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과 행복의 상관관계

'집밥'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이 한 단어는 정말 많은 생각들을 떠오르게 한다. 가장 먼저 말 그대로 '집에서 먹는 밥'이라는 뜻을 시작으로 상황에 따라 느낌과 뉘앙스가 많이 달라진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집밥'이라는 말이 가진 느낌 자체는 '따뜻하고 포근함'에 가깝다. 형언할 수 없는 따뜻함과 편안함 속에서 그 어떤 밥보다 맛있는 '집밥'을 오늘도 어머니 아버지와 같이 먹었다. 

우선 모두가 좋아하는 반찬인 수육은 어머니가 집 근처 대형마트에서 직접 골라서 사 온 것을 시작으로, 몇 십 년간 집에서 수육을 만들어 온 노하우를 살려서 이번에도 정말 맛있는 수육을 만들어 주셨는데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가 한 입을 드시더니 고개를 저절로 끄덕끄덕하시는 것을 보니 결혼 초기에는 요리를 너무 못해서 아버지가 상당히 힘들어했던 시절은 이미 추억 속으로 사라진 지 오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음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반찬이기도 한 매운 어묵볶음도 아주 빠르게 뚝딱 만들어주셨다. 확실히 내가 초중고등학생 때보다 만드는 속도도 그렇고 같은 요리를 해도 퀄리티가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상승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래서 뭐든지 오래 꾸준히 하다 보면 저절로 수준이 올라가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어머니가 좋아하는 음식인 청국장을 추가하면서 저녁에 다 같이 먹는 따뜻한 집밥이 완성되었고 친동생은 아직 해외에 나가서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아버지, 어머니, 나 3명에서 사이좋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저녁식사를 했다.

청국장을 싫어하시는 아버지는 어머니가 청국장을 식탁에 가지고 오자마자 오만상을 찌푸리며 냄새가 난다며 투덜투덜 대기 시작했고, 그런 아버지를 보고 맛은 좋으니 일단 한 입 먹어보라고 맞장구치는 어머니의 모습. 

그래 이게 우리 집의 일반적인 모습이지. 그리고 반주로 술을 드시는 아버지를 향한 어머니의 엄청난 폭풍 잔소리와 짜증을 내면서 꿋꿋이 반주를 드시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시간이 지나도 전혀 바뀌지 않는 우리 집의 식사풍경이 너무나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어머니의 정성이 들어간 따뜻하고 포근한 집밥과 같이 먹으면서 보니 5년간의 해외생활을 접고 집으로 돌아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이제 계속 이 모습을 보면서 살아야겠다. 

마지막으로 역시나 우리 어머니의 요리는 뭐든지 간이 싱겁다. 내가 싱겁다고 하면 그만큼 김치를 먹어서 간을 맞추라는 어머니의 대답도 한결같다. 그래도 그 어떤 사람보다 우리 어머니의 밥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사람이 나여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