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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셋진 Nov 11. 2023

우당탕탕 즉흥적인 부산 알짜배기 여행 떠나기

부산 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는 다음과 같다.

이 부산 여행이 사실상 어떻게 정해지게 된 건지 거슬러 올라가 보면 솔직하게 여행가게 된 멤버들이랑 6개월 전만 해도 같이 떠나게 될지 생각도 못했다.

내가 자기 계발 모임을 하다가 덤 앤 더머 같이 서로 죽이 잘 맞는 동생 2명을 알게 됐는데 그 동생들은 서로 예전부터 친구였다고 한다.

그 친구 둘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생각하는 방향도 비슷하고 일명 티키타카가 누가 봐도 잘 돼서 친구라고 얘기하지 않으면 누군가 자매 아니야?라고 이야기가 나올 정도이니 말이다.

나는 물론 변태 같아 보일 수도 있지만 약간의 그 둘의 케미를 좋아했고 팬심으로 바라봤다, 하하.

약간 집에서 밥 먹으면서 유튜브를 구독하고 시청하는 구독자의 느낌이라 하면 와닿을지 모르겠다.


늘 그렇게 지켜보다가 내가 친구 따라서 가게 된 상인동에 술집이 하나 있는데 그때 그 분위기에 취향 저격을 당해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던 가게였다.

그 가게 소재로 얘기를 하다가 덤 앤 더머 동생 둘이 거기가 자기 동네 가게라고 했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나는 비록 집이 상인동과 멀지만 아끼는 가게였기에 그렇게 셋이 같이 가게 되는 시간이 만들어졌다.

덤 앤 더머 동생 둘은 동네 근처에 또 친한 지인 한 명이 있다고 했고 부르면 올 것이라고 했다. 물론 그 친구도 공교롭게 상인동 사람이었다.

그 친한 지인과는 나는 오며 가며 개인적인 자리로는 만난 적이 없었는데 그런 만남으로 넷이서 처음으로 뭉치게 되었다.

안주거리로 버섯이 들어간 음식을 시켰는데 나는 평소 3행시를 짓는 걸 좋아해서 급작스럽지만 '버섯'으로 2행시를 시켰다.

그 버섯 2행시로 시작해서 어쩌다 보니 버섯 얘기는 다른 대화를 하다가도 문득문득 튀어나왔다.

그렇게 해서 생긴 버섯마을 팸. 각자 역할이 있다. 표고버섯, 목이버섯, 값 비싼 송로버섯, 그리고 양송이버섯.

나는 양송이버섯을 하기로 했다. 왠지 모르게 주위를 둘러봐도 버섯을 보면 애착이 갔다.


나에소중한 버섯마을 팸이 생긴 유래는 그렇게 탄생했다. 

어느 날 또 술자리를 가지다가 부산에 불꽃축제를 한다는 소재로 대화가 오고 갔다.

그러다가 부산으로 그냥 떠나 버리자는 한 버섯의 외침과 함께 버섯 일동이 부산으로 시동을 드릉드릉 걸었다.

서로 부산으로 떠날 수 있는 날짜를 말해보라며 의논하다가 11월 4일에 부산으로 떠나기로 합의되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MBTI가 J형은 나 혼자, 나머지 3명은 모두 P형이었다.

누구나 잘 알겠지만 계획형은 여기서 나 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과연 무사히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의문이 살짝 들었지만 부산에서 오래 지내왔던 송로버섯이 있었기에 믿고 계획을 맡길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의견 동조와 자료 조사만 살짝 하고 모두 송로버섯에게 넘겼다.


우리 버섯팸의 미션은 '부산 불꽃축제'를 중심으로 모든 경로를 생각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래서 부산 불꽃축제는 필수적인 것이고 나머지 돌아다니는 여행은 자유롭게 의논해서 정하면 되었다.


우리가 가장 먼저 본 것은 1박 2일의 여행이었기 때문에 머무를 숙소를 정해야 했다.

숙소도 사실상 한 달 전에 보는 거면 되게 빨리 살펴보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불꽃축제 때문인지 숙소 자체가 여유롭지는 않은 상황이었다.

어디를 갈지 논의하다가 우리는 잠만 잘 수 있는 공간이면 괜찮다고 생각해서 가성비를 추구하기로 했다.

그래서 6인 도미토리를 함께 이용하는 '광안촌' 게스트 하우스를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6인 도미토리이기 때문에 리 4명 말고도 다른 모르는 2분이 한 공간에서 같이 방을 공유하고 취침한다는 이야기다.

나는 도미토리 이용이 처음이었고 잘 때 소리나 밝기에 살짝 예민한 편이라 누군가 코를 골거나 시끄럽게 떠들면 편하게 잘 수 있을까 걱정이 살짝 되긴 했다.

하지만 이왕 가는 부산 여행이니 기분 좋게 다녀오자 하고 잠 좀 못 자면 어때!라는 마음으로 크게는 신경을 안 썼던 것 같다.

광안촌 게스트하우스에 대해서는 다시 얘기하도록 하고 본론으로 돌아와서 숙소 다음으로 정했던 것은 여행 일정이었다.


