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다시 읽는 '부분소거'의 경제학
논증을 시작하기 전에 하나의 수치를 제시한다.
1973–2014년, 미국 노동생산성은 72.2% 성장했다. 같은 기간 중위 노동자의 실질 시간당 보상은 9.2% 성장했다.
1973년에서 2014년 사이 생산성은 연 1.33%씩 성장한 반면, 전형적 노동자의 보상은 연 0.22%씩, 41년간 총 9.2% 성장에 그쳤다. 생산성 증가분의 87%가 노동자의 임금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더 길게 보면 1979–2019년 동안 순생산성은 연 1.36% 성장한 반면 중위 시간당 보상은 연 0.38% 성장에 그쳤으며, 이 격차의 81%는 노동소득분배율 하락과 보상 불평등 심화라는 두 요인으로 설명된다.
이것은 AI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도구화된 기술이 생산성을 올릴 때 그 이득이 노동자에게 분배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역사적 기록이다. 그리고 그 기록의 답은, 이미 '아니오'다.
AI 논의를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이 전제를 직시해야 한다.
현재 AI에 대한 경제적 논의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아직 AGI가 아니다 → 따라서 지금 당장의 위협은 과장되었다." 이 논리의 약점은, 완전대체가 아닌 부분소거도 경제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조용히 무시한다는 것이다.
구체적 사례 하나를 해부해보자. 스웨덴의 핀테크 기업 Klarna다.
2022년 말 5,527명이었던 Klarna의 정직원 수는 2023년 4,352명, 2024년 말 3,422명으로 줄었다. 회사는 IPO 공시에서 이를 "AI 활용을 통한 운영 효율화를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명시했다. Klarna의 AI 챗봇은 700명의 직원이 하던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고객 서비스 이슈의 평균 해결 시간을 11분에서 2분으로 단축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직원 1인당 평균 매출은 73% 상승했다.
여기서 핵심을 짚어야 한다. Klarna의 AI는 초지능이 아니다. 자율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AGI도 아니다. 그것은 도구다 — 다만 탁월한. 그 도구로 인해 2년 만에 2,100명의 일자리가 소멸했다. 동시에 회사의 매출과 수익성은 개선되었다.
그러나 이 사례에는 그 이후가 있다. Klarna는 2022~2024년 사이 약 700개의 직위를 AI로 대체했으나, CEO 시미아트코프스키는 이 전환이 서비스와 제품 품질을 저하시켰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고객 불만 증가와 운영 문제가 뒤따랐고, Klarna는 현재 인력을 다시 충원하고 있다.
이것이 '탁월한 도구'의 정확한 초상이다. 완전한 대체가 아니고, 그렇다고 단순한 보조도 아니다. 인간의 개입이 여전히 필요하지만, 필요한 인간의 수는 구조적으로 줄어든다. Klarna가 다시 채용하더라도, 5,500명 시대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Klarna는 예외가 아니다. 그것은 이미 수십 년째 진행 중인 구조의 가속이다.
경제학자 데이비드 아우터(David Autor)의 연구는 이 구조를 '직종 양극화(Job Polarization)'로 명명했다. 아우터의 2010년 논문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고숙련(고임금) 노동자와 저숙련(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수요를 늘리면서, 중간숙련(중간임금) 직종의 기회는 감소시켜왔다. 이 U자형 고용 분포로의 전환을 '직종 양극화'라고 한다. BLS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에서도 전통적인 중간 직종군 — 건설, 생산직, 사무직 등 — 은 빠르게 감소해왔음이 확인된다.
이 양극화의 메커니즘은 루틴 편향 기술 변화(Routine-Biased Technological Change)다. 컴퓨터와 로봇이 생산 과정에서 루틴적이고 반복적인 업무의 수요를 감소시키며, 이는 중간 임금 노동자들에게 집중되어 있다. 반면 웨이터나 청소부 같은 비숙련 노동자가 수행하는 업무와 관리자, 의사 같은 숙련 노동자의 업무는 컴퓨터로 코드화하기 어렵다.
