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가장 젊은 날

& Happy New Year

by 마음의 온도

저는 지금,

성북구 하월곡동 북부간선도로 밑 작은 골목 2층 카페에 있습니다.

COFFEE BAY라고 아시죠?

스벅이나 투썸의 당당하게 어깨 쩍벌 간판이 아닌,

비주류의 어좁을 하고 소심하게 웃고 있는 카페 아니 커피숍입니다.

1층에 테이블 3개, 미니 2층에는 2인용 테이블이 4개. 숨어있기 좋은 다락방이네요.

앙고라 찐빵 모자를 쓴 아줌마 바리스타께서 "뭘로 드릴까요?" 물으시는데,

왠지 그녀의 전문일 커피를 주문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대국민 공개 발언으로 커피를 끊은 지 8개월 만에 커피를 마주합니다.

일방적으로 이별통보를 하고 떠난 애인의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은 듯,

아메리카노씨가 얼굴을 붉히며 히죽거리고 있네요. 자존심도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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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말부터 매주 수요일에는 이곳에 옵니다.

고사미 딸은 수시 6개와 우아한 안녕을 했고, 정시 준비를 하고 있고요.

영상제작과 예고를 다니고 있는 아이가 지원하는 대학은 영화 연출로 실기수업을 받으러 오고 있습니다.

매주 한예종 앞에 아이를 내려주지만, 적어도 올해는 이 학교와는 후문으로도 인연이 없어 보입니다.


한 시간 전 내부간선도로 위에서 힐끔거리며 과속하고 있는데,

차 안에서 과일을 먹다가 고개를 출렁이며 졸고 있는 아이를 보았지요.

그때 모범택시 5283 운전자가 뒤통수를 한대 빡- 치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 이거면 됐는데."





지난 12월 10일 휴재공지를 했더랬죠.

브런치의 '일진'으로 불리며 각방에 댓글 순위 싸움을 조장하고,

무지개파를 만들어 무리를 만들고,

한 번의 댓글로는 끝낼 수 없다며 대댓글로 대화방을 불 지르며 다녔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휴재공지를 올리고 댓글창도 닫았습니다. 매너 빵 개싸가지.

많은 분들이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를 다양한 창구로 전해주셨는데 마땅한 답을 못 드렸어요.



브런치에는 크게 나누어 두 부류의 작가 유형이 있습니다.

A형은 목적(목표)을 갖고 적극적으로 브런치를 활용하는 분들입니다.

여기서 목표는 공모전, 등단, 출간 등이 있겠고요.

목적은 이를 이루기 위한 디딤돌로 사용이나 구독자 활용을 통한 사업들이 있겠지요.

B형은 글 쓰기의 힘을 키우면서 소통의 장으로 브런치를 활용하는 분들입니다.

물론 이 분들도 목적, 목표가 있습니다.

현재 활동 특성과 의미 비중이 소통과 친분 유지에 할애가 높다는 것이죠.



올해 2월에 브런치를 시작하고 10개월 동안 브런치 생활을 했습니다.

처음 브런치를 시작했을 때는 10년 만에 다시 글을 쓰는 일이 재미있었어요.

20여 년 방송작가로 활동하면서 썼던 방송대본이나 광고카피는 정해진 주제에 정제된 문체를 사용하는 게 기본 사양이었습니다.

그런 제게 에세이를 쓰는 일은 새로운 도전이기도 했고, 새로운 감각을 깨워주기도 했습니다.

특히 퇴사로 인한 정신적인 분해는,

나를 정리하는 글쓰기로 제법 안정되게 조립이 되는 도움도 받았고요.


공모전에 출품을 한 건, 목적이나 목표가 아닌 일상의 최선이었습니다.

그래도 글을 쓰고 있는데 뭐라도 도전해야 하는 거 아닐까.

브런치 다른 작가님들도 다 하는데 빠지면 서운하지. 이런 분위기에 저도 휩쓸리듯 따라간 것이 맞습니다.

소가 뒷걸음치다가 쥐 잡돌이 판에 걸린 것입니다.


주변 분들이 출간에 대한 질문도 많이 주십니다.

브런치 많은 분들이 출간하시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저는 제 글이 책이 될 수 있을까. 무료 스크롤로 킬링타임은 괜찮겠지만 누가 돈을 주고 읽을까.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있었습니다.

책상 위에 쌓여있는 많은 책들을 손에 잡을 때마다 내가 쓴 글이 과연 이만한 무게가 될까.

이 생각은 아직도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슬기로운 브런치 생활보다는 즐거운 브런치 생활을 하던 중, 저는 모범택시 5283 운전수에게 한 대 맞습니다. 의외로 자주 맞는 편.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낙방 소식이죠. 기분이 되게 더럽 합디다.

물론 14,000여 명이 출품을 했고 그중 10명 당선이면 서울대가 경쟁률이 더 현실적이긴 했지만,

저는 낙방으로 인한 우울보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는 계기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 네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이냐. (금도끼냐 은도끼냐)

- 어디로 갈 것이냐. (서울쥐냐 시골쥐냐)

- 가다 보면 길이 보일 거라며 일단 갈 것이냐. (차라리 못 먹어도 고가 확실하겠다)


사실 연재 2개를 이어가면서 참으로 바빴습니다.

월화 글쓰기-수요일 발행-수목 글쓰기 금요일 오마이뉴스 발행-토일 자료조사 및 구상

거기에 고사미 따라다녀야죠, 무직자 전업주부이니 열심히 삼시세끼 만들어야죠.

이 모든 스케줄을 맞추면서 생각을 정리하기에는 무리라는 결론이었어요.

억지로라도 빨간 정지등을 켜야지, 계속 초록불로 달리는 것을 무리라는 생각이요.


지난 20일,

글쓰기는 정지신호였지만, 일상은 바쁜 초록불이었습니다.

고사미의 일상은 더 바빠졌고요. 비위 맞추느라 내시처럼 90도로 눼눼~ 도 바쁩니다.

브레이크 한번 제대로 밟아주어야겠다고 생각하셨는지,

지난주에는 오랜 병상생활을 하시던 시어머님이 돌아가셔서 상주 며느리로 초록불이 사이키 조명처럼 휙휙~ 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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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5년 12월 31일 마지막날.


일단은,

2026년 목표를 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26년 1월 할 일을 정하고 있습니다. 계획한 할 일을 다 하는 게 목표입니다.


"이 정도면 충분했다."


우연히 발을 디딘 브런치에서,

너무나 귀하고 소중한 인연들을 만난 것 만으로, 충분했다.


일을 했다면 결코 만나지 못했을 오늘처럼,

결과가 어찌 되든 가정에 충실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로또처럼 받았던 공모전 수상처럼,

이만하면 글을 써도 좋다~ 윤허를 받은 것만으로, 충분했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2025년 참 괜찮게 살았습니다. 이쯤이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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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쉬고 있는 빈 집에 오셔서,

지난 글들을 보시며 흔적을 남겨주신 새로운 구독자분들.

없는 거 알면서도 벨튀하며 인기척을 남겨주신 브런치 친구분들.

고맙습니다.


이번 주에는 종종 대며 발행하시는 글에 댓글로 연말 인사를 드리고 있었는데,

모든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인사드립니다.


2025년 너무 감사했습니다.

2026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원하시는 일은 꼭 이뤄내시길 응원하겠습니다.


우리 자신을 믿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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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 수업이 끝나갑니다.

이제 가방 싸고 시동 걸러 갑니다. 애기야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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