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어서와 봄날』
월당 나루
장삿길 떠난 아들을 기다리는 노모.
비 오는 날이면 강에 배조차 뜨지 않아
기다림만 멀뚱멀뚱 띄운 채 잘려 나간 세월.
강나루가 사라지고 생긴 버스정류장.
행여, 아들이 집 못 찾을까
작은 간판 하나 써 얹고 주막을 차렸단다.
장작 지피다 연기가 매운 틈에 슬며시 눈물을 닦는다.
유난히 들판이 휑한 늦가을.
날렵한 그리움이 홍시처럼 달리던 석양에
세상을 떠난 노모.
허물어진 벽 사이로 낡고 정갈한 무명옷 한 벌 걸려 있다.
사그라진 삶에 지친 국밥집 간판.
어미의 눈으로 오가는 버스 꽁무니만 바라본다.
4대 강 사업으로 낙동강이 정비되기 전, 월당 나루터 주변에는 오래된 밥집이 하나 있었다 내가 그곳을 찾았을 때에도 이미 그 집 식당은 문을 닫은 채 오래된 나무 간판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열린 문으로 그 집 안을 들여다보는 일은 쉬웠다 가재도구가 그대로 있고 식당 안은 낡았지만 정갈했다 드럼통 주위로 앉는 의자 몇 개가 달랑 놓여 있고 옷가지가 몇 벌 걸려 있을 뿐 거의 대부분 벽은 비어 있었다
한 때는 포구였지만 땅을 메운 벌판은 정류장이 되었다 차를 운전하여 지나가면서 집에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간판을 눈여겨보아 온 터였다 빈공터에 주차하고 강을 보러 내렸더니 동네에 사는 할머니가 말을 걸어온다
'여 땅은 다 정부가 사들이고 보상도 끝났어'
'곧 파 뒤집을 거야 저기 우리 집을 사'
'우리 집은 재개발 흡수가 안됐어'
문 닫은 식당 옆에 차를 댄 내가 땅을 사려고 온 줄 알았나 보다
식당은 왜 문들을 닫았는지 물었다 식당 할머니는 이 동네 찌끼미로 제일 오래 살았고 일찍이 영감을 먼저 저 세상 보내고 이곳에서 아들 하나 애지중지 키웠는데, 그 아들마저 마음을 못 잡고 사방천지 돌아다니면서 집에는 통 오지 않아 애를 태웠다고 했다
오지 않는 아들을 기다리다 좋은 세월 다 보내고 주막에 오는 손님마다 붙잡고는 영감 아들 함께 살던 옛날이야기만 하더니 치매가 와서 얼마 전에 나라에서 운영하는 요양원에 들어갔다고 한다
아들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땅 보상 문제는 법원에서 해결한 것 같다고...
지나는 길에 눈길 한번 주었을 뿐인데 막상 그 식당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남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들은 알고 있었을까 그 노모는 또 알고 있었을까 못난 자식이 선뜻 노모 앞에 나타나기 힘든 마음을. 또 그 못난 자식을 기다리는 노모의 마음을. 그들은 서로 그 마음들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었을까
월당 나루 : 경남 양산시 물금읍 물금리 789-1 양산 문화체육공원 내 월당나루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