없지만, 반복할수록 가까워진다. 거북이를 영원히 따라잡지 못해도, 거리는 계속 줄어드는 것처럼.
이 글은 "압축-해제 반복법"을 설명하는 글이다.
1바퀴에서 음악 형식의 두 방향을 발견했다. 2바퀴에서 그것을 보편적 패턴으로 확장했다. 3바퀴에서 실천 가능한 방법으로 굳혔다.
두 가지 질문에 답이 나왔다.
층을 나누면 효과가 있는가? 그렇다. 완전히 분리되는 건 아니지만, 관련된 것끼리 묶이고, 역할이 부여되고, AI의 내부 구조와 공명한다.
반복하면 본질에 가까워지는가? 그렇다. 완전히 도달할 수는 없지만, 매번 잡음이 빠지고 핵심이 선명해진다.
본질은 어딘가에 숨어서 발견되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다. 플라톤이 말한 "이데아"처럼 따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칸트가 말한 "물자체"처럼 영원히 닿을 수 없는 것도 아니다.
본질은 우리의 생각이 수렴하는 지점이다. 처음부터 주어진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고, 고정된 것이 아니라 다가가는 것이며,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함께 확인하는 것이다.
숨겨진 뼈대를 드러내는 것은 정보를 캐내는 게 아니다. 반복적인 정제를 통해 구조를 결정(結晶)시키는 것이다. 소금물을 졸이면 소금 결정이 생기듯, 압축과 해제를 반복하면 본질이 결정으로 맺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