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근웅 Dec 18. 2023

승진에 생각할 시간이 왜 필요해

고민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부팀장으로 승진을 할 수 있었던 과정은 이랬다. 

수습기간 내에 보여준 업무처리에 있어서 큰 실수가 없었고 일 처리를 많이, 빠르게 하여 인센티브도 항상 1순위로 가져갔다. 또 동료들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과 성실함까지 더해 대표님과 상의 후 나를 부관리자의 자리를 권유해 주셨다. 


그때 당시를 생각해 보면 나도 참 무모했던 것 같다. 

일반적으로 직원들이 회사에서 승진을 권유받으면, 나름 생각할 시간을 갖고 정리 후에 상급자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은데..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YES라고 답을 했으니 말이다.

돌이켜보면 그 시점의 나는 부팀장의 자리를 바로 승낙하지 않는다면 다른 누군가에게 빼앗길 것만 같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만약 대답을 NO라고 했더라면 지금의 나는 이 자리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중에서야 알았는데 당시 팀장님은 몸이 좋지 않으셔서 퇴사를 준비하시던 분이었기에 본인의 자리를 채울 누군가가 필요했고 그 대상을 나로 꼽은 것이었다. 


승진의 기쁨도 잠시 고생길이 시작되었다. 첫날부터 바로 야근.

모두가 퇴근하면 팀장님이 하시는 마감 업무를 옆에서 지켜보았다. 우선 팀원들의 당일 업무 실수건을 체크했는데 예약업무에 있어서 실수건을 가장 집중적으로 봐야 했다. 흔히 많이 하는 실수는 구글 시트에 작성된 통화내용과 병원전산에 잡혀있는 예약이 다를 경우이다. 예를 들어 환자에게는 3시 예약으로 안내를 했는데 병원 전산에는 4시로 예약이 되어있거나 음성으로 안내해 준 날짜와 전산에 잡혀있는 날짜가 맞지 않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이렇게 오안내가 나간 후 환자가 병원에 찾아오게 되면 데스크에 있는 직원에게 문의를 할 테고 내용건을 모르는 데스크 직원은 어안이 벙벙할 것이다. 컴플레인까지 이어질 수 있으니 참으로 난감해지는 상황이 생기는 것을 막고자 항상 업무가 끝난 후 시트를 뒤져보며 혹시 있을지 모를 실수건을 일일이 찾아야 했다. 


매일 같이 잘못된 부분을 찾고 있자니 업무 중 실수하는 부분이 생기면 바로바로 캐치할 수 있는 능력이 조금씩 생기게 된다. 아마 저녁에 남아서 하나하나 찾는 게 힘들어서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CS 고객센터가 전화만 받는 단순업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나 또한 그랬으니.

하지만 그렇지 않다. 매일 마감을 통해 예약누락건, 팀 업무량, 개인 업무량 및 실적, 응대율, 분류별 인입 등 다양한 지표를 만들어내고 분석을 해야 한다. 

처음에 나는 분석을 굳이 왜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냥 전화만 받고 고객들의 문의만 해결해 주면 되지 않나라고 생각이 들겠지만 CS에서의 업무 분석과 전략은 꼭 필요하다. 


나는 매주 마감을 통한 분석을 대표님에게 보고를 드렸다. 

보고 내용 중 하나를 간략하게 알려 드리면 우선 주간 콜 인입량과 그에 따른 응답률을 보고를 드려야 한다. 응답률은 꽤나 중요한 부분이다. 신규환자나 고객을 놓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인데 잠재고객을 놓치지 않는 게 병. 의원 CS에서는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담사 개인 처리량과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 기준을 매달 새롭게 선정해야 하여야 한다. 

전월보다 업무량에서 뒤처지면 안 되기 때문에 직원들의 동기부여 또한 나의 몫이었다.


나는 이러한 데일리 마감부터 시작해서 주. 월간 보고자료, 업무 시트생성, 인센티브 제도, 상담사 스케줄, 전화기 벨소리 세팅, 직원평가 등 부관리자가 되니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처음에는 이걸 다 어떻게 하지라는 막막함이 몰려왔다.


왜 매일 같이 야근을 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부관리자였지만 다른 상담사들과 같이 업무시간에는 상담 업무를 진행해야 했으며 업무시간 중 관리자 업무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두가 퇴근을 한 후에야 나는 관리자 업무를 익히기 바빴고 팀장님도 그때서야 나를 도와주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업무만 배우면 좋았겠지만 그것은 나의 작은 바람이었다. 

팀 내 중간에 위치한 직급이기에 팀장님의 눈치도 봐야 했으며 직원들의 이야기도 매일 같이 들어주어야 했다. 참으로 난감할 때가 많았다. 

직원들의 불만 섞인 이야기는 나도 겪어왔기에 충분히 공감이 되었지만 관리자의 눈으로 볼 때는 직원들이 참아야 하는 상황도 생기곤 했다. 하지만 입 밖으로는 내뱉으면 안 되니 나로서도 답답했던 적이 많이 있었다. 


그래도 수년간 축구를 하며 단체생활에 익숙해져 있었고 주장도 해본 경험이 있는지라 나름 나만의 방식으로 해결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당시 CS팀 팀장님은 나보다는 한참 위인 나이대였다.

나이차이도 많다 보니 처음에는 팀장님을 대하기 쉽지 않았지만 회사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 있는 이후에는 가장 편한 분으로 바뀌어있었다. 그렇다고 모든 부분이 편했다는 건 거짓말이다. 

비흡연자인 나는 흡연자인 팀장님을 따라 옥상에서 업무 이야기나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어야 했고 바쁜 와중에도 회사 내에서 심부름은 항상 1순위가 나였다. 때로는 우리 팀원들 앞에서 나를 대놓고 혼내기까지 했으니 가끔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도 종종 생기곤 했었다. 


그리고 CS업무나 회사일에 있어서는 팀장님이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큰일이었다. 

사소한 직원 간에 이야기부터 업무 내용건까지 보고를 해야 하는 게 가장 어려웠고 나도 사람인지라 까먹을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우리 팀은 비상이었다..


내가 이렇게 까지 혼나면서 그만두지 않았던 이유는 나 자신에게 더욱더 욕심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팀장님께 혼나는 건 무섭지 않았고 야근도 힘들지 않았다. 축구를 했을 때 비교하자면 나는 그때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몇 배는 더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나 자신이 어느새 회사라는 새로운 조직에 적응을 하였고 업무적인 부분에서 계속 성장해 나가는 걸 느끼니 일하는 게 재미있었다.내가 퇴사하지 않았던 이유였다.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나를 성장시키고 싶은 욕망이 CS팀 부팀장부터 시작해 지금의 나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어떤 일이 나를 또 발전시킬 수 있을지 궁금하다. 


작가의 이전글 드디어 나도 월급쟁이가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