송로버섯이 여러 가지 여행 일정을 고려하다가 선택지를 주었다.

나는 이 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나름의 계획 자체가 J형 같지 않은가?

P형인데 생각보다 시간별로 어디 갈지 일정을 촘촘하게 잘 짰다고 할 수 있다.

이재모 피자는 예전에 부산 갔을 때도 오래 기다리고 굉장히 맛있게 먹었던 피자집인데 이번에도 갈 수 있을까 했지만 안타깝게 이번에도 웨이팅이 너무 많아 가지 못했던 맛집이다.

내가 옛날에 갔을 때만 해도 분점이 없었는데 현재는 부산에 분점이 생길 정도로 인기가 셀 수 없이 많아져 더 멀어져 가는 맛집이었다.

대신 송로버섯님이 짜주신 더 맛있는 맛집을 갔으니 오히려 좋다.

이건 초기 일정이라 어느 정도 변동사항은 있지만 나름 안심되는 일정 계획표였다.

4가지 안을 살펴보다가 내가 예전에 부산 혼자 여행 갔을 때 예약했다가 못 탔던 요트 투어가 있는 것을 발견했고 버섯팸들에게 이야기했다.

요트투어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 했더니 흔쾌히 허락해 주는 착한 버섯 멤버들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4번째 안을 택했고 4번째 안을 그대로 하지는 않았지만 맛있는 점심을 먹고 요트 투어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계획표는 구체적으로 짜보려고 노력은 했으나 결국 부산에 가서 맛집과 다음날 일정도 그날 정했다.(나름 불안하면서도 꽤나 안정적인 여행이었다 ^^)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정 중 또 하나가 우리의 불꽃 축제는 과연 어디서 봐야 효율적이고 아름답고 가슴 웅장하게 불꽃놀이를 즐기고 올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송로버섯이 부산에서 오래 지내다 온 게 정말 도움이 많이 컸다고 생각하는데 교통이고 광안리 술집이고 전망 등 모두를 꿰뚫고 있었다.

어디 술집은 예약할 수 있고, 또 어디서 보면 불꽃놀이가 잘 보인다는 둥 천리안을 가진 그녀. 뚜둥!

우리는 그녀를 믿고 무작정 따르기로 했다. 송로버섯님이 정하는 곳이면 어디든 안심하고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부산 불꽃축제 때문에 광안리의 거의 모든 가게가 자릿세를 터무니없게 높게 받고 있었다.

자릿세를 비싸게 주고 앉아있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것에 대하여 버섯 멤버들 모두가 동의했다.

우리가 갈려고 했던 가게도 물론 창가 쪽은 자릿세를 받고 있었지만 그 건너편에 일반석 같은 경우는 자릿세를 받지 않고 있는 착한 가게였다.

우리는 거기서도 충분히 잘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예약을 완료했다.


그렇게 해서 결정된 광안리의 '도쿄뱃살'.

도쿄뱃살은 정말 입이 닳고 닳도록 칭찬해주고 싶은 가게였는데 이 또한 뒷편에 쓰게 되는 글에서 다시 얘기하도록 하겠다.


그렇게 대구-부산을 오고 가는 왕복 기차표, 숙소, 꽃놀이를 맞이할 저녁 술집을 예약한 채 대망의 11월 4일이 되었다.

지금에서야 글을 적으면서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나 혼자 하마터면 기차를 못 타고 놓칠뻔했다.


우리 열차 시간은 아침 10시 반에 대구역에서 타고 가야 하는 무궁화호 기차였다.


부랴부랴 빨리 준비해서 간다고 생각했는데 집에서 생각보다 늦게 나오게 되어서 불안한 마음으로 지상철을 탔다.

우리 집에서 대구역을 가려면 지상철을 타고 한 정거장 또 갈아타야 하는 코스가 있었는데 갈아타서 이 경로 그대로 간다면 이 기차를 놓칠 것만 같았다.

그때 현 시각은 오전 10시였고 위의 코스 그대로 가게 되면 오전 10시 28분에 대구역에 도착하게 되는데 대구역까지 걸어가는 거리도 꽤나 있기 때문에 사실상 기차 타기 불가능한 시각이었다.

다른 버섯멤버 3명은 나랑 반대편에서 오기 때문에 이미 셋은 도착해서 커피를 사고 있었고 내 커피를 미리 사놓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타고 가는 도중 늦어서 헐레벌떡 굳어있던 뇌를 깨워서 폰으로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이며 대구역에 도착할 수 있는 최단 경로, 최단 시간을 서치 했다.



지상철 노선도를 일단 펼쳤고 카카오 택시와 네이버 지도를 켰다.

3개를 동시에 번갈아 가며 봐야 하는데 지상철 노선도에서 대구역이랑 일단 가까워 보이는 역을 한번 보고 네이버 지도에서 차를 탔을 때 대구역과의 거리를 계산해 보았다.

그때 달성공원역-대구역까지가 가상으로 택시를 탔을 시 7분이라는 최단 시간이 나왔다.

