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위에서 울려 퍼진 고통과 승리의 노래
승리의 찬가였던 시편 21편에 이어, 이제 우리는 시편에서 가장 깊고 어두운 골짜기이자, 동시에 가장 눈부신 영광의 봉우리로 우리를 인도하는 시편 22편으로 나아갑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이 위대한 시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겠습니다.
인생에서 단 한 번이라도, 하나님마저 나를 외면하신다고 느껴본 적이 있으십니까? 기도는 허공을 맴돌고, 고통은 끝없이 계속되며, 사방이 꽉 막힌 벽처럼 느껴지는 완전한 고립과 절망의 순간 말입니다. 그때 우리 영혼의 가장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외마디 비명이 바로 이것일 겁니다.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이 처절한 부르짖음은 시편 22편의 시작이자, 약 천 년 후 인류 역사상 가장 어두웠던 순간, 갈보리 언덕의 십자가 위에서 예수님의 입을 통해 다시 울려 퍼졌습니다. 이 시편은 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극한의 고통과 하나님으로부터의 단절감을 노래하는 동시에, 그 절망의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시작되는 가장 위대한 찬양과 전 지구적인 승리를 예언하는, 가장 역설적이고도 영광스러운 시입니다.
시편 22편 (현대인의 성경)
1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 어찌하여 나를 멀리하며 돕지 않으시고 내 신음 소리를 듣지 않으십니까?
2 나의 하나님이시여, 내가 낮에도 부르짖고 밤에도 잠잠하지 않으나 주께서 응답하지 않으십니다.
3 그러나 주는 거룩하시고 이스라엘의 찬송 중에 계시는 분이십니다.
4 우리 조상들이 주를 신뢰하였고 주께서 그들을 구하셨습니다.
5 그들이 주께 부르짖어 구원을 얻고 주를 신뢰하여 수치를 당하지 않았습니다.
6 그러나 나는 벌레요, 사람이 아닙니다. 사람들에게 멸시와 조롱을 받습니다.
7 나를 보는 자마다 비웃으며 입을 삐쭉거리고 머리를 흔들며
8 “그가 여호와를 신뢰하였으니 그를 구하게 하라. 그가 그를 기뻐하시니 건져내게 하라” 합니다.
9 주께서는 나를 모태에서 나오게 하시고 어머니의 젖을 빨 때부터 주를 신뢰하게 하셨습니다.
10 내가 태어날 때부터 주께 맡겨졌고 모태에서부터 주는 나의 하나님이 되셨습니다.
11 나를 멀리하지 마소서. 환난이 가까웠으나 나를 도울 자가 아무도 없습니다.
12 많은 황소들이 나를 에워싸고 힘센 바산의 소들이 나를 둘러쌌으며
13 굶주려 찢어 죽이며 부르짖는 사자처럼 그들이 입을 벌립니다.
14 나는 쏟아진 물과 같고 내 모든 뼈는 어그러졌으며 내 마음은 녹은 밀초 같습니다.
15 내 힘이 말라 버린 질그릇 조각 같고 내 혀가 입천장에 붙었으니 주께서 나를 죽음의 티끌 속에 두셨습니다. 16 개들이 나를 에워싸고 악한 무리가 나를 둘러 내 손과 발을 찔렀습니다.
17 내가 내 모든 뼈를 셀 수 있으니 그들이 나를 주목하여 봅니다.
18 그들이 내 겉옷을 나누고 내 속옷을 제비 뽑아 나눕니다.
19 여호와여, 나를 멀리하지 마소서. 나의 힘이 되시는 분이시여, 속히 나를 도우소서.
20 내 생명을 칼에서 구하시고 내 목숨을 개의 세력에서 구하소서.
21 나를 사자의 입에서 구하시고 들소의 뿔에서도 구하소서. 주께서 나에게 응답하셨습니다.
22 내가 주의 이름을 내 형제들에게 선포하고 예배하는 군중 가운데서 주를 찬양하겠습니다.
