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듣는 차이코프스키

보스턴 심포니홀에서의 오픈 리허설

by 보스턴 펭귄

아침에 클래식 음악을 들으러 간다는 건, 하루를 조금 다르게 시작하겠다는 선택처럼 느껴졌다. 보스턴 심포니홀에서 열린 조성진의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오픈 리허설은 그런 하루의 시작에 잘 어울리는 자리였다. 공연이 아니라 리허설, 그것도 ‘오픈’ 리허설이라는 점에서 처음부터 마음이 조금 느슨해졌다.


객석은 정숙한 긴장감 대신 부드러운 웅성거림이 있었고, 인터미션에는 간단한 간식을 살 수 있는 코너도 열려 있었다. 클래식 공연장에서 흔히 떠올리는 엄숙함보다는, 음악을 중심에 둔 일상의 아침에 가까운 풍경이었다. 그 분위기가 참 좋았다. 음악을 잘 알아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누구나 와서 앉아 하루를 시작해도 괜찮은 곳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오픈 리허설의 가장 큰 매력은 연주자와 지휘자의 대화였다. 곡 중간중간 연주가 멈추고, 지휘자와 조성진이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호흡을 맞췄다. 어떤 부분에서는 템포를 다시 조율했고, 어떤 대목에서는 “조금 더 가볍게”라는 말이 오갔다. 완성된 결과만 보여주는 무대가 아니라,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 속에 잠시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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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연주가 시작되었다.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이미 수없이 들어온 곡이었지만, 그날 아침의 연주는 조금 달랐다. 조성진의 연주는 가볍고 정확한 리듬 위에 있었다. 테크닉은 무서울 만큼 완벽했지만, 그걸 과시하지 않았다. 마치 몸을 가볍게 놀리듯,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어려운 구간들을 지나갔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그의 리듬감이었다. 무겁게 내려앉는 대신, 음악이 앞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밀어주는 느낌이었다. 차이코프스키의 과장된 감정이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투명해졌다. 테크닉이 음악을 짓누르지 않고, 음악을 자유롭게 풀어주고 있었다.


리허설이 끝났을 때, 마음속에 남은 건 감탄보다는 감사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이렇게 좋은 연주를, 이렇게 편안한 시간대에, 이렇게 부담 없는 분위기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 클래식 음악이 특별한 날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하루를 여는 음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마웠다.


그날의 차이코프스키는 웅장하기보다 산뜻했고, 조성진은 위대한 연주자이기 전에 '자신의 음악'을 정말 잘 아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렇게 음악으로 시작한 아침은 하루 종일 조용한 여운을 남겼다.

연주 시작하기 앞서 조율하고 있는 오케스트라

이렇게 이 날 보스턴 심포니 홀에서 아침을 시작했고, 오후에는 다시 리허설의 현장이 기다리고 있는 뉴잉글랜드 음악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심포니 역에 내 학교가 있는 것도 내가 이 동네를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글을 읽는 누군가의 하루도, 음악처럼 부드럽게 시작되었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