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홍승
멋진 사람에 둘러싸여 기 빨리고 온 날
멋진 사람에 둘러싸여 기 빨리고 온 날
비가 내리는 캄캄한 밤이었다
비가 내릴 줄 알았다
집에서 나올 땐 비가 안 왔고
우산 들기 귀찮아
우산을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
우산을 살 수 있었다
돈을 쓰기 싫어서 그냥 비를 맞았다
집으로 가는 버스노선이 있는
버스정류장을 찾아 걸었다
쉽게 버스정류장을 찾을 줄 알았는데
휴대폰의 지도앱은 맞지 않았고
택시를 탈 수 있었지만
역시 택시에 돈을 쓰기 싫었다
집으로 가는 버스노선이 있는
버스정류장이 없어서
모르는 동네를 헤매었다
지나가는 차들이
비를 맞고 헤매는
내 초라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부끄러웠다
얼른 집으로 가고 싶었다
겨우 집으로 가는 버스노선이 있는
버스정류장을 찾아
기다리다가 버스를 탔다
사람들이 붐비는 버스였다
그래도 빈 좌석이 두세 군데 보였다
두 좌석이 붙어있는 좌석에
한자리가 비어있었다
옆 이성에게 실례될 걸 무릅쓰고
빈 좌석에 앉았다
안경알이 뿌옇게 되어
안경을 벗어버렸다
안경 벗은 얼굴이 부끄러워
평소에 잘 안 벗는데
버스 안은 모르는 사람 투성이라
상관없어서 안경을 벗었다
완전히 젖어버린
초라한 내 신세를 한탄하고 있다 보니
내려야 할 버스정류장을 놓쳤다
할 수 없이 버스에서 내렸다
스스로에게 조금만 더 힘내자고 말했다
다행히 버스에서 내린 곳은
익숙한 동네다
아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
쉬고 싶었다
오늘은 씻고
겨우 빨래 돌리고 빨래 널고
공부는 오늘 접기로 하고
그냥 쉬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