그런데 AI는 이 논리를 뒤집는다. 스탠퍼드 HAI AI 인덱스 2024 보고서는 금융, 법률, 소프트웨어, 전문 서비스 등 지식노동 분야에서 AI 도입이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으며, 지식 노동자들이 육체 노동자에 비해 불균형적으로 높은 노출도를 보인다고 밝혔다. 이것은 기존의 자동화 서사를 뒤집는다. 수십 년간 자동화는 먼저 블루칼라, 루틴 육체 노동을 위협할 것으로 여겨져 왔다.
이것이 불문율을 깨는 지점이다. 이전까지 중간계층 노동자들이 자동화의 압력을 받을 때, '더 높은 인지 능력이 필요한 직종으로 이동하라'는 것이 경제학적 처방이었다. AI는 그 도피처에 직접 도달하고 있다.
다음의 수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5년 1월 BLS 발표에 따르면 전문직 서비스 분야의 구인 비율이 201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20% 하락한 수치다. 또한 연간 9만 6천 달러 이상 직위에 대한 채용이 10년 만의 최저 수준에 도달했다.
기술 분야 구인 공고는 2023–2024년 특정 시점에서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했으며, 이 감소세는 금융, 법률, 마케팅, 행정직까지 확산되었다. 그러나 대학 교육을 받은 노동자들의 전체 실업률은 역사적 불황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억제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구조적 신호를 보낸다. 과거라면 생겼을 포지션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현상에는 이름이 있다. 헤드카운트 봉쇄(Headcount Containment). 기업이 매출을 15% 늘리면서 인원을 동결할 때, 그것은 해고가 아니다. 그러나 2018년이었다면 50명을 새로 채용했을 자리이기도 하다. AI가 그 공백을 채운다. 존재할 수 있었던 일자리들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가트너 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기업들은 늘어난 업무량을 추가 채용이 아닌 AI로 흡수할 계획을 지속적으로 세우고 있다.
이것이 부분소거가 완전대체보다 더 교묘한 이유다. 해고 통계는 올라가지 않는다. 실업률은 정상 범위다. 그러나 특정 수준의 노동 수요 자체가 조용히 사라진다.
IMF는 고소득 국가에서 약 60%의 일자리가 AI에 노출될 수 있으며, 이 중 약 절반은 생산성 향상의 수혜를 입을 수 있지만 나머지 절반은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숫자는 총량적 전망이지만, 분포가 핵심이다.IMF의 세부 분석에서는 고노출·고보완성 직종이 전체 고용의 27%를 차지하고, 고노출·저보완성 직종이 33%를 차지한다. 저보완성이란 AI가 인간을 보완하기보다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AI 대체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된 직종에서 30세 미만 신규 진입자와 30–50세 경력자 사이의 실업률 격차가 팬데믹 이전 평균 대비 크게 벌어졌다. 임금 격차도 악화되어, AI 대체 노출도가 1표준편차 증가할 때 신규 진입자와 경력자의 임금 격차가 약 3.3%포인트 확대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은 중요한 구조적 함의를 갖는다. 숙련된 경력자는 AI를 다루는 '감독자'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직종으로 진입하는 사다리의 아래 단계가 소거된다. 주니어 법률 보조원, 주니어 재무 분석가, 초급 개발자 — 이들의 포지션이 헤드카운트 봉쇄의 1차 타깃이다. 이것은 단순히 지금 세대의 취업 문제가 아니라, 경력 형성 경로 자체의 구조적 파괴다. 주니어를 거치지 않고 시니어가 될 수는 없다.
역사적 낙관론은 이 반론을 제시한다. "기술혁신 이후 항상 새 일자리가 생겼다. 이번도 그럴 것이다." 이 논증에 반박하려면, 이번에 다른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짚어야 한다. 그것은 속도의 비대칭이다. ChatGPT는 출시 2개월 만에 1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으며, Instagram이 같은 수치에 도달하는 데 2년 반이 걸린 것과 대비된다. UBS는 "인터넷 분야를 20년간 추적해왔지만 이렇게 빠른 소비자 앱 성장은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Fortune 500 기업의 80% 이상이 출시 9개월 만에 ChatGPT를 업무 흐름에 통합했다.
