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구조를 바꿨다. 어째 나는 휴일에 더 바쁘다. 종일 옮기고 닦고 쓸고 버렸다. 이 작은 원룸 방을 이렇게도 다양하게 사용할 줄 아는 내 능력이 참 대견한 동시에, 금방 싫증 내는 천성 탓에 이 작은 원룸 방을 분기마다 바꿔대니 사서 고생하는 내 성격이 참 주책 같았다. 남에 것을 빌려, 잠시 들어와 사는 공간임에도 무엇을 위해 이리도 마음을 쏟는 것인지. 참 정이 넘치는 사람인가 보다.
그래도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한 방을 보고 있자면 마음에 은은한 고요가 찾아온다. 침대, 티브이, 책 선반, 조명, 정돈된 케이블 선들. 어느 것 하나 내 손을 타지 않고 변화한 것들이 없다.
현재와 같은 문명사회에서 정녕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될까.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집의 구조를 바꾸고, 깨끗하게 가꾸는 일은 나에게 선택의 자유가 있음을 체감할 수 있는 매개 행위이지 않을까.
그래서 내가 시키지도 않은 집을 가꾸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의 삶을 돌이켜보면 행동의 주체가 타인이 될 때 삶은 고통스러웠지만, 행동의 주체가 ‘본인’ 일 때는 삶을 이끌어가는 일종의 자신감을 느꼈다. 그런 순간의 사람은 눈빛부터가 다르다.
물론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사는 것이 불가한 것이 삶의 이치이긴 하나,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삶의 곳곳에 주체성을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을 스스로 배치해 놓는 것이 나를 위한 현명한 태도이지 않을까.
그것들은 때때로 우리 삶의 주인은 바깥이 아닌, 우리 안에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니까. 그것이 지친 삶에 활기를 주니까.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이유가 되니까. 그것이 우리의 마음을 자유롭게 하니까.
내리는 빗소리를 머리맡에 두고 글을 적고 있는 지금, 내 삶이 참으로 자유롭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