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는 언제나 안 맞는다.
이번 주, 혹시 내가 주인공?
일주일을 버틴 직장인의 초췌한 얼굴로, 나는 지친 발걸음을 옮긴다. 어쩐지 발걸음은
늘 복권방 앞에서 멈춘다. 복권방 간판에 펄럭이는 '1등 당첨 몇 회!'라는 현수막은 늘 나를 유혹한다. 내심 '이번 주엔 혹시…' 하는, 어처구니없는 희망이 매번 고개를 든다. 몇 천 원의 투자로 잠시나마 얻는 몇십억의 희망. 그 유혹을 어찌 외면할 수 있을까.
당첨되면 뭘 할지 생각하는 시간은 세상 그 어떤 천국보다 달콤하다. 우선 지긋지긋한 아파트 대출을
시원하게 갚고, 은행이며 카드사며 나를 옭아매던 빚의 사슬을 끊어버린다. 그러면 적어도 '마이너스 인생'에서는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족 모두 넓은 34평 아파트에 이사하고, 나는 고급 세단의 핸들을 잡고 드라이브를 즐기는 상상까지 해본다. 부모님 용돈도 두둑이 드리고,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줄 겸 기부도 살짝. 벌써 입꼬리는 하늘로 치솟는다. 이 상상만큼은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는 나만의 영역이다.
그리고 찾아오는, 늘 똑같은 운명의 순간. 심장이 쿵쾅거리고 숨을 죽인 채 당첨 번호를 확인한다. 나의 여섯 숫자와 맞춰본다. 하나, 둘… 셋… 아니다. 언제나 결과는 변함이 없다.
역시 꽝이다.
역시나.
이쯤 되면 로또는 인생의 동반자 같은 존재다. 아니, 어쩌면 내게 로또는 아내와의 대화 같다. 아무리 맞추려 노력해도 결국은 매번, 자꾸 틀린다.
그래도 괜찮다. 이 익숙한 좌절감 뒤에는 '다음 주'라는 새로운 희망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나 말고도 수많은 이들이 이 허무한 기댓값에 나란히 서 있을 테고,
다음 주면 또 똑같은 희망에 가슴 설렐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