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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쓰 Apr 08. 2024

#1. 어른이 된다는 것

2022년 7월 8일의 끄적임

최근 들어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를 꾸준히 할 자신도 없고, 글 쓰는 재주도 없지만, 글을 쓰지 않으면 안 될 만큼 마음이 답답했다는 걸 수도 있겠다.


우리 할머니는 자식이 둘뿐이다. 그 자식들도 그렇게 형편이 좋지 못하다. 정확히 나는 그 형편이 좋지 못한 자식 중 한 명의 자식, 즉, 할머니의 손녀다. 


우리 할머니는 소박하다, 예전부터 그랬다. 본인이 바라는 것은 자식들, 손녀들의 행복이고, 자신이 든든한 할머니가 돼주지 못해서, 미안해하는 평범한 옛날의 할머니다. 나라에서 나오는 돈을 모아, 손녀의 갓난쟁이 딸에 손에 쥐어주는, 더 주지 못해 미안해하는 그런 분이다. 


그런 할머니가 최근 수술을 하셔서 요양차 친청엄마 집에 와계신다. 오랜만에 뵈니 손 봐드릴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근데 서글픈 건 할머니를 손봐드릴 모든 행위에 돈이 든다는 것이다. 이놈의 원수 같은 돈! 


자식으로서, 손녀로서, 보살펴 드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할머니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은 동일하겠지만 소위 각자의 형편, 상황에 따라 동일하게가 안된다. 더 많이 하는 놈은 더 많이 하는 놈대로, 적게 하는 놈은 적게 하는 놈대로 속이 상한다. 이러한 대전제들이야 뭐 인생사의 흐름이니 그러겠거니 하는데, 각자의 "배우자" 에게도 눈치를 보고 영향을 받아야 하는 상황까지 생기니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대체 각자의 형편, 상황에 대한 이해는 어디까지의 "이해"를 말하는 걸까? 


돈이 최고라는 어른들의 말 

검은 머리 짐승 거둬봤자 소용없다는 어른들의 말

집안에 사람을 잘 들여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 


세련되지 못하다고 생각했던 옛말이 하나둘씩 마음으로 들어올 때,  "혹시 내가 어른이 된 건가?"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할머니, 오늘 만두 해줘" 

할머니가 빚어준 만두를 아무 생각 없이 먹었던 그 시절의 어린 나와 젊은 할머니가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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