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tory] 치매는 피할 수 있을까?

치매에 관한 짧은 이야기

by 매드본

'누구나'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흐려진다. 차량에 년식이 있듯, 우리 뇌도 시간에 역행할 순 없는 노릇이다. 가끔 약속을 깜빡하거나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잊었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이 자주 반복될 때, 우리는 불안해진다. '혹시 이 나이에 치매가 시작된 건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치매를 나이 들며 피할 수 없는 숙명처럼 받아들이곤 한다. 과연 그 생각은 사실일까? 그리고 치매의 징후를 일상에서 어떻게 점검할 수 있는지까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치매는 단일 질병이 아니다.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뇌 기능 저하의 총칭이다. 가장 잘 알려진 형태는 알츠하이머병이지만, 혈관성 치매, 루이소체 치매, 전두측두엽 치매 등도 있다. 공통점은, 뇌세포가 손상되며 기억력, 판단력, 언어능력, 감정 조절 등이 점차 무너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변화는 정말 피할 수 없는 걸까? 과학은 여기에 ‘아니다’라고 답한다. 치매는 특정한 경로를 따라 진행되며, 그 과정은 생각보다 길다. 뇌세포는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알츠하이머병은 뇌 안에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서서히 쌓이고, 타우 단백질이 신경세포 내에서 얽히기 시작하면서 수십 년에 걸쳐 천천히 진행된다. 다시 말해, ‘치매는 갑자기 오는 병이 아니라, 오랫동안 축적된 결과’인 것이다.

이 말은 곧, 그 축적 과정을 막거나 늦출 수 있다는 뜻이다. 많은 연구가 보여주는 결론은 간단하다.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중년기 이후의 건강 습관은 그 이후의 인지 기능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고혈압, 당뇨, 비만, 흡연, 음주, 수면 부족, 사회적 고립, 우울증. 이 모든 요인은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인다. 반대로,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사, 충분한 수면, 지속적인 학습, 풍부한 사회적 교류는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제 중요한 질문. ‘나는 지금 괜찮은가?’라는 의심이 들 때, 어떻게 점검할 수 있을까? 스스로 치매의 징후를 점검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들이 있다. 다음은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체크 항목이다:

최근 일어난 일을 자주 잊는다 (예: 방금 나눈 대화를 기억하지 못한다)


익숙한 장소에서 길을 잃는다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한다


날짜나 계절을 헷갈린다


계산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예: 거스름돈 계산이 어려움)


평소 해오던 일을 더디게 하거나 순서를 잊는다


말이나 글을 할 때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자주 멈춘다


이 중 2~3가지 이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전문적인 검진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단순한 건망증과 치매 초기의 차이는 ‘기억을 완전히 잃는가, 아니면 일시적으로 떠올리기 힘든가’에 있다. 건망증은 단서를 주면 기억이 떠오르지만, 치매는 아예 기억 자체가 사라진다.


최근에는 HRV(심박변이도)와 같은 생체 지표가 인지 건강과 밀접하게 관련 있다는 연구도 주목받고 있다. 자율신경계의 안정성, 즉 스트레스 회복 능력이 좋을수록 뇌 기능이 더 오래 유지된다는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치매 발생률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는 단지 학력이 높다는 것이 아니라, 평생 동안 뇌를 얼마나 다양하고 자주 썼는지가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이를 ‘인지적 예비능’이라 부르는데, 마치 비상시에 사용할 수 있는 예비 배터리와 같다. 뇌를 많이 쓰고, 연결해 둔 사람은 뇌 일부가 손상되더라도 기능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치매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은 아니다.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선택을 했는지에 따라 그 확률은 극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치매를 단순히 노화의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받아들이는 태도는, 예방과 준비의 기회를 놓치게 만든다. 반대로 지금부터라도 스트레스를 덜 받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생활 습관을 점검하고, 간단한 퀴즈 등으로 뇌를 더 자주 쓰며, 건강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여 회복력을 키운다면, 우리는 치매를 ‘어쩔 수 없는 병’이 아니라 ‘막을 수 있는 가능성’으로 바꿀 수 있다.


우리는 지금도 늙어가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늙는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늙을 것인가가 중요하다. 지금 우리가 하는 선택은 단지 오늘 하루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선택 하나하나가 치매를 예방하는 길이 될 수 있다. 건강은 기회가 아니라 습관이고 치매 역시 그 습관의 결과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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