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1살, 아직도 새로움을 배우는 중

손님맞이 만렙 강아지

by 최지현

어쩌면 주인과 반려견이 닮아간다는 건 숙명일지도 모른다. 같은 생활 리듬을 공유하면 자연스레 닮아갈 수밖에 없는데, 그걸 감안하더라도 성산이는 나와 많이 닮았다.


내향인과 내향적인 반려견이 함께 살면 집에 손님이 올 일은 거의 없다.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소진되니, 손님을 초대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남편은 정반대였다. 외향적인 성격 덕분에 이사 후 자연스럽게 수많은 집들이 일정이 잡혔다. 나와 성산이만 있었다면 몇 번의 집들이로 끝났겠지만, 파워 외향형인 남편 덕분에 집들이는 우리 집의 중요한 행사로 자리 잡았다.




우리 집에는 팬트리 옆에 유리문으로 된 작은 공간이 있다. 보통 창고로 쓰일 만한 곳이지만, 밖이 보여 답답하지 않고 성산이가 지내기에도 딱 좋은 크기라 우리는 성산이 방으로 정했다. 밥상과 저녁에 자는 켄넬도 이곳에 있어 성산이는 이미 자기 공간으로 알고 있다.


손님이 오면 성산이는 그 방에서 사람들을 관찰한다. 시각적으로 익힌 뒤 친근하게 다가가고, 낯설어하는 손님은 문 사이에서 가볍게 인사할 수 있어 모두에게 편안한 공간이 된다. 덕분에 집들이로 성산이가 스트레스를 받을까 걱정했던 내 마음도 금세 놓였다.









KakaoTalk_20250930_152330424.jpg
KakaoTalk_20250930_152345375.jpg
KakaoTalk_20250930_152321012.jpg
집들이 사진

견생 11년차에 맞이한 사회화의 시간이었다. 외향적인 남편 덕분에 손님은 많게는 15명까지 모였고, 나는 음식 준비로 바빠 성산이를 계속 신경 쓸 수 없었다. 오히려 그 덕분에 성산이도 긴장이 덜하지 않았을까 싶다. 손님들은 하나같이 성산이에게 호의적이었다. 이름을 불러주고, 웃으며 쓰다듬어 주니 좋은 경험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성산이는 프로 손님맞이 개가 되었다.








KakaoTalk_20250922_121529703_04.jpg
KakaoTalk_20250922_121529703_11.jpg
KakaoTalk_20250922_121529703_07.jpg
혼자만의 시간으로 에너지를 충전하는 중



물론 집들이가 끝나면 한껏 지쳐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에너지를 충전했다. 하지만 새로운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무엇보다 다행이었다. 그 뒤로 오는 손님들에게도 성산이는 적당히 쉬고 적당히 반기며 잘 지낸다. 성산이가 조금씩 낯선 사람과 마주하며 적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지켜보는 즐거움이 참 크다는 걸 깨닫는다. 11살에도 성산이는 매번 새로운 것을 배우고, 나 역시 그 과정을 지켜보며 배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