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의 추억
이제는 방송부 사람들을 만나려고 하면 서로 시간을 맞춰야 한다. 우리가 사는 곳이 서울이 아니기 때문에 반차를 내고 온 선배도 있었고 동기도 유연근무를 신청해 한 시간 일찍 출근했다고 한다.
오랜만에 만나도 서로의 달라진 점 보단 그대로인 부분에 눈길이 간다. 드라마에서 동창회 씬에 나오는 "그대로네"라는 대사가 참 진부하다고 생각했는데. 우리는 그렇게 추억과 근황이 버무려진 뻔한 이야기들로 한참을 즐거워했다.
내 고등학교 생활은 말그대로 '방송부가 전부'였다. 친구들이 "너는 1학년 5반이 아니고 방송반인 것 같아."라고 할 정도로 방송부로 등교하고, 방송부를 거쳐 하교했다. 연말마다 열리는 방송제를 준비하려고 토요일에도 학교를 갔고, 다 같이 촬영하고 밤새 편집하며 그야말로 '청춘'의 시간을 보냈다.
처음엔 선후배가 돈독한 방송부 문화 자체가 마음에 들어 가벼운 마음으로 지원했다. 때문에 우리들 모두 각자 다른 꿈이 있었다. 나만 해도 교대를 목표로 공부하던 중이었으니까 우리들에게 방송부는 아무리 좋아도 동아리에 불과했다. 2학년이 되고 학업의 중요도가 높아지자 방송부 활동에 소홀히 하는 동기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나는 1학년 때의 좋은 기억들을 놓지 못했고, 결국 부장이 되어 방송부로 아이들을 결집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이때가 스스로 생각했을 때 가장 열심히, 자발적으로, 즐겁게 살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방송부는 추억의 한편으로 남았을 뿐 아니라 우리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았다. 나는 교대가 아닌 언론정보학과(구 신문방송학과)로 진학하게 되었고 이번에 만난 동기를 포함해 선후배 상당수가 방송과 관련된 진로를 선택하게 되었다.
감사한 기억이 가득한 방송부 이야기를 만화로 풀어보고 싶은데 시작이 어렵다. 오래간만에 시간을 맞춰 가까스로 만난 이번 방송부 모임처럼 언젠가 나의 고등학교 이야기도 풀어갈 수 있겠지?
instagram: reun_da(른다)
: 인스타에 먼저 업로드됩니다. 최근 브런치에 올리지 못한 이야기들을 올리느라 자주 업데이트되었는데 앞으로 이정도 빈도는 아닐 것 같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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