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by 드타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 원하는 삶을 좇으며 살아간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불편한 것은 피하고, 가능한 한 고통 없이 살기를 바란다. 어쩌면 그 삶은 편안하고 만족스러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런 삶이 과연 ‘진짜 행복’에 닿아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원하는 것만 선택하고, 싫은 것은 피해 다니는 삶이 순간적인 만족은 줄 수 있어도, 깊은 기쁨이나 충만함까지 안겨주지는 못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온 시간들을 돌아보면,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은 대부분 가족과의 정서적 교감 속에 있었다.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대단한 성취를 이룬 날도 아니다. 그냥 서로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을 때, 솔직한 감정을 나누었을 때, 그동안 쌓였던 오해가 풀렸을 때였다. 그 순간들은 겉으로 보면 아주 평범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 오래 남는다.


가족이라는 관계는 참 특이하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면서 동시에 가장 많이 싸우는 관계이기도 하다. 서로에게 기대하는 것이 많고, 쉽게 상처받고, 또 쉽게 화를 낸다. 말 한마디에 마음이 상하고, 사소한 행동에 서운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가족과의 다툼은 때로는 연인이나 친구보다 더 거칠고 날 것 같다. 감정이 그대로 튀어나오고, 포장 없이 부딪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쉽게 헤어지지 않는다. 친구나 연인 관계였다면 이미 끝났을 상황에서도, 가족이라는 이유로 관계를 유지한다. 싫다고 도망치지도 못하고, 완전히 끊어내지도 못한다.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힘들고, 그래서 더 아프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지점에서 친밀감이 깊어진다고 느낀다. 계속 부딪히고, 상처받고, 다시 화해하면서 우리는 서로를 조금씩 더 알아간다. 어디까지가 상대가 견딜 수 있는 선인지, 어떤 말이 상처가 되는지, 어떤 순간에 위로가 필요한지 몸으로 배우게 된다. 그렇게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게 되고, 다름을 인정하게 된다. 그 과정 자체가 친밀함을 만든다.


특히 대화를 통해 갈등을 풀어냈을 때, 그때의 교감은 더 깊다. 감정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순간들. 꼭 완벽한 합의에 도달하지 않아도 괜찮다. 서로의 생각을 알게 되고, “아, 너는 그렇게 느꼈구나” 하고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거리가 좁혀진다. 그때 느껴지는 정서적 연결감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단순한 기쁨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나는 이런 경험들이 진짜 행복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편안함 속에서 느끼는 만족과는 다른 종류의 감정이다. 노력하고, 부딪히고, 감정을 나눈 끝에 얻는 충만함. 쉽게 얻어지지 않기 때문에 더 값지고,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편하게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들 말한다. 워라밸, 스트레스 없는 직장, 적당히 벌고 적당히 사는 삶. 물론 그것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누구나 지치지 않고 오래 살아가려면 휴식과 여유가 필요하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힘들고 어려운 일을 계속하면서 배우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고 느낀다. 처음에는 버거워서 도망치고 싶고, 왜 굳이 이런 고생을 해야 하나 싶을 때도 많다. 몸도 힘들고, 마음도 지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을 지나고 나면, 이전의 나와는 조금 달라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어려운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해 본 경험, 버티기 힘든 순간을 견뎌낸 기억, 스스로 한계를 넘었다고 느끼는 순간들. 이런 것들이 쌓이면서 자신에 대한 신뢰가 생긴다. “나는 생각보다 강하구나.” “이 정도는 또 해낼 수 있겠구나.” 이런 믿음이 마음속에 자리 잡는다. 그리고 그 믿음이 삶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든다.


나는 어려움 속에 행복의 씨앗이 숨어 있다고 생각한다. 당장은 고통스럽고 힘들어서 느끼지 못할 뿐,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힘들었던 순간들이 결국 나를 성장시켰다는 것을 알게 될 때, 그때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기쁨이 아니다. 스스로에 대한 존중과 만족, 그리고 삶에 대한 깊은 감사에 가깝다.


결국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편안함’이 아니라 ‘깊이’에 더 가깝다. 쉽게 얻어지는 즐거움보다, 시간을 들여 쌓아 올린 감정들. 가족과의 갈등 속에서 생겨난 이해, 일터에서의 고생 끝에 얻은 성취감, 그런 것들이 삶을 더 진하게 만든다.


사람마다 행복의 기준은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조용한 일상에서 만족을 느끼고, 누군가는 끊임없는 도전 속에서 살아 있음을 느낀다. 정답은 없다. 다만 나는 적어도 내 삶에서는, 상처받고 부딪히고 고민했던 순간들이 결국 가장 깊은 행복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앞으로도 나는 편안함만 좇기보다는, 때로는 불편하고 힘든 길을 선택할 것 같다. 가족과도 계속 부딪히고, 일에서도 어려운 선택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분명 또 상처받고, 흔들리고, 후회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과정 속에서 더 많이 느끼고, 더 많이 배우며, 더 깊이 살아가고 싶다.


어쩌면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진짜 행복’ 일지도 모른다. 쉽게 얻어지지 않아서, 그래서 더 소중한 감정. 그렇게 한 겹 한 겹 쌓아 올린 삶의 밀도가, 결국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들어 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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