23 여호와를 두려워하는 너희여, 그를 찬양하라. 야곱의 모든 자손들아, 그에게 영광을 돌려라. 이스라엘의 모든 자손들아, 그를 두려워하라.
24 그는 고통당하는 자의 고통을 외면하거나 싫어하지 않으시고 그에게서 얼굴을 숨기지도 않으시며 그가 부르짖을 때 들으셨다.
25 내가 많은 군중 가운데서 주를 찬양하는 것은 주께서 하신 일 때문입니다. 내가 주를 두려워하는 자들 앞에서 내 서원을 갚겠습니다.
26 가난한 자가 배불리 먹고 여호와를 찾는 자가 그를 찬양할 것이니 그들이 영원히 살 것이다.
27 땅 끝의 모든 민족이 여호와를 기억하고 돌아오며 세상의 모든 민족이 주를 경배할 것이다.
28 그것은 나라가 여호와의 것이며 그가 모든 민족을 다스리시기 때문이다.
29 세상의 모든 부요한 자가 먹고 경배하며 죽을 인생도 다 그 앞에 절할 것이니 자기 영혼을 살릴 자가 아무도 없다.
30 후손들이 그를 섬길 것이며 대대로 주에 대한 말을 전할 것이다.
31 그들이 와서 그의 의로운 일을 선포하며 주께서 행하신 일을 장차 태어날 백성에게 전파할 것이다.
시편 22편은 어떤 시입니까?
시편 22편은 한 개인이 겪는 극심한 고통과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받은 듯한 절망감을 토로하는 ‘개인의 탄식시’입니다. 그러나 이 시는 단순한 탄식에 머무르지 않고, 시의 후반부에서 놀라운 반전을 이루며 하나님을 향한 확신에 찬 ‘찬양시’로 변화합니다.
특히 이 시는 신약성경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예언한 가장 중요한 ‘메시아 시편(Messianic Psalm)’으로 여겨집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직접 인용하셨을 뿐만 아니라(마 27:46; 막 15:34), 시편에 묘사된 고난의 장면들(옷을 제비뽑는 것, 손과 발이 찔리는 것 등)이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에서 놀랍도록 정확하게 성취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극한의 고통과 탄식 (1-21절): 하나님께 버림받은 듯한 영적 고통과 원수들로 인한 육체적 고통을 처절하게 묘사합니다.
구원의 확신과 찬양의 서약 (22-31절): 시의 분위기가 급격하게 반전되며, 개인의 구원을 넘어 온 공동체와 온 세계, 심지어 미래 세대까지 이어지는 우주적인 찬양을 선포합니다.
1. 절망의 심연: "나는 벌레요, 사람이 아닙니다" (1-21절) 시의 전반부는 고통의 전시장과 같습니다. 시인은 하나님께 부르짖어도 응답이 없는 영적 고통(1-2절)으로 시작하여, 사람들에게 받는 멸시와 조롱(6-8절),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원수들을 ‘황소’, ‘사자’, ‘개’와 같은 맹수들로 묘사하며 생명의 위협을 토로합니다(12-13, 16절).
특히 그의 육체적 고통에 대한 묘사는 소름 끼칠 정도로 생생합니다. “나는 쏟아진 물과 같고 내 모든 뼈는 어그러졌으며… 내 힘이 말라 버린 질그릇 조각 같고 내 혀가 입천장에 붙었으니(14-15절).” 이 모습은 십자가에 매달려 탈수와 탈진으로 고통받으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그대로 연상시킵니다.
그리고 마침내 결정적인 예언들이 나옵니다. “내 손과 발을 찔렀습니다(16절).”, “그들이 내 겉옷을 나누고 내 속옷을 제비 뽑아 나눕니다(18절).”
이는 복음서에 기록된 십자가 사건의 구체적인 정황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다윗 개인의 고통을 넘어, 성령께서 그의 입을 통해 장차 오실 메시아의 고난을 미리 보여주신 것입니다.
