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진론 「그믐달의 마돈나」

by 김지숙 작가의 집

「그믐달의 마돈나」


밤의 맥박은

링거 줄에 역류하는 피

천장 네 모퉁이에 어둠이 잘려 있다

터질 듯 부풀어 오르는

역청 같은 기침

시계가 없는 그녀가 오른쪽 손목을 두드린다

무릎 양말 냄새 나는

여기는 먼 나라의 계절이 산다

물속에 잠긴 흉상 같은

이름표를 버린 침대시트

배추색 한 여자가 비상구로 사라진다

칼로 그어버린 수평선 너머

백색 카라 한 송이를 걸어두고

물에 넣은 양배추처럼

깨어나고 싶어

수직의 링거대에서 마지막 반사등이 꺼진다

커튼은 도청된 귀를 달고

오래 번창해갈 것이다



기괴한 형상 사물의 형태나 예술양식을 일그러뜨리거나 과장되게 부풀리거나 자유분방하고도 기상천외한 형태로 이미지를 과장해서 재창조하는 예술적 표현 기법이 그로테스크이다 시「그믐달의 마돈나」에서는 링거줄 기침 손목 양말 흉상 비상구 카라 반사등과 같은 사물들을 나열하는 과정에서 기상천외한 이미지들이 연속성을 잃어버린 채 서로 이질적인 관계 속에 놓여 있다 하지만 결국은 다시 링거대로 되돌아오는 비선형적 선형성을 지닌다

결국 이러한 사물들의 관계가 기괴성을 드러내는 이유는 낡은 질서에 대한 해체 가치의 도착을 위해 왜곡이나 이질적 결합이나 지나친 면밀성의 뒤섞임을 통해 표현되기 때문이다 현실 속에서는 재현되지 못하는 밤의 맥박 역청 같은 기침 물속에 잠긴 흉상 도청된 귀를 단 커튼처럼 비현실적이며 비이성적이고 비상식적인 이미지가 연속적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 기법은 끔찍하고 우스울 뿐만 아니라 혐오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매력적이기도 하다 이 이미지들은 욕망을 드러내는 무의식 속에 잠재된 환상성을 지닌다 현실에서 이루지 못하는 욕망은 더욱 구체화되어 끝없이 환상 속으로 달아난다

이는 괴기한 것 극도로 부자연한 것 흉측하고 우스꽝스러운 것 등을 형용하며 이는 분명 자연적인 미와는 반대 지점에 놓인다 링거’ 등은 현실적 상황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사물이지만 비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의식과 무의식이 반영된 환상적 이미지를 매개로 내재하는 욕망을 대면하는 통로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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