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자·심상운

by 김지숙 작가의 집

김은자·심상운



인간의 본성에는 유희를 추구하는 본능이 있다 이 본능은 고대로 부터 이어져 내려왔으며 놀이 하는 인간 호모루덴서에 대한 정의를 호이징거(Johan Huizinga: 1872-1945)는 이렇게 내린다

'형식이라는 각도에서 보면 놀이는 허구적인 것으로서 일상생활 밖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놀이하는 자를 완전히 사로잡을 수 있는 자유 로운 행위로 간단하게 정의할 수 있다. 그것은 어떠한 물질적 이익도 효용도 없는 행위로서 명확하게 한정된 시간과 공간속에서 행해지며, 주어진 규칙에 따라 질서 정연하게 진행되는 데 기꺼이 자신을 신비로 둘러싸거 나 혹은 가장 을 통해 평상시의 세계와 무관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집단관계를 생활 속에 생기게 한다'

놀 수 있다는 것은 정신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며 생존의 사슬을 벗어나 여가를 즐길때 비로소 인간의 삼이 지닌 독특한 의미가 발현된다고 하여 문화 속에 녹아 있는 놀이의 모습을 통해 놀이가 가진 생동적인 측면을 보여주려 했다




끓여도 끓여도 입을 열지 않는 조개가 있다

악다무는데 이력이 난 것

⌜중략⌟

노크하지마

껍데기 안에 은밀한 생애가 누워 있다

투박하고 무거운 평상복 수의 입고

무덤 속에서도 입! 다물고 있다.

-김은자 「조개국을 끓이며」일부



나는 가끔

페인트 통을 들고 낡은 벽을 칠하는 아이들이

제각기 떠들어대는 소리를 듣는다

⌜중략⌟

나는 빛깔들을 다 쏟아낸 빈 페인트 통을 두드려 본다

가볍고 맑은 아이들 소리가 나고

눈부신 햇살 속에서 수천의 이파리를 반짝이며

바람에 흔들리고 있던

은사시 나무의 잎사귀 소리가 들린다.

-심상운「칠 놀이 또는 페인트 통」일부



놀이는 현실적인 목표를 의도하지 않고 그 자체를 즐기기 위한 앵동이며 일상과 분리된 특정공간시간에서 가능하며 나름의 엄격한 규칙이 따른다 따라서 경기나 제의 고대의 경기 예술조차도 놀이에 속하며 제의에는 성스러움과 진지함을 포함하는 광의의 의미에서 놀이이다

이러한 놀이는 호이징가의 말처럼 문화이자 문화를 창조하는 현상의 기원이다 그럼에도 현대인들은 만연한 놀이터 속에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고대 문명 속에서 놀이와는 다른 놀이를 하고 있으며 이들의 놀이는 인간의 삶과 생계를 위한 수단과 직결되어 있어 여러 문제를 발생시키는 점에서 순수하고 싱싱한 놀이와는 다른 축을 형성한다

심신의 자기목적인 자유활동도이라는 유희와는 달리 공부란 몸에 익숙하게 하거나 몸과 마음을 일치시킨다. 체현(體現, embodiment) 역시 구체적 행동이나 형태로 현재 상황에서 표현하거나 실현한다는 뜻으로 개인과 자신을 둘러싼 환경 속에서 체화된다는 내면화 맥락으로 구성된다.(Freiler, 2007)

김은자의 시 「조개국을 끓이며」의 화자는 익어가는 조개를 자신의 삶과 이에 반응하는 세계와의 관계로 확장하는 과정을 감각적으로 체득한다. ‘껍데기 안에 은밀한 생애가 누워 있다’ ‘악다무는데 이력이 난’ 등 현존 상황을 내면화하였고 자신의 몸을 둘러싼 주변과의 관계와 일체화하려고 노력을 보인다

심상운의 시 「칠 놀이 또는 페인트 통」에서 화자는 칠하는 아이들의 소리를 들으며. 상상 속으로 빠져든다. 스스로 온몸에 칠하는 화자는 ‘새’. ‘타히티 여인’, ‘멧돼지’ 등 전혀 한 공간에 존재하지 못하는 사물이 한 공간에 있고, 칠놀이를 끝낸 후 환상에서 깨어난다. 몸은 그대로이지만 내면에서 화자의 몸은 하고 싶었던 놀이, 만나고 싶었던 순간, 생생한 기억들을 실행하는 상상 공간을 체현한다.

놀이란 일상에서 벗어난 상황에서 지속적이되 자발적으로 시작하고 그만두며 기쁨과 즐거움, 자유로움 지시 움직임 규칙이 있으며 함께 어울리는 특성이 있다.(King, 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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