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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강 Oct 23. 2024

손녀딸과 함께하는 하루하루

<17> 2024. 10. 22.(화)

딸네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들어서서, 주차할 공간을 찾고 있는데, 마침 차 한 대가 내게 자리를 비워 주기라도 하듯, 빠져나간다. 썩 괜찮은 자리이다. 이런 날은 퍽 기분이 좋다. 주차하고 딸네 집으로 올라갔다. 사위가 먼저 출근 채비를 마치고 출근길에 오른다. 드문 일이다. 대개는 딸내미가 먼저 출근하는데, 오늘은 낯선 풍경이 연출되었다. 곧 딸내미도 출근길에 나선다.


  손녀딸은 곤히 잠들어 있다. 어제는 새벽에 일어났으니, 오늘을 푹 자야 한다. 그래야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손녀딸은 8시 20분이 되어서야 잠에서 깨었다. 내가 손녀딸 방으로 가서 깨우지 않았다면 아마 훨씬 늦게 일어났을 것이다. 꽤 피곤했나 보다.


  내가 밥을 먹이고 있는 사이, 아내가 손녀딸에게 입힐 옷을 가지고 와 손녀딸에게 보여주며, 괜찮냐고 물었다. 손녀딸이 좋아할 만한 아주 긴 원피스다. 단박에 오케이를 할 줄 알았는데, 웬걸, "너무 긴 것 같은데."라며 퇴짜를 놓는다. 아내가 알았다며, 얼른 다른 원피스를 가지고 와 보여주었다. 다행히 그 옷은 손녀딸이 마음에 들어 했다.


  아내와 나, 둘 다 있어서인지 나 혼자 있던 어제에 비해 손녀딸이 훨씬 더 까분다. '할머니, 할아버지 모두 있으니까 내가 좀 까불어도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는 걸까? 그러나 대체적으로는 예전에 비해 훨씬 순조롭게 등원 준비를 마칠 수 있다. 그만큼 손녀딸이 큰 것이리라.


  할머니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으며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손녀딸이 좋아하는 레퍼토리 중 하나이다. 나에게도 언제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해 달라고 할 줄 모르니, 미리미리 준비를 해 놓아야 한다. 마땅한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아 늘 고민이다. 손녀딸이 좋아할 만한 이야깃거리를 창작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9시 40분쯤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오늘따라 등원하는 아이들이 별로 없다. 이미 등원을 했나 보다. 손녀딸 혼자 어린이집 로비도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느라 혼자 의자에 앉았다. 유리창을 통해 들여다보니, 손녀딸이 심심해하는 듯했다. 누구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분명히 손녀딸이 먼저 말을 걸었을 텐데. 그러나 다행히 곧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손녀딸은 그 안으로 총총히 사라졌다.


 



  3시 50분이 다 되어 어린이집에 도착했는데도 주차할 곳이 보인다. 오늘은 주차 운이 아주 좋은 편이다. 주차하고 조금 기다리니 손녀딸이 내려왔다. 어째 힘이 없다. 피곤한가 보다.


  담임 선생님이 뒤따라 나오더니, 손녀딸이 빨강과 노랑을 섞으면 주황이 된다는 걸 알고 있더라며, 놀라워했다. 또 손녀딸 반 두 담임 선생님 중, 어느 한 선생님이 좋다고 손녀딸이 얘기해서 다른 선생님이 섭섭하다고 했단다. 손녀딸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엄마가 둘 다 좋아해야 한다고 했다며, 둘 다 좋다고 했다는 말을 전해 주었다. 신통방통하다, 우리 손녀딸.


  스콜라 몬테소리에 가는 날이다. 거기를 향해 차를 몰려고 하는데, 갑자기 애착 인형 보노를 찾으며 몬테소리에 가기 싫다고 한다. 그럼, 집에 가서 보노를 데리고 몬테소리에 가자고 했더니, 대번에 그러겠다고 한다. 갑자기 보노 생각이 났나 보다. 아, 이 끝없는 보노 사랑. 언제쯤 보노와 바이바이 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스콜라 몬테소리가 있는 곳에 도착하여 일 층에서 먼저 내렸다. 스콜라 몬테소리는 삼 층에 있지만, 저번에 한번 호되게 당한 터다. 일 층에 잠깐 들르겠다는 걸, 몬테소리 교육 시작 시각이 얼마 남지 않아 손녀딸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가 그야말로 낭패를 본 일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그런 우를 범하지 않고 일 층을 한 바퀴 돌고 스콜라 몬테소리로 올라갔다. 그랬더니 아주 매끄럽게 몬테소리 교육을 받으러 들어갔다.


  그런데 오늘은 딸내미가 손녀딸을 데리러 오지 못 한다는 게 문제다. 학생들을 데리고 현장 체험 학습을 가서 퇴근이 늦기 때문이다. 몬테소리 교육이 끝나면 늘 엄마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늘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 똑같은 상황이 있었을 때, 엄마가 아니라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걸 보고 손녀딸이 엄마가 없다고 몹시 슬피 운 적이 있었다. 그때는 엄마가 못 온다는 사실을 미처 얘기를 못 했고 지금은 미리 여러 번 얘기를 한 차이가 있기는 하다.


  몬테소리 교육을 마치고 나온 손녀딸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손녀딸이 교실 밖으로 나왔다. "할머니~~"라고 큰 소리로 부르면서 달려 나온다. 마침 아내는 전화 통화를 하느라 출입문 바깥에 있었다. 내가 얼른 손녀딸을 안으며, 아내를 불렀다. 아내가 들어와 손녀딸을 꼭 안아주었다. 그랬더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미리미리 알려주고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들어주면 되는 것이다. 매번 그러기가 결코 쉽지는 않지만 말이다. 아무튼 우리 어른들도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너무나도 예쁜 우리 손녀딸을 위해서 말이다.


  딸네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손녀딸이 좀 맥이 없어 보인다. 아무래도 제 엄마가 오지 않아서인 듯하다. 빨리 엄마를 만나게 해 주면 될 성싶다. 아니나 다를까, 집에 도착해 엄마를 만나자마자, 손녀딸은 금세 생기를 되찾았다. 아이들에게는 뭐니 뭐니 해도 엄마가 최고다.


  그렇게 손녀딸을 집에 데려다주고, 우리 부부도 곧장 우리 집으로 향한다. 퇴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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