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차역에서 만난 친절과 바퀴벌레

by 팅커

난양 기차역은 시간을 가리기 않고 항상 사람들로 붐볐다. 기차역은 너무나도 작고 낡았는데 인구가 많은 이곳을 다녀가는 사람들은 너무 많아 창구역의 줄은 항상 길게 뱀처럼 늘어져 있었다.

의자는 턱없이 부족하고 그마저도 매우 더럽거나 부서진 것들도 많아 아예 짐을 깔고 앉거나 아무렇지도 않게 눕는 사람들도 있어 마치 다른 세계로 온 것 같았다. 가기 싫지만 꼭 가야 하는 곳..

그곳은 기차역이었다.


이렇게 사람들이 워낙 많이 몰리는 곳이니 기차역은 공항처럼 짐 검사를 꼭 하고 들어가야 하고 종종 총으로 무장한 경찰들도 볼 수 있었다.

이 많은 사람들 중 어떤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을지 어찌 알 것인가..

한국과 다른 풍경들을 보는 것도 유학이자 여행의 일부였다.


어느 날 귀국을 위해 베이징으로 가는 야간열차를 타기 위해 평소와 같이 기차역을 찾은 나는 보안검사를 받기 위해 짐을 올려놓았는데 여권을 본 보안직원이 웃으면서 중국어로 "한국인이에요?" 물어본 것이었다.

나는 한국인이라 하면 신기해하는 사람들을 숱하게 봐왔기에 아무렇지 않았지만 그는 매우 신기하고 흥미를 느꼈나 보다.

대뜸 "베이징 가냐?"

"아직 기차 시간 좀 남았으니 우리 옆에 앉아"라며 호의를 베풀었다.

중국에서 누군가의 갑작스러운 호의를 조심하라는 말을 많이 들어 긴장했지만 왠지 그들은 순수한 호기심 때문으로 보여 나는 그들의 책상에 앉게 되었다.

책상에는 중국인들이 즐겨 먹는 간식 요깃거리 "해바라기씨 꽈즈(瓜子)"를 주며 자유롭게 먹으라 하였다.

그러면서 늘 그렇듯 신상 조사를 하듯 이곳에 온 이유, 무얼 하냐 등등을 호기심 넘치게 물어보았다.

그 속에서 나는 마치 직원인 것처럼 보안 검색을 위해 신분증 검사, 짐 확인하는 모습들을 지켜보며 마치 직업 체험하는 이상한 기분에 취하기도 전에.. 그 순간이었다.


책상 서랍에 널브러져 있는 해바라기씨들과 함께 무언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해바라기 씨들이 비닐봉지가 아닌 서랍에 널브러져 있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웠고 설마?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움직이는 물체는 바퀴벌레였다. 2cm 남짓한 그 생물은, 마치 그곳이 자신의 공간인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해바라기씨 껍질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내가 너무 민감한 것일까?"

"이게 그냥 이곳의 일상인 걸까?"

하는 생각이 교차했지만 어쩌면 그 사람은 그게 일상이고 단순히 손님에 대한 호의로 준 것이었을지 모르겠다.


손에 쥔 해바라기씨는 더 이상 음식이 아니었다. 그건 어떤 경계선 위에 놓인 물건처럼 느껴졌다.

나는 깨달았다.

이건 단순히 위생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해바라기씨를 한입도 대지 않았고 대화를 이어갈 생각도 사라졌다. 나는 짧게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그 자리를 떠났다.


세월이 10년이 넘게 흘렀지만 꽤 생생하다.

만약 내가 그때 "해바라기씨들에 바퀴벌레가 돌아다니네요?"라 했다면 그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하며 미소를 지어보기도 한다.


아마도 나는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세계의 범위를 확인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날 나는 환대보다 본능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생각보다 오래 남았다.


매거진의 이전글총성 없는 전쟁터, 중국 기차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