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은 한 몸으로 묶인 운명의 동반자입니다. 산에서, 바다에서, 길에서, 집에서, 언제 어디에서건 인간은 죽음과 만날 수 있습니다. 죽음은 가을의 낙엽처럼 서서히 다가오는 경우도 있지만, 봄꽃처럼 순식간에 들이닥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어떤 생명이건 죽음이라는 최후를 피해 도망갈 수 없습니다. ‘정치생명’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는 더디 죽고, 누구는 일찍 죽습니다. 누구는 오래 기억되고, 누구는 금방 잊혀집니다. 잊혀지기 싫다고 발버둥 치는 인간도 있고, 말로만 잊혀지고 싶다며 시늉만 하는 인간도 있습니다. 그래도 길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을 비롯해 윤보선, 최규하 대통령도 모두 사라지고 없습니다. 3김이라 불리던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모두 저세상으로 갔고, 군부독재로 기세등등했던 전두환을 비롯해 ‘보통 사람’ 노태우, ‘바보’ 노무현도 저세상으로 갔습니다. 결국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대통령도 저세상으로 갈 것이고, 윤석열 이재명 대통령 또한 죽음이라는 외길로 걸어가게 될 것입니다. 전직 국회의원을 지낸 노회찬, 정두언, 성완종은 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공천이나 선거에서 떨어지고 실의에 빠져 한순간에 유명을 달리한 정치인들도 있습니다.
모든 인간의 삶이 유한(有限)하듯, 정치인의 삶도 이렇듯 유한합니다. 초선의원을 지내고 두 번 다시 국회의원이 되지 못한 정치인, 줄곧 내리 9선을 지낸 정치인도 있습니다. 당선과 낙선을 반복하며 여의도를 드나들다 사라져간 정치인도 부지기수입니다. 그런데도 초선의원은 물론이고, 다선의원도 자신이 가진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정당의 패거리 싸움꾼을 자처하는가 하면, 분노에 기반한 파괴적 법안을 남발하는 정치인도 많습니다. 너도나도 좋은 학교 나와서 관료나 교수, 기업인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보여주는 정치력의 빈곤함은 국민을 절망케 합니다.
한 인간의 삶은, 무엇을 성취했느냐 보다, 어떻게 살아왔느냐가 중요하고 의미있습니다. 성공한 삶과 실패한 삶을 가르는 것은 결국 무슨 자리를 얼마나 차지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왔느냐로 판가름 납니다. 정치인의 삶이란 것도 다를 수 없습니다. 다선의원이 되어 상임위원장, 국회의장, 부의장이 되고, 당대표, 최고의원, 원내대표가 되어서도 제대로 된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치가는 없고 정치꾼만 있다는 비판이 일상적입니다. 그 이유는 우리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무엇이 되느냐에만 골몰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삶에서 그건 성취가 될지 모르겠지만, 국민의 성취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러자면 정치인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몇 가지만 당부하고 싶습니다.
첫째,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남녀가 사랑해서 결혼하지만, 따주겠다고 큰소리치던 별은 본래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존재했던 ‘별’은 상대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배려, 반성과 사랑뿐이었습니다. 그것이 근본이자 전부입니다.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된 사람들도 거창한 약속을 남발하고, 자신만이 국민을 위한 봉사자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4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후딱 지나갑니다. 지방선거 챙기고, 대통령선거 신경 쓰다 보면 4년이 금방 지나갑니다. 돌아서면 선거라는 말은 헛말이 아닙니다. 지역에 동사무소 새로 짓고, 다리 하나 놓는데도 긴 시간이 소요됩니다. 제대로 할 수 있는 일도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어찌보면 정치인의 시간은, 매일매일 더디고 고통스럽게 걸어가는 달팽이의 걸음걸이와 마찬가지 입니다. 다만, 쉼 없이 묵묵히 제대로 걸어간다면 4년의 노력을 아름답게 기억해주는 국민이 있을 것입니다.
둘째. 제발 공부 좀 합시다. 관심이 전공 분야에만 머물면 안 됩니다. 인간사는 아주 다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날마다 신문 5~10종은 읽어보세요. 정치면부터 시작해서 경제, 국방, 안보, 부동산, 복지 등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분야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고, 문제를 푸는 새로운 눈을 뜨게 될 것입니다. 책도 꾸준하게 읽어야 합니다. 대한민국 성인의 60%가 1년에 단 1권의 책도 안 읽는다고 합니다. 이것은 국가적 재앙입니다. 적어도 정치인이라면 다양한 분야의 책을 한 달에 최소 2~3권 정도라도 읽어야 합니다. 그래야 뇌가 썩지 않습니다. 물론 편식은 곤란합니다.
셋째. 항상 자기 자신에 대한 인격적 수양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합니다. 보좌진에게 함부로 대하지 말고, 상대 당 의원에 대해서도 선입견을 가지고 대하지 마세요. 상대를 탓하기 전에 나를 먼저 돌아보는 자세가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자면 자신의 잘못에 엄격하고, 끝없는 자기성찰 노력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죽습니다. 늘, 오늘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주변과 국민을 보살펴야 합니다. 자리 차지에만 눈멀지 말고, 한 인간으로서 존경받는 삶을 살아가는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항상 꿈꾸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정치인의 길을 반듯하게 걸어가려면 저세상으로 갈 필연적 운명이란 점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 운명에 밝게 눈을 뜨면, 결국 진짜 정치인으로 자란 그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거짓말을 반복하지 말고, 실수나 잘못에 대해 사과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합니다. 약삭빠른 술수나 잔꾀로 국민을 현혹하지 말아야 합니다. 국민의 눈이 다 먼 것이라 여겼지만 정작 자기의 눈만 멀어 있었다는, 소름 끼치는 사실을 직면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국가를 위한 담대한 꿈과 함께, 국민에 대한 두려움을 항상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진짜 정치인의 모습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