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맞이 만렙 강아지
어쩌면 주인과 반려견이 닮아간다는 건 숙명일지도 모른다. 같은 생활 리듬을 공유하면 자연스레 닮아갈 수밖에 없는데, 그걸 감안하더라도 성산이는 나와 많이 닮았다.
내향인과 내향적인 반려견이 함께 살면 집에 손님이 올 일은 거의 없다.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소진되니, 손님을 초대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남편은 정반대였다. 외향적인 성격 덕분에 이사 후 자연스럽게 수많은 집들이 일정이 잡혔다. 나와 성산이만 있었다면 몇 번의 집들이로 끝났겠지만, 파워 외향형인 남편 덕분에 집들이는 우리 집의 중요한 행사로 자리 잡았다.
우리 집에는 팬트리 옆에 유리문으로 된 작은 공간이 있다. 보통 창고로 쓰일 만한 곳이지만, 밖이 보여 답답하지 않고 성산이가 지내기에도 딱 좋은 크기라 우리는 성산이 방으로 정했다. 밥상과 저녁에 자는 켄넬도 이곳에 있어 성산이는 이미 자기 공간으로 알고 있다.
손님이 오면 성산이는 그 방에서 사람들을 관찰한다. 시각적으로 익힌 뒤 친근하게 다가가고, 낯설어하는 손님은 문 사이에서 가볍게 인사할 수 있어 모두에게 편안한 공간이 된다. 덕분에 집들이로 성산이가 스트레스를 받을까 걱정했던 내 마음도 금세 놓였다.
견생 11년차에 맞이한 사회화의 시간이었다. 외향적인 남편 덕분에 손님은 많게는 15명까지 모였고, 나는 음식 준비로 바빠 성산이를 계속 신경 쓸 수 없었다. 오히려 그 덕분에 성산이도 긴장이 덜하지 않았을까 싶다. 손님들은 하나같이 성산이에게 호의적이었다. 이름을 불러주고, 웃으며 쓰다듬어 주니 좋은 경험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성산이는 프로 손님맞이 개가 되었다.
물론 집들이가 끝나면 한껏 지쳐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에너지를 충전했다. 하지만 새로운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무엇보다 다행이었다. 그 뒤로 오는 손님들에게도 성산이는 적당히 쉬고 적당히 반기며 잘 지낸다. 성산이가 조금씩 낯선 사람과 마주하며 적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지켜보는 즐거움이 참 크다는 걸 깨닫는다. 11살에도 성산이는 매번 새로운 것을 배우고, 나 역시 그 과정을 지켜보며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