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로 확장하는 중국 기업들

이코노미스트 기사 번역과 생각들

by 지적 지니

기사 원문

https://www.economist.com/business/2026/01/13/a-new-generation-of-chinese-companies-is-expanding-around-the-world

몇 년 전만 해도 중국 브랜드가 미국에서 크게 성공하리라고 상상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 맨해튼의 소비자들은 중국 패션 리테일러 ‘어반 리비보(Urban Revivo)’의 2,800㎡ 매장에 들러, 틱톡(중국 기업 바이트댄스가 소유한 숏폼 앱)에서 유행하는 트렌디한 옷을 고를 수 있다. 그다음에는 작년에 이 섬에 매장을 열기 시작한 ‘루이싱 커피(Luckin Coffee)’에서 라테를 한 잔 하거나, 최근 미국에 상륙한 또 다른 중국 리테일러 ‘믹쉐(Mixue)’의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도 있다. 해가 갈수록 해외에서 중국 기업의 존재감은 더 강해지고 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가리지 않고, 산업 범위도 점점 넓어진다. 지난해 중국 전기차(EV) 업체 BYD는 판매량에서 미국의 EV 챔피언 테슬라를 제쳤다. BYD 차량의 5분의 1 이상이 해외에서 팔렸는데, 2024년의 10분의 1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중국의 AI 모델은 이제 ‘글로벌 사우스’뿐 아니라 에어비앤비 같은 서구 기업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번 글로벌 확장 물결은 속도와 폭 모두에서 눈에 띈다. 2024년 상장 중국 기업들은 해외에서 15조 위안(2조 1,00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는데, 2021년의 11조 6,000억 위안에서 증가했다(도표 1). 또한 중국 기업들은 이제 중국에 들어오는 외국 기업보다 해외에 더 많이 투자한다(도표 2). 그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환경 속에서 해외로 나가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중국 기업들은 해외에서 더 큰 ‘물리적 존재감’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중국 기업의 세계화는 처음이 아니다. 1990년대부터 시작되어 2001년 중국의 WTO 가입과 함께 가속화된 첫 번째 흐름에서는, 가전업체 하이얼(Haier)이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Huawei) 같은 기업들이 중국 내에서 생산한 저가 제품을 해외에 팔기 시작했다. 다만 “품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을 떨쳐내는 데는 애를 먹었다.


두 번째 물결은 2010년대 중반 무렵이었다. 안방(Anbang), 푸싱(Fosun), HNA그룹 같은 일부 중국 대기업들이 해외 은행·호텔 등 기업을 사들이는 데 수백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그러나 실험은 오래가지 못했다. 중국을 경계하기 시작한 서방 정부들이 거래를 막았고, 과도한 부채를 떠안은 인수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후 붕괴했다. 반면, 2013년 출범한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아래 글로벌 사우스 전역에서 항만·철도·광산 등을 짓는 대형 계약을 따낸 중국 국유기업들은 해외에서 비교적 더 성공적이었다. 가장 최근의 물결은 중국의 팬데믹 이후 재개방과 함께 시작됐다. 이는 부분적으로 국내 경기의 침체와도 관련이 있다. 성장률은 둔화했고, 치열한 가격 경쟁이 흔하다. 2019~2024년 사이 상장 중국 기업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2.4%에서 11.2%로 하락했다.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들은 중국 기업의 해외 사업 이익률이 국내보다 대체로 더 높다고 본다.


하지만 해외 확장은 매력적인 기회이기도 하다. 자국 시장에서 활동하는 외국 다국적 기업들을 면밀히 지켜본 중국 기업들은 산업용 로봇부터 의료장비까지 온갖 첨단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심지어 ‘우유 커피’까지도 마스터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지만, 필자는 동의하기 어렵다.) 더 나아가 바이트댄스와 초고속 패션업체 쉬인(Shein) 같은 선구자들은 중국이 단순히 모방이 아니라 혁신도 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폭스바겐 같은 서구 자동차 기업들은 이제 중국의 부상하는 전기차 기업들로부터 배우고 싶어 한다.


현지에서 뛰어야 한다(‘그라운드 게임’)

