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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중 Mar 20. 2024

자유

어떤 자유를 원합니까?

* 해당 글은 모든 스타트업을 평가하는 것이 아닌 필자가 한 스타트업을 다니며 느꼈던 감정을 담은 글입니다.


스타트업하면 자유롭고 수평적인 문화라는 인식이 있다. 어떤 자유와 어떤 수평적인 문화를 꿈꾸는가? 필자의 스타트업에선 어떤 자유를 얻었을까?


시간의 자유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경력에서 나는 진짜 시간적 자유로움을 스타트업에서 맛봤다. 내 업무만 해낸다면 자유롭게 출퇴근하며 내 시간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면서 하루를 만들어 나간다. 본인의 하루를 본인이 만들어나간다는 것. 당연하지만 직장인에게는 쉽지 않다. 하지만 자율출퇴근제로 인해서 오전에 운동을 가거나, 무엇을 배울 수 있는 취미생활이 가능하고, 은행이나 주민센터 업무도 자유롭게 눈치 보지 않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간적 자유가 주어진다는 것은 겪고 나서야 정말 큰 복지혜택이라는 것을 알았다. 애매한 30분 단위의 좁은 시간대가 아닌 정말 내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자율출퇴근제 말이다. 이러한 제도로 나의 삶은 더욱 풍부해지는 것 같았다. 단순히 늦게 출근해도 되니까 늦잠을 잘 수 있어서가 아니다. 1분 차이로 지각을 할까 봐 쫓기듯 하루를 시작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로운 오전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은 하루의 기분 좋은 시작에 도움을 준다. 오히려 늦잠을 자는 것이 아니라 오전을 탄탄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업무의 자유

업무에 대한 자유는 어떤가! 업무적인 자유도 사실 매우 높았다. 본인이 진행하고자 하는 업무에 있어 의구심을 품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다양한 시도를 해보자고 말하는 사람들이었다. 근데 문제는 실행 직전 단계에서 발생한다. 방향성이 일치했고 어느 정도 아이데이션 단계에서 공유가 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진행한 기획 내용은 갑자기 다른 방향성의 피드백과 의구심으로 가득 찬 질문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기획 단계에서 뒤집어지는 일은 너무나도 많다. 어떤 회사도 기획이 실행 단계로 넘어가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설득력이 있는 피드백인가? 와 질문인지 의심인지의 차이다. 하지만 내가 겪은 상황은 후자의 상황이었다. 왜냐면 그럴싸한 피드백과 질문들이 던져졌으나, 사실은 모두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왜냐하면 사실 그 말은 즉슨 자본의 한계, 리소스의 한계를 돌려서 말하기 때문이다. 자본과 리소스. 실행 단계에서 충분히 고민되고 막힐 수 있는 부분이나 좀 더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이 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납득이 어려운 피드백은 누구나 받아들이기 힘드니까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럴싸한 말로 포장이 되어도 나는 속 뜻을 다 알고 있다.


책임의 자유

모든 회사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각 리드들이 책임을 지는 자리라고 하지만 실무자들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성과가 나지 않았을 때의 압박, 어떻게 할 거냐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대화들로. 그것을 견디는 것 또한 실무자들이 성과를 내지 못한 책임이다. 스타트업에서는 그런 관점으로 보면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오히려 스타트업 특성상 1명이 여러 가지 과업을 처리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책임지는 일이 더욱 많은 상황이다. 직원 한 명의 성과가 매우 중요한 스타트업에서는 본인의 성과가 팀 성과나 회사의 성과에 더 많은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에 책임으로부터의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큰 기업들에 비하면 본인이 원하는 업무를 더 많이 펼칠 기회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커리어적인 도움과는 별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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