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1글 #4
우리는 불광근린공원 초입에 서있다. 길은 셋으로 나뉜다. 은평구립도서관으로 가는 길, 불광역으로 가는 길, 독바위역으로 가는 길. 서울은 지하철의 도시답구나, 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두 길은 지하철역으로 곧장 이어진다. 길 하나는 근린공원을 가로질러 가면 있는 은평구립도서관을 가리킨다. 친절하게도, 목적지가 얼마나 남았는지 우리에게 알려주는 표지판이 보인다. 정량적인 크기로 알려준다. 230m, 340m, 910m. 표지판은 우리가 비록 처음 이 공원의 초입에 섰지만, 그 어떤 두려움도 가지지 않게 도와준다. 넌, 그만큼만 걸으면 너가 원하는 곳에 닿을거야.
그 사이로 "화가&조형가의 길"이 보인다. 무슨 길일까. 화가, 조형가였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는 길일까. 그들의 작품이 자연과 어우러져 있는 길일까. 혹은 그런 예술인들을 위한 영감을 주는 길들인 걸까. 저 길의 끝에 도달해야 비로소 화가&조형가의 길이라는 길이 나온다는 말일까.
별로 사람들에게 인기가 없을 것 같은 이 길은 그나마도 얼마가 남았다는 표지조차 없다. 이 방향이 정체를 알 수 없는 길이 향하는 방향이라는 것만을 우리에게 일러준다. 중간에 길을 잃으면? 글쎄 원래부터 표지판은 확정적으로 말해준 것이 없었으니, 우리가 무리하게 따지려 들면 아마 표지판은 발뺌할 것이 뻔하다. "난 방향이 여기라는 것만 알 뿐이다, 조금 더 가면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할 게다.
심지어 표지판은 이렇게 얘기할지도 모른다. "화가&조형가의 길은 아무도 모르는 길이라 그 어느 곳도 길이다. 그래서 불광역으로 가는 길이 제일 기니까, 그 길이 아닐까 해서 써놨을 뿐이다." 사실 <게르니카>를 누가 그렸느냐는 나치 군인의 질문에 "당신들이 그렸다"고 한 피카소와 "낮보다 밤의 색채가 더 살아있고 풍부하다"고 느껴서 밀짚모자 위에 초를 올려놓고 그림을 그렸다던 반 고흐가 걸어간 길이 같았을까.
화가&조형가의 길은 어떤 길일까. 얼마나 더 걸어야 나올지 모르는 길을 걸어가는 사람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저 길 끝에 무엇이 있는지, 끝이 있는지 모르는 길을 가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 마음들이 다 같은 마음일까. 그 길이 다 같은 길일까.
- 지음 피드백 (같은 주제로 같이 쓴 지음의 글 링크 https://brunch.co.kr/@cinemansu12/7)
넌 그만큼 걸으면~ 이 문장이 작은새의 감성을 보여주는 부분 같다. 무슨 감성이라고 명명하기에는 어렵지만 그런듯하다.
중간에 길을 잃으면? 글쎄~ 이 문장 역시!
글의 무게에 비해서 <게르니카>라는 그림이 갖고 있는 느낌이 크고 무거워 조금은 이질적인 것 같다.
마지막 문단은 운율감이 느껴진다. 작은새에게 글의 운율을 맞추는 식으로 글을 통해 리듬감을 줌은 어떤 의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