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샤워를 한다”
그냥 기록된 일상
"띠리리리~" 듣기 싫은 알람소리에 ‘오늘 하루가 또 시작되었구나’ 하며 설렘보다는 한숨을 쉬며 평일 하루를 시작하기 일쑤다. 매일 듣는 알람 소리에 지긋지긋하지만 알람 소리를 바꾸지는 않는다. 알람 소리를 바꾸는 건 또 다른 듣기 싫은 소리가 생기는 것뿐이니. 굳이 좋아하지는 않는 것을 많이 만들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샤워를 하기 위해 화장실로 향한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대충 치약을 칫솔에 묻혀 입에 물고 뜨거운 물을 튼다. 뜨거운 물을 맞으면서 이를 닦으면 금방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한 여름에도 뜨거운 물로 샤워를 했다. 온몸이 짜릿해지는 찬물 샤워는 선호하지는 않는다. 뜨거운 물을 맞으며 이를 다 닦으면 알람소리로 불쾌했던 마음이 상쾌함으로 변한다. 이 순간이 아침에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다.
아침 샤워를 하며 수많은 생각을 한다. 누군가는 샤워할 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말한다. 나도 오로지 내 생각에만 집중하는 시간이다. 오늘 하루 일정이 뭐가 있지…? 오늘 무슨 회의가 있지…? 점심은 뭘 먹지…? 오늘 무슨 날이던가…? 때로는 어제 하루를 되뇌며 혼자 부끄러워하기도 한다. 유일하게 핸드폰을 보지 않고 디지털 디톡스를 하며 내 생각들에 집중하는 시간. 내 아침 샤워 시간이다.
이렇게 수많은 생각을 하며 일정도 정리하고 하루를 준비한다. 어제 회의에서 너무 공격적으로 말하지는 않았는지, 어제 술자리에서 내가 너무 신난 건 아닌지 걱정과 후회를 하다가 면도날에 베이기도 한다. 하지만 머리를 감고 면도를 하고 마지막으로 비눗물을 씻어내다 보면 결국 다 그냥 지나가는 생각이다. 마치 유튜브의 쇼츠와 인스타그램의 릴스와 같이 말이다. 오히려 생각 정리가 안되고 머릿속은 수많은 생각들로 복잡하면서도 단순하게 지나가버린다. 그렇게 온몸의 비누가 씻겨 내려가면 생각도 멈추고 출근 준비를 서두른다. 아침 샤워를 하며 했던 모든 생각들은 결국 결론 없이 휘발되었다. 출근길에 오르고 핸드폰 속의 수많은 콘텐츠들을 보고 회사 의자에 앉는 순간 무엇을 하며 출근했는지 기억조차 안 나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아침 샤워 시간에 생각한 수많은 생각과 고민의 끝은 그 순간들의 결정으로 끝이 난다.
그리고 출근길,
나는 생각 디톡스를 하기 위해 또다시 핸드폰을 보며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