나는 달성공원역에 내리기 한 2 정거장 전에 카카오 택시에 출발지와 목적지를 적어서 호출 버튼을 누르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아무런 변수 없이 타고 도착했을 시 나오는 대구역 도착시간은 10시 15분.


갈 수 있다, 할 수 있다! 끊임없이 마음속으로 외치던 나는 정확하게 2 정거장 전에 카카오 택시 호출을 했다.

호출했는데 생각보다 택시 기사님이 달성공원역과 너무 가까운 곳에 계셔서 내가 역에 도착하기도 전에 전화가 오셨고 금방 내리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생각지도 못한 변수에 당황했지만 역에 내리자마자 호다다닥 계단으로 내려가서 택시에 바로 탑승했다.


1차 안심을 하고 역시나 버섯 멤버들 중 한 명에게 전화가 왔다.

상황을 어느 정도 설명하고 택시 기사님께 최대한 빠르게 가달라고 말씀드려보겠다고 하고 전화를 마쳤는데 눈치 빠른 기사님이 통화내용을 듣고는 9분 걸리는 거리를 4분 만에 가주셨다.

감사하다고 말씀드린 뒤 도착해서 내렸고 나는 대구역 안 멤버들이 있는 곳까지 줄행랑 달렸다.

달리면서 무엇보다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할 것 같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가고 나니 대구역 게이트가 보였고 앞에 멤버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흰 치아를 보이며 나를 향해 웃고 있었다.

아마 멤버들은 잘 모르는 긴박함이 글에서는 보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 혼자 액션영화 한 편 찍고 온 것 같았다.


무사히 도착을 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멤버들이 사놓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쭈욱 들이켰다.

기차를 죽어라 타겠다고 급하게 왔더니 목이 아주 무미건조한 상태였는데 촉촉한 수분감과 시원한 청량감이 느껴졌다.


그래, 커피는 이 맛에 먹는 거지 하며 혼자 감탄하는 나였다.


그러고 정신이 들자 우리가 여행 오기 전에 말한 드레스 코드가 눈에 들어왔다.

서로 뭐 입지 뭐 입지 얘기하다가 컬러 코드 '블랙'으로 우연하게 맞추게 되었는데 입고 온 옷을 둘러보니 다들 여행 간다고 한껏 블랙으로 예쁘게 꾸며 입고 왔다.

양송이버섯, 송로버섯, 표고버섯, 목이버섯 순으로 서있는 버섯마을 팸.


송로버섯은 멋진 걸크러쉬가 느껴지는 블랙스커트와 블랙부츠의 만남.

표고버섯은 블랙 블레이드 재킷과 본인이 가장 맘에 들어하는 화이트 스커트.

목이버섯은 블랙 트렌치코트에 블랙과 화이트가 잘 매치되어 있는 체크무늬 스커트.

그리고 양송이버섯인 나는 블랙과 화이트 라와 소매로 이루어져 있는 원피스.


사실 내 블랙 원피스는 12월에 결혼식 갈 때 입으려고 구매했던 원피스였으나 사정이 생겨 가지 못하게 되었는데 언제 입어볼까 싶어 부산 패션코드에 맞춰 입어본 것이다.

언뜻 보면 다들 부산에 결혼식을 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하하. 나 때문에 더 그랬을지도.

더 재미있는 건 부산 여행을 하면서 '결혼식 갔다가 전시회 왔나 봐'라고 이야기하는 분도 계셨고 친구 중 한 명도 '결혼식 갔다가 간 거 같은데 맞냐며 단아하게 입구 갔네'라고 메시지를 남긴 친구도 있었다.


뭔가 웃기다. 부산에 결혼식을 꼭 가야만 할 것 같았다.

재밌고 참신한 여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기차로 몸을 맡기게 된 버섯 패밀리.

무궁화호는 오랜만에 타서 그런지 답답하고 습한 감도 있었지만 이내 안락해짐을 느꼈다.

앉는 자리는 송로버섯과 표고버섯이 앞에 둘이 앉고 양송이버섯인 나는 목이버섯과 함께 뒤에 앉았다.

송로버섯과 표고버섯은 앞에서 둘이 내리면 점심을 무얼 먹을까를 고민하는 것 같았고 우리는 그저 기차 타고 가는 여행이 너무 신난다며 꺄르륵 대고 있었다.


기차 안에서 웃겼던 장면이 있었던 것을 하나 이야기 하자면, 내 옆에 앉았던 목이버섯이 창가에 앉아 있었는데 엄청 스피드 하게 지나가는 기차에 진짜 부딪히는 것처럼 화들짝 놀랜 것이다.

그 표정은 너무도 생생해서 아직 잊을 수가 없는데 유리 통창에 그녀는 막혀있지만 마치 뚫려있는 것 마냥 고꾸라지는 모습을 그대로 지켜봤다.

카메라에 담았어야 하는데 아쉬운 감이 있다.

이러한 소소한 즐거움으로 우리는 부산으로 향하고 있었고 어느새 부산을 도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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