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을 잃어버리다

가장 중요한게 무엇인지

by 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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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을 거듭하고
적지 않은 시간을 공들여 작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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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도를 높여볼까? 색온도를 조금 높일까? 어떤 색감이 가장 어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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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사리 한장의 사진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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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문득 혹시나 하는 마음에 흑백필터를 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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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왜 처음부터 흑백을 누르지 않았냐며 비웃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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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마음이 퍽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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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만족스런 결과물을 얻었음에도
이전까지의 고민들이 모두 무의미해지는 것 같아
심기가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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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이렇게 마음이 간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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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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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좋아하면서 가장 바랐던건
그 사람이 행복해지는 것이었는데
그 행복이 내가 아니라는 이유로
그동안의 시간들을 돌리고 싶어지고
이미 넘쳐 흘러버린 마음들을 다시 주워담고 싶어지다가
가끔은 그 사람이 미워지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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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나 사랑이나
나를 중심에 두려고 하니
가장 중요한게 무엇인지를 잃어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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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을잃어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