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수프

카페스톡홀름 이야기 - 부녀의 주말

by 전미연

가끔 아빠와 함께 오는 꼬마숙녀. 주말이면 아빠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는 듯했다.

긴 머리에 하얀 피부, 작은 눈을 가진 소녀는 앞니가 빠져 있었지만 어딘가 당당함이 느껴지는 친구였다.

소녀의 아빠는 잭존슨의 팬이다. 가게에서 우연히 잭존슨의 음악을 틀었다가 알게 된 사실이다.


"여름에는 잭존슨이죠"


그 후로 그는 카페에 올 때마다 노란 재킷의 잭존슨 앨범을 틀어 달라고 조심스럽게 부탁하곤 했다.


아빠는 아이와 이야기할 때면 뻔한 대답보다 아주 구체적으로 대답을 해주며 아이의 의견도 잊지 않고 묻는 멋진 아빠였다. 아이의 황당한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늘 진지 하게 대답해 주는 아빠에게 유머가 조금 있었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지만 곧 드는 생각은 내가 모르는 그 부녀만의 유머 코드가 분명히 있는 듯했다. 나는 여전히 알아채지 못하겠지만


외출을 하기엔 조금 더웠던 여름날. 한낮의 열기가 조금 가실 무렵 소녀가 아빠와 찾아왔다.

꼬마숙녀는 무언가 잔뜩 담긴 분홍색 보자기를 낑낑대며 들고 들어 왔다.

뒤에서 흐뭇하게 바라보던 아빠는


“강가에 다녀왔어요. “


라고 힌트를 주었지만 나는 도무지 짐작을 할 수 없었다.

꼬마 숙녀는 나를 불러 자기가 가져온 보자기를 펼쳐 보여줬다. 그 안에 든 건 둥글둥글한 크고 작은 돌멩이들과 딸려 들어온 모래들 이였다. 나는 그제야 왜 이 꼬마 숙녀의 양 볼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고, 잔머리가 땀에 흠뻑 젖어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언니 이건 제가 강가에서 주어온 돌이에요. 이걸로 수프를 끊여서 사람들에게 나눠 주세요 "


하며 나에게 돌들을 선물했다.

“응?”

귀여운 발상에 웃음이 나면서도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몰라 당황하고 있을 때 그녀가 손에 들고 있는 동화책이 보였다.


“돌멩이수프…….?

아하..!!”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그 소녀에게 나눠준다는 것이 어떤 의미 일까.

이곳까지 무거운 돌멩이들을 지고 오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모르긴 몰라도 기쁨이었으리란 생각이 든다.

값없이 내어 준다는 것은 요즘엔 동화책에 나올법한 이야기기에 소녀가 보여준 마음이 더 기특하고 놀랍기까지 했다.


커피를 내리고 있는 나에게 와서 그녀가 속삭이길


“언니 브라우니는 어때요? 브라우니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을 거예요.. (중얼중얼)


나는 요즘에 카페에서 메뉴로 쓰이고 있는 케이크종류를 말하고 있는 줄 알고 이 꼬마가 어린데도 이런 생각을 해주는구나 싶었는데 곧이어


“ 브라우니를 키우세요. 브라우니 맛있는 차를 잘 끓이고 지루하지 않도록 농담도 잘해 줄 거예요. 하지만 가끔 소동을 피울 수는 있어요 그렇지만 괜찮아요 브라우니는 청소도 잘하거든요


“응? 아.... “


난 그제야 그녀가 말하는 브라우니를 이해했다.


한바탕 그녀의 소개가 끝나고 엄마와 저녁을 함께 해야 한다며 돌아갔다.


사과 브라우니를 만드는 날, 소녀가 다시 찾아와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때 내가 키우는 맛있는 브라우니를 소개하면 분명 내게 미소를 보여 줄 테니


직접 정성을 들여 만든 것을 누군가와 나눈다는 것은 나눠본 사람만이 안다. 맛있게 된 브라우니를 조각내 어 작은 접시에 담아 반가운 사람에게 들고 갈 때, 브라우니를 보며 기뻐하는 모습을 그 짧은 순간에 상상하며 나 또한 설레게 된다.


그녀와 아빠가 떠나고 한참뒤, 무슨 영문인지 카페 테이블 밑에는 소녀의 신발 두 짝이 귀엽게 놓여 있는 있었다.


또 만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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