2. 영광스러운 반전: "주께서 나에게 응답하셨습니다" (21b-31절) 21절 하반절, “주께서 나에게 응답하셨습니다”라는 짧은 한마디와 함께 시의 분위기는 180도 바뀝니다. 언제 응답하셨는지, 어떻게 상황이 변했는지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시인은 이제 구원의 확신에 차서 찬양을 서약합니다. 그리고 그 찬양은 점점 더 확장됩니다.
처음에는 ‘내 형제들’과 ‘예배하는 군중’(이스라엘 공동체)에게 선포되다가(22-25절), 곧이어 “땅 끝의 모든 민족”과 “세상의 모든 민족”으로(27절), 그리고 마침내 “후손들”과 “장차 태어날 백성”에게까지(30-31절) 이어집니다.
이것은 놀라운 통찰입니다. 한 의인의 처절한 고통과 죽음, 그리고 그의 부르짖음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이, 결국에는 한 개인이나 민족을 넘어 온 세상과 모든 세대를 위한 구원의 길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정확히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통해 온 인류에게 구원의 길이 열린 복음의 핵심을 예표합니다.
시편 22편은 고통의 한복판을 지나는 우리에게 가장 깊은 위로와 가장 큰 소망을 줍니다.
첫째, 하나님은 당신의 가장 깊은 절망을 이해하십니다.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라는 외침은 불신앙의 언어가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친히 십자가 위에서 외치셨던, 가장 정직한 기도의 언어입니다. 하나님이 너무나 멀게 느껴지고 내 기도에 침묵하시는 것 같을 때, 바로 그 자리에서 우리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고통당하셨음을 기억하십시오. 주님은 당신의 아픔을 아십니다.
둘째, 고통의 현실이 마지막 현실이 아닙니다. 시편 22편은 절망으로 시작했지만, 영광스러운 찬양으로 끝납니다. 이것이 복음의 패턴입니다. 십자가의 고난 뒤에는 반드시 부활의 영광이 있습니다. 지금 당신이 겪는 고통이 인생의 전부처럼 느껴질지라도, 믿음의 눈을 들어 하나님께서 이루실 반전과 역전을 기대하십시오. 하나님은 당신의 탄식을 찬양으로 바꾸실 것입니다.
셋째, 당신의 고통은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 시편 22편의 고난이 온 인류를 위한 구원의 길이 되었듯이,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겪는 고난 또한 다른 누군가를 살리고 위로하는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나의 아픔을 통해 다른 아픈 사람을 이해하게 되고, 나의 연약함을 통해 하나님의 강하심을 증거하게 됩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상처를 다른 이를 위한 축복의 통로로 사용하십니다.
오늘 당신이 시편 22편의 전반부에 머물러 있다면, 포기하지 마십시오. 시인은 그 고통 속에서도 “주는 거룩하시고… 우리 조상들이 주를 신뢰하였나이다”라며 과거의 하나님을 붙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후반부의 찬양에 이르렀습니다. 당신의 고통의 부르짖음이 온 땅을 향한 구원의 찬송으로 바뀌게 될 그날을 소망하며, 오늘도 믿음의 주님을 붙드시기를 바랍니다.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때로 주님이 너무 멀게 느껴지고, 제 삶의 고통 속에서 저를 버리신 것 같아 신음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자리에서 저를 위해 십자가를 지신 주님을 바라봅니다.
제 모든 아픔과 절망을 친히 겪으신 주님, 저의 탄식 소리를 들어주소서. 지금의 고난이 끝이 아님을 믿습니다. 저의 탄식을 찬양으로, 저의 절망을 소망으로 바꾸실 주님의 역사를 기대합니다.
저의 삶을 통해 주님의 구원과 의로우심이 선포되게 하시고, 마침내 모든 민족과 함께 주님을 찬양하는 그날에 이르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