해외에서 성공하려면 중국 기업들도 사업 방식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과거에는 가능한 많은 운영을 중국에 남겨두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점은 2024년 기준 중국의 해외직접투자(FDI) ‘잔액(stock)’이 GDP의 17%에 그쳤다는 사실로도 드러난다. 이 수치는 미국 38%, 일본 57%에 비해 낮다(워싱턴의 싱크탱크 국제금융협회 IIF 기준). 중국의 해외 FDI 잔액은 전 세계의 4%에 불과하며, 네덜란드의 약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변화가 시작됐다. 인건비 상승과 서방의 관세를 계기로, 중국 기업들은 해외 공장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그중 상당수가 글로벌 사우스에 있다. 해외 고객이 늘고 있는 알리바바 같은 클라우드 사업자들은(해외 고객에는 다른 중국 기업들의 해외 법인도 포함된다) 해외 데이터센터를 더 많이 짓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해외 매장도 적극적으로 늘린다. 광저우의 리테일러 미니소(Miniso)는 텍사스부터 태국까지 해외에 3,3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한다. 스마트폰부터 스쿠터까지 만드는 샤오미(Xiaomi)는 향후 5년 안에 해외 매장 1만 개를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현지 유통망과 공급망도 익히고 있다. 미국 화장품 리테일러 울타 뷰티(Ulta Beauty)에서는 항저우 브랜드 ‘플로라시스(Florasis)’의 립스틱을 살 수 있다. 중국 유제품 기업 멍뉴(Mengniu)는 2018년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세운 뒤, 현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이스크림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이 모든 과정은 채용 방식의 변화도 요구했다. 과거 중국 기업들은 해외 사업을 할 때 현지 채용보다 본사 인력을 파견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 결과, 현지에서 “일자리를 충분히 만들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중국인 직원들이 본국 공급업체에 더 의존하려는 성향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지고 있다. 한 글로벌 자문사 파트너는 중국 기업들이 판매·고객서비스·홍보, 심지어 관리직까지 현지인을 더 많이 채용하고 있다고 말한다(다만 재무 고위직은 여전히 민감하다는 이유로 외국인에게 맡기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런 개방성은 인사 담당자들이 외국인 관리에 자신감을 갖게 된 것과도 관련이 있다. 그들 자신이 해외 경험을 더 많이 쌓았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의 해외 확장을 돕는 자문 생태계도 형성되고 있다. 세계의 대형 전문서비스 기업들은 대체로 서구에 기반을 두고, 미국·유럽·일본 기업의 ‘중국 진출’을 돕는 데 더 집중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일부 토종 업체를 포함한 로펌·회계법인 등 자문사들이 중국 기업의 글로벌화를 지원하고 있다.


갈라지는 골칫거리들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 특히 서방의 민감 산업에서 활동하는 중국 기업들은 규제 충돌 리스크를 뼈저리게 의식한다. 대표 사례가 미국 내 틱톡 사업의 강제 매각이다. 이 거래는 이달 완료될 예정인데, 중국 기업들은 비슷한 사태를 피하기 위해 사업 구조를 바꾸기도 한다. 중국의 교육기업 스쿼럴 AI(Squirrel AI)는 올해 말 미국 진출을 계획 중인데, 공동창업자 조린 량(Joleen Liang)에 따르면 이미 미국 내에 중국 사업과 분리된 독립 기술 플랫폼을 구축해 두었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비용과 복잡성을 키운다. 그리고 그것만으로 미국 정부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이달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반도체 기업 엠코어(EMCORE)의 일부 자산을, 델라웨어 등록 법인이지만 중국 국적자가 지배하는 하이에포(HieFo)가 인수한 건에 대해 거래를 되돌리라고 명령했다.


중국 다국적 기업들은 자국 정부의 경계심도 상대해야 한다. 중국 당국은 복잡한 국경 간 지배구조—사업의 일부만 자신들의 관할 아래 놓이는 구조—를 못마땅해한다. 지방 세무당국은 중국 내에서는 부진한 척하며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 기업이 해외에서는 잘 벌어 해외 이익을 역외에 쌓아두는 사례를 알아차렸다. 어떤 경우에는 과세 대상이 되는 본국 송금을 더 요구하기도 한다. 중국 정부는 특히 기업들이 갑자기 인력을 옮겨 싱가포르 같은 곳에 본사를 세우는 일을 경계한다. 지난해 그 도시국가로 옮긴 인기 AI 기업 ‘마누스(Manus)’가 그런 사례다. 베이징의 규제 당국은 마누스의 메타(미국 소셜미디어 대기업) 인수 제안을 조사 중이며, 거래를 막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해외로 나가려는 많은 중국 기업은, 특히 ‘민감’으로 분류되지 않는 업종이라면 정부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 당국은 글로벌 브랜드의 힘을 새삼 인식한 듯하다. 국가 매체는 팝마트(PopMart)가 만든 봉제인형 ‘라부부(Labubu)’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현상을 문화적 영향력의 확대 신호로 치켜세운다. 컨설팅사 롤랑베르거의 데니스 드푸(Denis Depoux)는 중앙정부가 현재 매우 엄격한 해외 투자 승인 절차를 완화하기 시작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앞으로 1년, 세계 곳곳의 소비자들은 더 많은 ‘핫한’ 중국 브랜드와 마주치게 될 것이다. ■




Comment

산업이 세계화되려면 진출 주체가 처음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대개 가격경쟁력과 덤핑이다. 저가의 노동력을 낮은 가격 책정의 원동력으로 삼아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그를 통해 외화를 축적한 뒤 기술 내재화를 달성하는 경로가 마치 공식처럼 여겨져 왔다. 일본과 한국도 각자의 시기에 이 경로를 밟으며 품질을 끌어올리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해 갔다. 중국은 이 경로를 더 거대한 규모로 수행했다. 저가 노동력을 바탕으로 점유율을 만들었고, 막대한 연구개발 투자와 정부의 전폭적 지원으로 기술 내재 기반도 상당 수준 마련했다.


