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미자!

by 정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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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은 어떤 책을 소개해주실 건가요?

오늘은 그림책을 가져왔는데요. 작가가 우리 주변에서 오늘도 땀 흘리며 일하고 있을 여성 노동자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오, 미자!』입니다. 책에는 다섯 명의 미자가 등장하는데요. 이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성 노동자입니다. 건물 청소부, 스턴트우먼, 택배 기사, 전기 기사, 이사 도우미로 활동하는 이들의 하루를 들여다보며 노동과 여성의 가치와 편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책입니다.


2. 성에 따라 정해진 직업은 없지만, 스턴트우먼, 택배 기사, 전기 기사 등은 여성보다 남성 종사자 수가 많을 것 같은데요. 여성의 직업이라기에는 생소할 수도 있는 분야에서 열심히, 땀 흘려 일하는 미자들의 일상이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책의 제목 ‘오, 미자!’는 다섯 가지 맛을 의미하기도 하는데요. 책에서는 다섯 미자의 삶을 각각 쓴맛, 매운맛, 짠맛, 새콤달콤한 맛, 달콤한 맛 등 다섯 가지 맛으로 표현합니다.


3. 그림책이라 그런지 표현도 재미있게 되어 있을 것 같은데요. 다섯 미자의 삶과 다섯 가지 맛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어보고 싶습니다.

활기찬 미자는 건물 청소부입니다. 바쁘게 일하지만, 근무 중에 쉴 곳이 없어 가끔은 사는 게 참 쓰다고 생각하지요. 피하지 않는 미자는 전기 기사입니다. 늘 복잡한 위험과 싸우지만 두려워하거나 망설이지 않아요. 하지만 누군가 차별의 말을 해 올 때면 피하고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피하지 않아요. 그런 사람들에게 매운맛을 보여줄 필요가 있으니까요. 용감한 미자는 스턴트우먼입니다. 누군가 물에 빠진 순간, 용기를 내 구하기도 하고요. 바닷물이 좀 짜긴 해도 괜찮다고 합니다. 힘이 센 미자는 이사 도우미입니다. 무거운 짐을 척척 나르지요. 누군가의 새로운 시작을 돕는 건 새콤달콤한 귤처럼 모두를 기분 좋게 하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택배 기사 미자는 택배를 기다릴 이들을 위해 숨 가쁘게 일합니다. 가끔은 자신의 노고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요. 그 달콤한 맛에 매일을 살아간다고 말합니다.


4. 앞서 작가는 우리 주변에서 일하고 있을 여성 노동자를 위해 이 그림책을 만들었다고 하셨는데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소외된 직업 종사자나 여성이라서 겪게 되는 어려움이라든가, 다른 사람에게서 얻는 일에 대한 보람 등이 작가의 의도대로 잘 담긴 것 같습니다.

책에서 사람들은 “저기 봐! 기사가 여자야!”, “아줌마가 제대로 할 수 있겠어?”, “저, 여자 성격 불같네” 등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미자들에게 불신의 말과 의심의 눈초리를 보냅니다. 하지만 미자들은 그게 뭐 대수냐는 듯 자신이 맡은 일을 묵묵히 해냅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뜨겁고 용기 있게 행동합니다. 이렇듯 그림책 『오, 미자!』는 색안경을 끼고 세상과 누군가를 바라봤던 우리에게 ‘성별은 그 사람을 이루는 수많은 구분 중 사소한 한 가지일 뿐이라는 메시지를 보냅니다. 그리고 우리가 가진 편견에 대해 다시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지요. 말씀처럼 『오, 미자!』는 독자의 생각이 여기까지 나아가게 하기 위한 장치들을 작가가 자신의 집필 의도대로 아주 잘 활용한 그림책이라고 생각합니다.


5. 『오, 미자!』는 그림책이지만, 쉽게 쓰인 사회과학 서적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데요. '성별은 그 사람을 이루는 수많은 구분 중 사소한 한 가지일 뿐, 편견을 갖지 말자'는 주제를 쉽고 재미있고 세련되게 풀어낸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네. 이러한 주제의 이야기를 인문서나 에세이 등으로 풀어냈다면, 이렇게 쉽게 누구나 읽고 생각해보긴 힘들었을 것 같아요. 인문서 한 권을 읽는 데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며칠이 소요되는데, 그에 비해 그림책은 몇 분이면 앉은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으니 책을 읽자고 큰마음을 먹을 필요가 없잖아요. 여성이나 노동의 가치와 편견 등과 관련한 주제로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오, 미자!』만 한 책이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모든 그림책의 장점이기도 하겠지요.


6. 오늘은 우리 주변에서 오늘도 땀 흘리며 일하고 있을 여성 노동자를 위한 그림책 『오, 미자!』를 만나봤습니다. 노동과 성별에 대한 편견을 다루고는 있지만, 편견을 넘어 이 세상의 모든 미자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있는 책이라는 인상을 받았고요.

책은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산다는 건 맵거나 쓸 때도 있고, 시거나 짤 때도 있습니다. 달콤한 때도 있고요. 그렇게 살아가는 우리는 늘 당신 가까이에 함께 있습니다. 그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미자입니다.” 『오, 미자!』의 작가가 우리 주변 여성 노동자들에게 건네고 싶었던 말은, 말씀하셨듯 세상에 이런 편견이 있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노동자들이 얼마나 가치 있고 귀한 존재인지, 그래서 얼마나 감사한지였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자는 세상의 모든 사람이기도 하지 않을까 하는데요. 한 주 동안 사회에, 사람에 치여 고단하셨을 여러분도 『오, 미자!』의 작가가 건네는 따뜻한 위로로 편안한 주말 보내보시는 어떨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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