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c², 인류 최고의 오도송
"天上天下 唯我獨尊 (천상천하 유아독존), 三界皆苦 我當安之 (삼계개고 아당안지)"
이를 직역하면 "하늘 위와 하늘 아래 오직 나 홀로 존귀하구나. 온 세상이 고통 속에 있으니, 내 마땅히 이를 편안케 하리라"이다.
이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보리수 아래에서 큰 깨달음을 얻으신 직후 외친 첫마디로, 모든 깨달음의 원형과도 같다고 한다.
이처럼 깨달음의 경지를 시의 형태로 응축하여 표현한 것을 오도송(悟道頌)이라고 한다.
그 안에는 논리를 뛰어넘는 깊은 통찰이 담겨있다. 이는 동양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서양 철학의 근간을 이룬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Gnothi seauton)" 역시 각 시대의 지성을 한 차원 높은 곳으로 이끈 위대한 설파이다.
하지만 이 위대한 깨달음들은 모두 형이상학적(形而上學的) 영역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 의미가 깊고 무한한 해석의 여지를 주지만, 한편으로는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모호함을 지닌다.
중국 선종의 6대 조사 혜능 대사는 "마음을 부지런히 닦으라"는 가르침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했다.
菩提本無樹 (보리본무수) 明鏡亦非臺 (명경역비대) 本來無一物 (본래무일물) 何處惹塵埃 (하처야진애)
직역하자면, 깨달음은 본래 나무가 아니요, 밝은 거울 또한 받침대가 아니네. 본래 한 물건도 없는데, 어느 곳에 먼지가 일어나리오.
한국의 현대 불교의 큰 스승인 성철 스님은 깨달음의 순간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黃河西流崑崙頂 (황하서류곤륜정) 日月無光大地沈 (일월무광대지침) 遽然一笑回首立 (거연일소회수립) 靑山依舊白雲中 (청산의구백운중)
황하수가 서쪽으로 거슬러 곤륜산 정상에 솟구치니, 해와 달은 빛을 잃고 땅은 꺼져 내리는구나. 문득 한 번 웃고 고개 돌려 서니, 청산은 예 그대로 흰 구름 속에 있네.
이처럼 동서양의 위대한 깨달음이 주로 인간의 내면과 관념의 세계를 향해 있었다면, 20세기에는 전혀 다른 성격의 오도송이 등장한다.
만약 과학의 역사에서 인류 전체를 위한 단 하나의 오도송을 찾는다면, 그것은 단연 아인슈타인의 E=mc² 일 것이다.
이는 인류 역사상 최고의 실재론적(實在論的) 깨달음이라 할 수 있다. 이 공식은 철학적 해석이나 믿음을 요구하지 않는다.
우주 만물에 적용되는 물리 법칙 그 자체이기에 간단하고 명료하며, 누구나 이해하고 검증할 수 있다.
E=mc², 이 공식이 위대한 가장 큰 이유는 그 경이로운 단순함에 있다.
마치 추사 김정희가 몇 번의 붓질로 난의 기품을 그려내듯, 아인슈타인은 최소한의 기호로 우주의 가장 깊은 비밀을 담아냈다.
이 한 줄의 시는 우리에게 두 가지 핵심을 알려준다.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물질(m)은 사실 엄청난 에너지가 똘똘 뭉쳐있는 상태이다. 즉, 물질이 곧 에너지라는 것이다.
그리고, 물질이 에너지로, 에너지가 물질로 자유롭게 모습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E=mc²는 이전까지 별개라고 여겨졌던 질량, 에너지, 빛이라는 구슬들을 하나의 법칙이라는 실(絲)로 완벽하게 꿰어낸 인류 지성의 결정체이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위대한 오도송이 있지만, 그 의미와 영향력 면에서 E=mc² 만큼 인류의 삶을 구체적으로 바꾼 것은 드물다 할 것이다.
By YouTube - http://th.physik.uni-frankfurt.de/~jr/physpiceinstein.html., 퍼블릭 도메인,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1821347 출처 위키백과
E=mc²는 인류에게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안겨주었다.
우리는 원자력이라는 강력한 에너지원을 얻어 현대 문명을 눈부시게 발전시켰다.
하늘의 태양이 어떻게 빛나는지 이해하게 되었고, 첨단 의료 기술로 생명을 구하고 있다.
반면, 인류는 원자폭탄이라는 가장 끔찍한 무기를 손에 쥐게 되었다. 이 공식에서 태어난 파괴적인 힘은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고, 세계를 핵전쟁의 공포로 몰아넣었다.