그런데도 중국의 확산 속도는 일본이 80년대, 한국이 00년대에 보였던 파고에 비해 체감상 더딘 면이 있다. 이 지점에서 단순히 “품질이 아직 부족해서”라고 설명하는 것은 불충분하다. 중국 기업이 마주하는 장벽은 품질 그 자체라기보다, 품질 위에 추가로 얹히는 ‘신뢰 비용’에 가깝다. 지정학적 갈등이 고조된 환경에서 중국공산당이라는 정치적 리스크는 기업의 글로벌 확장에 상수처럼 따라붙는다. 특히 민감하고 고도의 기술을 다루는 산업일수록, 서구권에서의 활동 공간은 좁아지고 경우에 따라 사멸에 가까운 상태가 되기도 한다. 네트워크 장비처럼 보안이 제품의 본질인 영역에서 TP-LINK류 기업이 개인정보 백도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은, 성능·가격과 별개로 “의심이 상시화 된 시장”에서 중국 기업이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결국 시장점유율 확대와 기술 내재화로 고품질 제품군을 넓히는 것만으로는 해외 진출의 마지막 길목을 통과하기 어렵다. 그 마지막 관문에는 브랜드 고급화와 헤리티지가 자리한다. 높은 품질의 제품과 고도의 기술을 장기간 연구·축적·활용해 나가면 사람들의 인식 속에 ‘명품’과 같은 위상이 형성되는데, 그것이 헤리티지다. 그리고 이것은 패션이나 식품 같은 사치재에만 적용되는 논리가 아니다. 공급망을 꾸리고 부품을 선택하며 시스템을 설계하는 모든 종류의 의사결정자에게 헤리티지는 곧 리스크 관리의 언어다. 렌즈의 명품이 ZEISS로 떠오르고, 포토레지스트 같은 핵심 소재에서 일본 기업이 ‘정답’처럼 호출되는 것은 감성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했을 때 실패 확률이 낮다”는 산업적 학습이 축적된 결과다. 즉 B2B에서의 명품은 디자인이나 광고가 아니라, 장기 신뢰 데이터와 위기 대응 기록, 품질의 일관성, 장기 지원 역량이 만들어내는 상징 자본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이번 기사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중국 기업들이 단순히 수출을 늘리는 수준을 넘어, 해외 공장·데이터센터·매장 등 물리적 존재감을 확대하고, 현지 채용과 유통망을 강화하며, 규제 충돌을 피하기 위한 독립 플랫폼·분리 구조까지 고민한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 기업이 “중국에서 만들고 싸게 파는” 모델에서 “현지에서 운영하고 신뢰를 설계하는” 모델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그 과정은 필연적으로 비용과 복잡성을 키운다. 또한 그 복잡성이 실제로 서구 정부의 우려를 얼마나 잠재울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기업이 아무리 구조를 정교하게 설계해도, 정치적 환경이 바뀌면 규제는 언제든 다시 강화될 수 있다. 게다가 중국 내부에서도 해외로 이익을 쌓아두는 기업에 대한 세무·규제 압박이 커지고, 본사를 해외로 옮기는 움직임에 대한 경계도 존재한다. 바깥에서는 ‘의심’, 안에서는 ‘통제’가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인 셈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기술을 이미 획득했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그 기술을 ‘헤리티지’로 전환할 수 있느냐에 있다. 기술은 돈으로 압축할 수 있지만, 헤리티지는 시간과 서사로만 축적된다. 대형 고객의 장기 레퍼런스, 공급 안정성과 품질 일관성, 보안과 컴플라이언스의 투명성, 위기 시 책임지는 태도 같은 운영 체계가 누적돼야 한다.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사우스에서 공장과 유통을 넓히는 이유도, 단지 관세를 피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이런 신뢰의 이력을 쌓기 위한 현실적 선택일 수 있다. 결국 중국 산업의 다음 단계는 “싸게 팔아 점유율을 얻는 중국”이 아니라, “비싸도 선택되는 중국”으로 가는 길이다.


그러니 지금은 중국의 해외 확장을 단순한 ‘수출 증가’나 ‘가격 공세’로만 보지 말아야 한다. 이미 기술 내재화의 단계는 상당 부분 지나왔고, 이제 남은 승부는 헤리티지라는 가장 느리고 어려운 자산을 어떻게 축적하느냐에 달려 있다. 중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공장·매장·데이터센터를 세우고, 현지 인재를 채용하며, 규제에 맞춘 구조를 짜는 것은 그 긴 싸움의 초입이다. 세계는 앞으로 더 많은 “버지한 중국 브랜드”를 보게 될 것이다. 그 브랜드가 유행을 넘어 신뢰로 굳어지는지, 즉 헤리티지가 형성되는지 여부가 중국 산업의 진짜 미래를 가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