AI 도구의 확산 속도가 이렇다면, 이 도구들이 대체하는 인지 노동 — 전통적으로 4년제 대학 교육과 수년간의 경력이 필요했던 — 을 위한 재훈련 속도는 어떤가? 맥킨지 추산에 따르면 AI 노출 위험 직종 중 고용주 주도 재훈련 프로그램의 수혜를 받는 노동자는 2025년 기준 15% 미만이다. 나머지 85%는 스스로 전환 비용을 부담하거나, 만성적으로 자원이 부족하고 시장 수요와 맞지 않는 공공 프로그램에 의존해야 한다.
여기에 또 다른 데이터가 있다. 지식노동의 핵심 영역 중 하나인 코딩을 보자. 코딩 역량 표준 벤치마크인 SWE-Bench에서 AI 시스템은 2023년 4.4%의 문제를 해결하던 것에서 2024년 71.7%를 해결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1년 만의 변화다. 인간이 코딩 교육 과정을 개편하고, 대학 커리큘럼을 바꾸고, 수십만 명의 재훈련을 완료하는 데 1년이 걸리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그리고 가장 근본적인 불문율로 돌아온다.
근대 자본주의에서 임금노동은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수행했다. 첫째는 생산에의 기여, 둘째는 소득의 분배. 기업이 이익을 냈을 때, 그 이익의 상당 부분이 임금이라는 형태로 노동자에게 흘러가고, 그 노동자가 소비자가 되어 수요를 창출하는 순환이 자본주의의 기본 회로였다.
그러나 이 회로는 이미 조용히 단락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 데이터에 따르면 기업 이익은 2000년 GDP의 6% 미만에서 2024년 11%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중위 임금은 약 13% 증가에 그쳤으며, 이 성장도 대부분 기술, 금융 등 특정 분야에 집중되었다.
EPI의 생산성-임금 격차 분석에 따르면 1948년부터 1970년대 후반까지 생산직·비감독직 노동자(미국 노동자의 약 80%)의 임금은 생산성과 함께 성장했다. 그러나 그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 성장의 혜택을 광범위하게 분배한다는 명시적 정책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정책 목표가 1970년대 이후 폐기되자 임금과 생산성이 분리되기 시작했다.
AI가 탁월한 도구로서 기업의 생산성을 올리되 인간 노동의 수요를 구조적으로 줄일 때, 이 이완은 가속된다. AI 도입으로 발생하는 이익은 자본 소유자와 경영진에게 불균형적으로 집중되고, 비용은 노동에 불균형적으로 전가된다.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기업들의 이익률은 헤드카운트를 줄이는 과정에서 오히려 확대되었다.
이것이 단순한 기술적 실업이 아닌 이유다. 그것은 소득 분배의 제도적 기반이 흔들리는 문제다. 노동이 분배의 정당한 근거였던 사회에서, 그 근거가 인지적 범용 도구에 의해 조용히 잠식될 때, 우리는 그것을 위기로 인식할 제도적 레이더를 갖고 있는가.
AGI는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재귀적 자기개선은 10년 후의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러나 데이터는 이미 다른 것을 보여주고 있다. 생산성-임금 격차는 수십 년째 벌어지고 있다. 중간 직종의 공동화는 1990년대부터 진행되었다. AI 도구의 채용 봉쇄 효과는 이미 전문직 구인 데이터에서 관측된다. 재훈련 인프라는 전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익의 집중은 자산 데이터에서 확인된다.
이 각각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데이터 포인트가 아니다.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는 누적된 증거다. 그 방향은 이것이다. 완전대체 이전에, 훨씬 조용하고, 훨씬 다루기 어려운 방식의 경제적 충격이 이미 진행 중이다. 완전대체의 공포는 대응을 유발한다. 부분소거의 일상성은 마취를 유발한다. 역설적으로,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시나리오는 가장 극적인 것이 아니라, 통계적으로 정상이지만 구조적으로 균열이 일어나고 있는 그 중간 어딘가다.
그 균열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