결국 깨달음 자체는 선도 악도 아니며,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의지에 따라 구원의 빛이 될 수도, 파멸의 불이 될 수도 있다는 뼈아픈 교훈을 얻게 된 것이다.
미국의 팝 디바 머라이언 캐리는 2008년에 자신의 11번째 앨범의 제목을 『E=MC²』로 발표했다.
그녀는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물리 공식 E=mc²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치 있게 재해석했다.
"어느 날 문득 E=MC²라는 공식이 떠올랐어요. MC는 제 이름(Mariah Carey)의 이니셜이잖아요? 그래서 생각했죠. E는 Emancipation(해방)으로 하고... 그럼 '해방 = 머라이어 캐리의 제곱'이 되네?"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녀만의 오도송이다.
그녀는 2005년에 히트를 친 전작인 『The Emancipation of Mimi』가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 되찾은 '해방'이었다면,
『E=MC²』는 그 해방으로 얻은 자유와 자신감을 마음껏 누리는 '제곱'된 행복의 상태라는 것이다.
그녀는 이 앨범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매우 즐겁고 행복했다고 여러 번 언급했다. 제목의 '제곱'된 에너지가 앨범의 밝고 경쾌한 분위기와 연결된다고 말했다.
By US Air Force - http://www.edwards.af.mil/gallery/html_pgs/mariahcarey3.htm (detail of [1]), 퍼블릭 도메인,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20274 출처 위키백과
대표곡 "Touch My Body"와 "I'll Be Lovin' U Long Time", 그리고 "I'm That Chick"(내가 바로 그 여자야) 등은 전성기를 되찾은 여왕의 당당함과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는 자부심이 경쾌한 멜로디 위에 펼쳐진다는 평이다.
머라이언 케리는 『E=MC²』이라는 인류 최고의 물리 공식을 자신의 정체성과 앨범의 주제에 맞게 풀어내며, 자신과 듣는 이들에게 세상의 재미와 의미를 제곱으로 안겨주었다.
아인슈타인은 E=mc² 를 이용해 세상의 물질세계를 규명했다. 머라이언 케리는 E=mc² 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에 울림을 주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위대한 공식 E=mc² 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그 비밀은 바로 머라이언 케리처럼 내 삶에 어떤 ‘증폭 상수(c²)’를 곱하는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C는 빛의 속도(초속 300,000만 km)이다. 따라서 c²은 아주 매우 큰 수이다
경비원에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스티븐 킹은 자신의 저서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나는 휴일에도, 생일에도, 심지어 크리스마스에도 글을 쓴다."라고 말했다.
그는 하루에 최소 2,000 단어라는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채우기 전에는 절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변덕스러운 영감의 여신 '뮤즈(Muse)'를 기다리는 대신, "매일 아침 8시면 어김없이 같은 자리에 앉아있는 자신을 뮤즈가 찾아오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의 오도송이다. 그의 c² 은 '꾸준함'이었다.
스티븐 킹은 매일 글을 씀으로써 항상 이야기의 흐름 속에 머물 수 있었고, 이는 막힘없는 창작과 방대한 작업량으로 이어졌다.
이는 마치 매일 조금씩 운동하여 근육을 유지하는 것과 같다. 꾸준한 단련이 '글쓰기 근육'을 항상 최상의 상태로 유지시켜 준 것이다.
그의 재능(m)은 평범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십 년간 단 하루도 거르지 않은 '꾸준함'이라는 증폭 상수(c²)가 곱해지자, 그의 창작 에너지는 폭발하여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방대한 작품 세계(E)를 구축했던 것이다.
오프라 윈프리의 어린 시절은 가난과 학대라는 고통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불우한 환경은 오히려 그녀에게 더 큰 공감 능력과 강한 의지를 주었다. 그녀의 오도송은 "나는 내 삶의 주인이다"였다.
그녀는 자신의 고통스러운 과거를 이야기로 풀어내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되었다. 그녀의 c²은 긍정적 사고였다.
이외에도, 사람과의 관계, 시대정신, 실패의 교훈, 집중력 등 수많은 증폭 상수들이 있을 것이다.
각자에게 필요한 c² 를 발견하고 연마할 때, 우리의 존재(m)는 상상 이상의 빛(E)을 내뿜는 별이 될 것이다.
그때 우리는 각자의 오도송을 세상에 들려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