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어릴 땐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지나가다가 인사하며 친해졌고 같은 반이라는 이유만으로, 혹은 같은 게임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그저 자주 본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친구가 되어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이를 먹을수록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게 점점 어려워진다. 그 이면에는 단순히 시간 부족이나 게으름 이상의 무언가가 분명히 존재한다. 왜 나이가 들수록 친구를 사귀는 게 어려워지는지, 그 감정의 정체와 사회적 조건들을 하나하나 짚어보자.
첫째, 어른이 되면 점점 자연스러운 만남이 사라진다 우리 어릴 때는 학교라는 반강제적인 공동체가 있었다. 등교하고 쉬는 시간마다 마주치고 같이 놀고 싸우고 화해했다. 아무리 낯을 가리던 친구도 반복되는 접촉 속에서 결국 친구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 그런 반강제적 공동체의 장이 사라진다. 대부분의 만남이 업무 목적이거나, 누군가의 소개를 통해서만 이뤄진다. 즉, 목적 없는 순수한 만남이 거의 없어지는 것이다.
둘째, 사람을 만나는 데 '용기'가 필요해진다
어릴 땐 그냥 다가가 "야, 우리 같이 놀자" 한마디면 됐다. 거절당해도 금방 잊고 다른 아이에게 가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 상황이 다르다.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하다. 혹시 내가 위험하진 않을까? 거절당할까? 지나치게 친해지려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들이 마음을 먼저 채우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면서 이미 수많은 관계의 경험 속에서 상처를 받았기에 그만큼 더 조심스러워진게 이유다.
셋째, 점점 나만의 그 리듬을 깨기 싫어진다
성인이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만의 생활패턴이 생긴다. 출근, 업무, 식사, 퇴근, 휴식. 여기에 누군가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는 건 일종의 리스크처럼 느껴진다. 내가 익숙한 생활 패턴을 바꾸면서까지 누군가를 만나서 알아가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큰 에너지가 드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새로운 사람을 피하고 기존의 익숙한 관계만 유지하려 하는 경향이 생긴다.
넷째, 진짜 친구를 만들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친구란 단순히 몇 번 만났다고 생기는 게 아니다. 진심으로 믿는 친구가 되려면 많은 시간을 공유해야 한다. 감정도 나누고, 위기도 함께 겪고, 신뢰가 쌓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성인이 된 우리는 너무 바쁘다. 일도 해야 하고, 가족도 돌봐야 하고, 자기 관리도 해야 하기에 하루 24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새로운 친구 만들기'는 우선순위에서 점점 밀려나고 필요할 때는 어릴 적 친구들을 찾는다.
다섯 째, 누구나 벽을 세우고 있다
알다시피 사실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을 느낀다. 새로운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다들 그런 마음을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무심한 척, 바쁜 척, 관계에 별로 관심 없는 척한다. 왜냐하면 마음을 열었다가 상처받을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겉으론 무관심해 보여도, 속으로는 끊임없이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아무도 먼저 손을 내밀지 않기에 모두가 혼자 있는 것이라는걸 우린 잊지 말아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 사귀기가 어려워지는 건 각자의 방식대로 삶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더 이상 매일같이 사람을 만나는 환경에 있지 않고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것도, 시간을 내어 만나는 것도 더 많은 용기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에 대한 그 갈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니 때로는 용기를 내어도 좋다. 가볍지만 다정한 인사를 먼저 건네고, 커피 한잔 하자고 먼저 제안하는 것. 그 작은 행동 하나가 우리의 세계를 조금씩 넓혀줄 수 있다. 어른이라는 건, 이제 스스로 연결을 만들 때라는 의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