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다"

오늘의 한 끼에는 어떤 추억이 담겨 있나요?

by 윤슬

"오늘 어디 나가?"

"몰라. 왜?"

"저녁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사줄게 밥 먹자"

"밖에서?"

"응"

"알겠어"


뜬금없는 엄마의 문자였다. 최근 여러 가지 일들로 엄마와 서먹한 관계를 이어갔던 나에게 단둘의 외식은 뜻밖에 제안이었다. 솔직히 반갑지만은 않았지만 딱히 피할 이유도 없었기 때문에 기꺼이 받아들였다.


시간 맞춰 약속 장소에서 엄마를 만난 나는 무미건조한 인사를 전했다. 엄마는 대수롭지 않게 나의 인사를 받으며 무엇이 먹고 싶은지를 물었다. 비가 오는 날. 내가 떠오른 메뉴는 칼국수였다. 그러나 호기롭게 밥을 사주겠다고 한 엄마는 8천 원의 칼국수가 아쉽고 미안했는지 자꾸 다른 메뉴를 물어보았다. 나는 확고히 "칼국수"라고 말하며 기어이 칼국수를 먹으러 갔다.


우리는 북적이는 가게로 들어가 다행히 자리를 잡고 앉았다. 칼국수 하나와 보리비빔밥을 시키고 어색하게 마주 보며 앉아 있었다. 서로 괜히 핸드폰만 연신 두드리며 오지도 않은 연락들을 확인했다. 그러다가 드디어 메뉴가 나오고 엄마가 첫술을 떴다.


평소 외식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엄마였고, 특히 엄마 입맛에 딱 맞는 음식점을 찾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웠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내가 만든 음식은 아니었지만 심사받는 느낌으로 엄마의 반응을 살폈다. 엄마는 국물을 떠먹어본 후 아무런 말 없이 칼국수를 한입 먹었다. 그리고 나온 말.


"맛있다"


그 한마디가 뭐라고. 아까의 어색하고 불편했던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그냥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동안 밥은 어떻게 챙겨 먹었는지부터 사소한 이야기까지. 그렇게 모든 그릇을 비운 만족스러운 식사가 끝나고, 가게를 나온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다음에 또 먹으러 오자"


줄 서서 기다린 맛집도 아니고 그냥 별로 신경 쓰지 않고 고른 메뉴였다. 그런데 엄마의 "맛있다" 한마디로 나의 기분은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별거 아닌 한마디에 기분이 달라지는 내가 어이없기도 하면서 이렇게 사소한 걸로도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 참 다행이었다.


이렇게 또 오늘의 하루를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