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感覺)

by 권태윤

한동안 감기를 심하게 앓자 미각이 제일 먼저 사라지고, 그 다음엔 후각이 사라졌습니다.

청각도 떨어지고 두통도 계속됐습니다.

아무런 맛도 느끼지 못하자 모든 음식을 먹는 행위에 즐거움이 사라졌습니다.

아무런 냄새도 맡지 못하자 악취를 몰라 좋지만 좋은 냄새를 모르니 답답하긴 매 한가지입니다.


온 몸이 감기와 싸우느라 감각의 수비병들까지 전투에 동원되자 몸 곳곳에 빈틈이 생깁니다.

감각은 생명의 파수꾼,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재미를 주는 행복담당 일꾼같습니다.

온 몸에 고루 퍼져 있는 감각의 파수꾼들이 태업을 한다면,

우리는 숱한 외부의 공격에 무방비로 당할 것입니다.


마음에도 감각이 있습니다.

도덕적이고 양심적인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쉽게 타락하지 않습니다.

젊은이들은 사랑, 분노, 좌절 따위의 감각이 예민합니다.

나이가 들면 고통, 분노의 감각도 점차 힘을 잃습니다.

마음에 감기가 들면, 감각의 파수꾼들과 함께 마음도 심하게 다칩니다.


좋은 냄새를 맡고, 맛이 좋은 음식을 먹는 일이 행복의 많은 부분이니

몸을 다듬고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듯,

마음도 항상 다독이고 보살피며 살아야 인생이 행복합니다.

모든 것이 생명이 주는 감각의 형벌이자 축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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