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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Jul 13. 2022

헤어질 결심

박찬욱 순한맛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을 보았습니다.  오랜만의 박찬욱 감독 영화라 무척 두근두근하더군요.  게다가 탕웨이라니...탕웨이라니!!  


영화가 시작되고 십여 분 동안은 눈을 크게 뜨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스크린을 뚫어져라 보고 있어야만 합니다.  올드보이 도입부의 오대수 술주정 장면이나 아가씨 도입부의 숙희 대저택 입성 장면을 떠올리시면 얼추 비슷할 겁니다.  시작부터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사건(사실 중반부 이후에서야 중심 사건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지만)이 전개되는데, 간만의 영화 관람이라 그런지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몇 개의 장면을 지나면 '아 맞다 이거 박찬욱 영화였지'라고 하는 순간들이 하나둘씩 등장합니다.  특히 화면 가득 잡히는 단독 바스트샷과 클로즈업이 좋았는데요.  박해일이 탕웨이를 염탐(?)하는 과정에서 물리적으로는 원거리에서 쌍안경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화면에서는 같은 공간, 바로 옆에서 보는 것처럼 묘사하는 장면이라든지, 탕웨이가 했던 행동들을 재현하는 과정에서 두 배우를 같은 화면에 배치하여 서술하는 방식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주말부부인) 박해일의 (아마 주중에 머무는 용도로 사용하는) 오피스텔의 미장센과, 거기에서 두 배우가 주고 받는 (대사를 포함한) 케미가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미장센과 배우들의 연기가 멋지기는 하지만, 결국 이 영화는 로맨스 영화이고, 그러한 로맨스의 감정선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는 역시나 감독의 역량에 달려 있겠지요.  취조실에서의 미묘한 표정과 공기의 흐름, 잠복근무 다음 날 아침의 무심한 듯한 아침인사, 수산시장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 주고받던 미묘한 눈빛.  대본에 어떻게 디렉션이 기재되어 있었는지 궁금할 정도로 감정선을 자극하는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그 중에 압권은, "내가 언제 사랑한다고 했어요"라는 대사일 겁니다.  결국 사랑이란 상대방도 모르는 사이에 전달되고 연결되는 감정이고, 그래서 수많은 오해와 불통을 야기하기도 하지만, 상대방에게 평생 기억될 수만 있다면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서서히 죽어갈 수도 있다는 것.  이것이 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너무 박찬욱 칭찬만 한 것 같은데, 그 정도로 좋았습니다.  저에게는 아마 올해의 로맨스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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