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고 나면 우리 회사 앞은 거미와 쥐며느리가 눈에 띄게 많아진다.
작은 거미는 자기 몸집보다 훨씬 큰 거미줄을 허공에 띄어놓는다. 거미집을 만들어야 움직일 수 있는 운명이라서 그럴까, 아니면 정말 사냥을 위한 생존 본능일까?
거미집은 궂은 비바람에 쉽게 무너지지만 작은 거미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거미줄을 친다. 거미는 자기의 인생을 시지푸스의 바위로 생각할까, 아니면 노인과 바다의 산티아고로 생각할까?
가는 거미줄 하나에 의존해 위태롭게 혹은 패기 있게 매달린 거미를 보니, 아직 내집마련도 못하고 사회 탓만 하고 있는 나 자신이 푸른 광장의 사북자리 끝에 서 있는 것처럼 위태롭게 느껴진다.
비가 내리고 나면 만날 수 있는 다른 친구는 쥐며느리이다. 어둡고 습한 곳을 좋아하는 쥐며느리는 거미와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좋은 익충이다.
땅 속 습한 곳에 있다가 날이 조금 풀려 옥상으로 나온 건지 쥐며느리는 자기 몸에 꼭 맞는 현무암 돌구멍을 찾아 몸을 뉘인다. 새 집이 마음에라도 들었던 걸까... 쥐며느리는 해가 뜨고 날이 개이면 자리를 비켜줘야 될 걸 알기에 더욱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지 모르겠다.
다시 어둡고 눅눅한 땅 밑이 본인의 공간임을 알기에 오늘의 외출이 누구보다 즐거웠기를 바란다.
나도 어느새 익숙한 내 자리로 돌아간다.
나는 거미줄에 걸린걸까, 아니면 내가 만든 작은 거미줄에서 무너질 걸 알면서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걸까.
쥐며느리처럼 다시 익숙한 내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