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가 대기업 김 부장, 은퇴 앞에서 멈춰 선 성공

회사 밖의 삶을 한 번도 계산해보지 않았다

by 술이술이

김 부장은 1972년생이다.

대기업에 입사해 쉼 없이 달려온

시간만 30년에 가깝다.


새벽같이 출근해 밤늦게 돌아오는

날들이 반복됐고,


그 시간 끝에

그는 서울에 자가 아파트 한 채를 남겼다.


누군가는 그것만으로도

인생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라 말한다.


실제로 주변의 시선도 그랬다.


“그래도 김 부장은 강남에 집이 있잖아.”

라는 말이 늘 따라붙었다.


하지만 그의 하루는

점점 무거워지고 있었다.

임원 승진에 대한 강박,


후배들보다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

회식 자리에서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끊임없이 비교하고 계산하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많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도

한동안 내리지 못한 날이 늘어갔다.


회사가 사라진

뒤의 삶을 떠올리면,

생각이 거기서 멈췄기 때문이다.


김 부장은

늘 ‘정년까지만 버티면 된다.’라고

자신을 설득해 왔다.


그러나 정년 이후의 시간은

제대로 그려본 적이 없었다.


은퇴 후 20년,

어쩌면 30년 가까운 시간이


남아 있다는

사실은 알면서도,


그 시간을 숫자로 바꿔

계산해 본 적은 없었다.


아니, 계산하기 싫은게 맞다.


매달 얼마가 필요하고,

평생 얼마를 써야 하는지,


그 돈이 어디서 나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늘 막연함 속에 묻혀 있었다.


국민연금에 대한

막연한 기대도 컸다.


‘그래도 국민연금은 나오겠지’라는

믿음이 마음 한편을

지탱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손에 쥐게 될 금액이

현재의 생활을 얼마나

유지해 줄 수 있는지,


물가가 오르면

그 돈의 가치가


얼마나 줄어드는지까지

따져본 적은 없었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도

가입은 되어 있었지만,


그것이 노후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도 부족했다.


연금은 준비하는 자산이 아니라,

언젠가 알아서 받게 되는

돈처럼 여겨졌다.


자산 구조는 더 단순했다.

그의 자산 대부분은

서울 아파트 한 채에 묶여 있었다.


장부상 자산은 컸지만,

매달 통장으로 들어오는

현금은 없었다.


오히려 재산세 수준을 보면서

중산층 이상이라는

묘한 안도감을 드끼곤 했다.


집을 활용해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


주거를 조정하거나

주택을 연금처럼

활용하는 방법은


한 번도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았다.


집은 평생 지켜야 할 성과였지,

삶을 위해 써야 할 자산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은퇴 후 생활비 역시

현재의 지출을 기준으로

막연히 떠올릴 뿐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늘어날 의료비,

예상치 못한 병원비 등 ...,


그리고 조용히 삶을 압박하는

물가 상승 계산표는

어디에도 없었다.


퇴직금은 노후를

책임질 자금이라기보다,


자녀를 돕거나 한 번쯤 해보고 싶은

무언가에 쓰일 돈으로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는

은퇴 이후의 삶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어떤 일을 하며

하루를 보낼지,


소득이 줄어든

삶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배우자와

같은 공간에서 보내게 될

긴 시간을


어떻게 채울지에 대한 대화는

늘 뒤로 미뤄졌다.


회사라는 울타리가 사라진 뒤의

자신을 상상하는 일은 두려웠고,

그래서 피하고 싶었다.


김 부장의 문제는

자산의 크기가 아니다.

전략의 부재였다.


그는 집을 사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 집을 현명하게 쓰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가족과 나누는 법,

그리고 30년 넘는 시간을


버텨낼 구조로

바꾸는 법을 준비하지 못했다.


그렇다.

집을 소유하는 데서 멈춘 자산은

노후를 지탱해주지 않는다.


은퇴 이후의 삶을

결정하는 것은

‘얼마를 가졌는가’가 아니라


‘그 자산을 어떻게

살아 있는

구조로 바꾸는가?’다.


김 부장의 이야기는

특별하지 않다.


우리 역시 비슷한 질문 앞에

서 있을지 모른다.


집은 있지만,

매달 숨 쉴 수 있게 해주는


현금 흐름은

준비되어 있는가?.


연금은 막연한 기대에

머물러 있지 않은가?.


은퇴 이후의 하루를,

배우자와 함께 구체적으로

그려본 적은 있는가?.


다만 김 부장은

한 가지를 깨닫기 시작했다.


아직 모든 답을 알지 못해도

괜찮다는 것,


지금 이 질문을 마주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변화의 시작이라는

것을 말이다.


자산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선택지는 생각보다 많으며,


시간 또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늦었다고 느끼는 바로 지금,

이 시점이,


어쩌면 가장 빠른 출발선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다행이다.

작가의 이전글은퇴 후 30년 시대, 소득 공백기 어떻게 메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