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로 보낸 한평생

스승의 날에 교사들에게 주어야 할 상(賞)은...

by 꿈강

상(賞) 받기 싫어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성싶다. 상을 받으면 대개 기분이 좋아진다. 교사들도 마찬가지일 터. 매년 스승의 날 즈음하여 각 학교에는 교육부장관상과 교육감상이 전달된다. 35년 동안 교직생활을 하면서 스승의 날 즈음하여 교육부장관상과 교육감상 전달식이 진행되지 않은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는 듯하다. 교육부장관상을 받은 교사가 모든 교직원에게 음료수를 제공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었다. 그만큼 기분이 좋다는 의미 아니겠는가.


교육부장관상과 교육감상에 걸맞은 업적과 행동으로 상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라 생각한다. 헌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어서 문제였다. 내가 근무한 학교들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스승의 날 포상 대상자를 선정하고 추천했는지 살펴보자.


교직생활을 하는 동안 주로 교무부라는 부서에서 주로 근무한 터라 스승의 날 포상 대상자 추천 과정을 다른 교사들보다 비교적 잘 알고 있다. 스승의 날 포상 대상자를 추천하라는 공문이 내려오면, 대개 인사자문위원회가 소집된다. 인사자문위원회는 학교장이 어떤 일을 좀 더 효율적이고 바르게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될 의견을 묻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이다.


다른 사안은 어떤지 잘 모르겠으나, 스승의 날 포상 대상자 추천과 관련하여 인사자문위원회에서 의견을 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인사자문위원회 회의에 들어가면, 업무 담당 교사(대개 교무부장 교사)가 학교의 포상 대상자 추천 규정이 어떠어떠하다며 장관상과 교육감상에 추천할 대상자가 누구라고 말해 주기 때문이다. 대개 그 학교에 오래 근무하고 부장 교사를 맡고 있으면서 최근 몇 년 내 스승의 날 포상을 받지 않은 교사가 추천 대상자로 선정된다.


이런 형국이니 인사자문위원회에서 선정된 추천 대상자의 적합성 여부를 따지거나 어떤 다른 의견을 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추천 대상자가 선정되면 추천 대상자의 공적 조서를 작성해야 한다. 어떤 훌륭한 공적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추천 대상자가 대강의 내용을 써 오면, 업무 담당 교사가 그것을 바탕으로 윤문(潤文)한다.


특별한 공적이 있어 추천 대상자로 선정되지 않았기에, 공적 조서를 써 오라고 하면 해당 교사들은 몹시 당황한다. 어떻게 써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면 업무 담당 교사가 지난해 공적 조서를 출력해 주며 참고해서 써 보라고 한다. 이렇게 써 온 공적 조서를, 업무 담당 교사가 윤문에 윤문을 거듭해서 제출학게 된다.


학교에서 선정해서 추천한 대상자가 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를 나는 거의 보지 못했다. 딱 한 번 보았다. 6~7년 전쯤인데, 장관상 추천을 받은 교사가 상을 받지 못했다. 공적 내용이 부실해서가 아니라, 애초에 자격이 없는 사람을 추천했기 때문이었다. 장관상은 교육감상을 받은 사람에 한해서 추천할 수 있는데, 그해 장관상에 추천된 사람은 교육감상을 받은 적이 없었다. 업무 담당 부서에서 그 점을 놓친 것이다.


그런데 스승의 날 포상 대상자를 이렇게 대충 선정해되 괜찮은지 모르겠다. 다른 데도 아니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말이다.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교육감상 또는 장관상은 대단한 일을 한 사람이 받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그런 경우도 있을 터이다. 하지만 내가 목격한, 내 주변의 스승의 날 포상 대상자들은 딱히 그렇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들이 수준 미달의 형편없는 교사들이라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그들은 그저 평범한, 착실한 교사들이다. 이런데 굳이 스승의 날 포상을 해야 하나 싶다.


굳이 스승의 날 포상을 하려면, 지금처럼 각 학교에 교육감상 하나, 장관상 하나를 내려보내는 건 재고해야 한다. 이렇게 하니, 상이 너무 흔해진다. 자격 요건을 까다롭게 하여 정말 상 받을 만한 교육활동을 한 사람에게만 포상하는 게 옳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야 상의 효용과 권위가 올라간다.


웬만큼 경력이 쌓이면 누구나 한 번쯤 받게 되는 상은 없애 버려도 무슨 큰일이 나지는 않을 터이다. 그러면 스승의 날에 어떤 상을 주면 좋을까? 수업을 잘한 교사를 뽑아 상을 주었으면 좋겠다. 교육감상이나 장관상처럼 위에서 주는 상이 아니라 학생들과 동료 교사들이 주는 상이면 좋겠다.


교직생활을 돌이켜 보면, 희한하게도 수업 잘하는 교사에게 주는 상이 없다. 생활지도를 잘해서,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내서, 학생들이 무슨 대회에 나가 입상을 해서 등등 교사에게 주어지는 상은 꽤 많다. 그런데 수업 잘했다고 주는 상은 없다.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건 수업일 텐데 왜 그런 상이 없는지 알 수가 없다.


어떤 교사가 수업을 잘하는지 측정할 방법이 없어서일 수도 있겠다. 지금의 학교 시스템으로는 교장이나 교감이 수업 잘하는 교사를 가려내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나 학생들은 누가 수업을 잘하고 못하는지 잘 안다. 그러니 학생들에게 수업 잘하는 교사를 뽑게 하면 된다. 학생들에게만 맡기면 자칫, 인기투표 경향이 나타나기 쉽다. 그래서 동료 교사들로 수업 잘하는 교사를 뽑는 데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동료 교사들이 수업 잘하는 교사를 뽑는 데 참여하도록 하려면, 다른 교사의 수업을 관찰할 수 있는 분위기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 학교 대부분은 이런 분위기와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다. 일부 혁신학교들이 이런 분위기와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소문을 듣기는 했지만 실체를 본 적은 없다.


사실 매우 중요한 일이다. 어쩌면 학교에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일이다. 다른 교사의 수업을 보고 허심탄회하게 수업에 관해 이야기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수업이 바뀐다. 그래야 수업이 더 나아진다. 그러면 학교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뀐다. 그런데 이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교사들이 우선 바뀌어야 한다. 자신의 수업을 언제든지 보여주겠다고 마음먹어야 한다. 그러려면 자신의 수업이 최고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실수투성이 수업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그런 마음가짐을 갖는다면 동료 교사에게 자신의 수업을 보여주는 게 그리 어렵지만은 않으리라. 또 중요한 점은 경력이 많은 교사들이 먼저 자신의 수업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제일 이루어내기 어려운 지점일 것이다. 그러나 학교의 변화를, 발전을 위해서 꼭 해야만 한다. 나이 많은 교사들이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자신의 수업을 먼저 보여주어야 한다.


교사들끼리 수업을 관찰할 수 있는 분위기와 시스템을 만들고, 학생과 교사가 그해 가장 수업을 잘한 교사를 뽑아 다음 해 스승의 날에 포상하도록 하자. 별다른 큰 공적도 없이 받는 교육감상이니 장관상 따위는 내팽개쳐 버리자. 가장 수업을 잘하는 교사로 뽑힌 수업왕에게는 상금도 듬뿍 주자. 자본주의 사회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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