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공무원 아파트에 딩크로 산다는 것

아이천국 아파트, 공무원 임대아파트

by 셔니

나는 몇 년 전부터 공무원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공무원이다.

이 공무원 아파트의 장단점은 명확하다.

일단 장점으로는,

주변 시세에 비해 엄청나게 저렴한 금액으로 아파트에 살 수 있다.

공무원 아파트이기 때문에 비교적 깨끗하게 관리되며 안전하다

전세사기 위험이 적다.


단점으로는,

우리 집이 아니다.

아이들이 많아 층간소음에 취약한 편이다.



난 이곳에 들어올 때 이미 청약으로 당첨된 집이 있었고, 그 집을 들어가기 위해 붕 뜨는 시간에 들어갈 곳을 찾다가 이곳을 알았다.

당시에 전세사기가 만연해 있어서 상대적으로 나라에서 관리하는 안전한 이곳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런데 이 아파트는 정말 정말 아이들이 많았다.

아이들이 그냥 많은 것도 아니고, 거의 대다수집은 아이를 키우면서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아이가 없던 나는 정말 조용히 지내며 사람들과 엘베에서 잠깐 스쳐 지나가는 정도로 지내는 스텐스를 유지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부터 층간소음문제가 날 괴롭히기 시작했다.

내가 피해자 쪽이었는데, 나는 가해자로부터 아이가 없어서 그렇다는 식의 이야기를 들었다.

정말 어이가 없었다. 설령 아이가 있든 없든 그게 문제가 아닌데 왜 이렇게 이야기를 다른 쪽으로 하지? 일단 사과가 먼저가 아닐까?


그러면서 이곳에 대한 정이 아예 사라졌다.

지금은 내가 1년 동안 살아갈 집이 필요해 이곳에 남아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정말 당장이라도 이사를 가고 싶은 심정이다.


공무원 아파트는 알고 보니 조립식으로 화장실을 만드는 곳도 있고, 또 재료가 엄청 고급재는 아니라고 해서 그런지 유독 층간소음이 많이 발생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많이 사는 집이라 나처럼 딩크로 살았던 가정이 오기에도 별로 좋지 않은 환경이라고 생각했다.

그걸 알았더라면 좀 더 신중하게 이사했을 텐데 후회가 되었다.


남편이 평소에 늘 말하는 것 중에 하나가 단독주택에서 살자는 것이다.

겁이 많아서 단독주택에 사는 건 꺼려져 그 이야기는 귓등으로 듣고 흘렸지만 요즘엔 그 이야기도 다시 생각해 볼 정도로 층간소음은 스트레스다.

요즘은 아랫집도, 윗집도 다 잘 만나야 하는데 다음 청약된 집으로 간다고 해도 어차피 그곳도 아파트이고 어떤 이웃을 만날지 모르기에

차라리 단독주택에 가서 살아야 하나 라는 마음도 든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이기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라 당연한 거지만 딩크로 꽤 오래 살아왔던 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저렇게 살까 봐 더 아이생각을 안 했던 것 같다.

전전긍긍하기 싫은데 하나부터 열까지 아이로 인해 전전긍긍하게 될 모습이.. 참 무섭고 두렵다.

특히 이런 층간소음 문제로부터 나도 자유로울 수 없기에 어떤 게 해야 최대한 조용하고 잘 지낼 수 있을지 지금부터 고민하게 된다.


공무원 임대아파트는 참 좋은 곳이나, 여기에 안주해 있으면 안 된다.

얼마 전에 찾아간 관리사무소 소장님이 한 말이 있다.

“여긴 그냥 ‘늪’ 같은 곳이니 빨리 나가요 ”

이 말이 참 와닿았다. 이곳은 늪처럼 처음엔 편안하지만 점점 거기에 안주하면 영영 내 집 마련은 멀어지게 된다.

임대아파트에 살면 주변 일반 아파트들이 나의 삶의 기준이 되기 쉽다. 그럼 거기에 맞춰 나의 소비패턴이나 생활패턴도 따라가게 되기 쉽다.

임대아파트로 아끼게 된 주거비로 돈을 모아 자가마련을 해야 할 시기에 목적달성을 잊고 여기에 안주해서 소비생활을 즐기게 될 수도 있고 그런 경우가 많다고 했다.

요즘은 공무원임대아파트가 자녀가 있으면 최장 30년간 살 수 있다고 한다. 30년 동안 아이를 키우며 이곳에 살아도 되지만 그 후에 남는 것이 없을 수도 있다.

물론 돈을 많이 모아 투자에 성공하면 참 베스트지만 사람이 그렇게 계획한 대로 쉽게 될까? 아닐 경우가 더 많은 거라는 거..


그리고 이건 나의 개인적인 느낌으로

임대에 살면 그만큼 나의 자존감도 알게 모르게 낮아지게 되는 것 같다.

요즘 층간소음을 겪으며 더욱더 왜 사람이 상급지에 살아가야 하는지, 알게 되는 것 같다.

세속적일 수도 있지만 사람은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기에 아무래도 상급지로 갈수록 내가 어떤 상식선 밖의 갈등을 겪을 확률은 확연히 낮아질 거라 생각한다.


공무원이 돈을 얼마나 번다고 요즘 시기에 수도권에 좋은 아파트는 구할 수도 없겠지만 비수도권에 구축일지라도 내 집이 있는 것과 아닌 건 확실히 다르다.

일단 내 집이면 기본적인 내 집에 대한 책임감도 늘어나고, 대출을 받았다면 강제적으로라도 돈을 갚으며 돈을 모을 수 있다.

어떻게든 공무원 아파트에 산다면 돈을 모아서 나가는 게 자신과 가정의 미래를 위해 최선의 방법이지 여기에 있는 건 정말 비추천하는 바이다.


일단 나부터가 좋은 이웃이 되는 게 기본이기에 나도 내년에 입주하는 아파트로 이사를 가면 제일 먼저 방음시공에 돈을 가장 많이 투자할 생각이다.

남에게 피해를 받는 게 죽어도 싫기에 나도 남에게 피해를 안 주려는 노력으로..

그리고 우리 아이를 좀 더 편하게 보고 싶기에 그렇게 해야겠다고 이번 사건을 통해 더 깨달았다.


정말 정말 감사하게도 청약 불모지인 서울 한복판에 내 집을 마련하게 되어서 너무너무 기쁘다. 정말 내 집이 있다는 것은 그 어떤 안정감보다도 큰 것 같다.

공무원 아파트는 누군가에겐 참 좋은 곳이고 기회인 곳이기에 더 이상 말을 아끼지만 나는 이곳을 하루빨리 떠나고 싶다.


#공무원아파트 #청약당첨 #딩크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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