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하고 도약한다

by 얼그레이

대한항공이 타이어 교체 관계로 10분 후에 이륙한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누구든지, 뭐든지 준비할 기간이 필요하다. 무작정 해보는 spirit도 중요하다. 하지만 Practice makes perfect이라는 말이 있듯이, 조금 준비할 기간을 갖추고 시작을 한다면 느리지만 오래 가는 power, 동력을 낼 수도 있다.

내가 제주에 1주일이 채 안 되는 병결을 쓰는 것도 그런 것 같다. 나는 마음이 아프다. 의료 파업의 여파로, 또는 ‘내가 진짜 의사가 되고 싶었는가?’에 대한 골똘한 생각으로 나는 작년 여름부터 늦은 성장통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 성장통도 계속 되기는 어렵다. 우리는 결국 우리에게 주어진 단 한번 뿐인 삶을 잘 살아내야 하고, 나는 이 삶을 고맙게 재미있게, 그리고 의미 있게 살아보고 싶다. 근데 누구나 자기가 이 삶에 부여하는 의미가 조금씩은 다른 것 같다. 누구는 삶에서 최우선을 가족으로 삼고, 다른 누군가는 커리어를 중요시한다. 결국 그게 가치관이다. 타인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누구나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살면 되는 것 아닐까?

의전원에 있는 동안은 이 학생의사의 신분을 감사하게 여기고 최대한 배울 수 있는 만큼 배우고, 다른 동기들과도 잘 지내고 싶다. 필요할 때는 도움을 구하고, 누군가가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 도움을 주고 말이다.

“학생의사”라는 말은 참 oxymoron 또는 irony 같다. 학생인데 의사야(?). 아직 진짜 “찐” 의사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의학적 지식을 갖췄다는 의미, 배우겠다는 의지가 있는 “학생” 의사라는 말이다. OSCE 연습할 때 “안녕하세요, 학생의사 박지현입니다.”를 많이 말 했는데, 그럴 때마다 어색하기도 했다.

사실 나는 의대생/의전원생 identity가 그렇게 크지 않다고 생각해왔다. 근데 생각해보면 의사는 내 13살 때부터의 꿈인데, 본1 때 내가 생각했던 것이랑 좀 괴리가 커서 현타가 많이 왔다. 한편, 이런 건 있다. 동문회에 가서 의대생이라고 하면 잠깐 사람들의 시선을 좀 받기는 한다. 하지만 고작 그거 가지고 의대에 오고 싶다고 하는 건 큰 착각과 큰 힘듦을 경험할 것이다. 의사가 멋있는 건 맞지만, 그 멋있는 것 하나 가지고 의대에 오는 건 진짜 들어와서 힘들 것이다. 특히 본1,2 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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