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분명 예전보다 많아졌다.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고, 가고 싶은 곳을 찾아갈 수 있고, 배우고 싶은 것을 언제든 접할 수 있다.
정보는 넘치고, 기회는 넓어졌고, 표현의 방식도 다양해졌다. 과거에 비하면 지금은 분명 더 많은 선택지가 열린 시대다. 겉으로만 보면 사람들은 이전보다 훨씬 더 쉽게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어 보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힘들게 산다. 아니, 어쩌면 더 힘들게 살아간다.
부족해서 힘든 것만은 아니다.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뒤에도 사람들은 계속 불안해하고, 초조해하고, 스스로를 초라하게 느낀다.
왜 그럴까.
나는 그 이유 중 하나가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마음이 어느 순간 비교로 바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인간은 더 나은 삶을 원한다. 그것 자체는 잘못이 아니다. 더 편하게 살고 싶고, 더 인정받고 싶고, 더 좋은 환경에서 살고 싶은 마음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문제는 그 욕망이 자신의 기준에서 출발하지 않고, 타인의 삶을 기준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때 생긴다.
나에게 필요한 삶이 아니라,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삶을 향해 달리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사람은 쉽게 흔들린다.
예전에도 비교는 있었다. 동네 사람과 비교했고, 친구와 비교했고, 가까운 누군가와 비교했다.
하지만 지금의 비교는 차원이 다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씩 타인의 삶을 본다. SNS를 열면 누군가는 여행 중이고, 누군가는 성공했고, 누군가는 사랑받고 있고, 누군가는 자기 관리를 완벽하게 해내는 것처럼 보인다. 매체는 가장 화려한 순간만 잘라 보여주고, 사람들은 자기 삶의 결과물만 진열한다. 그 안에는 과정도, 실패도, 불안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보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착각하게 된다.
‘왜 나만 이 모양이지?’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비교는 단순히 부러움에서 끝나지 않는다. 반복되면 박탈감이 된다. 박탈감은 사람을 조용히 갉아먹는다. 내가 실제로 잃은 것이 없어도, 남이 가진 것을 계속 보다 보면 내가 빼앗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 삶에 분명히 있는 것들은 보이지 않고, 내게 없는 것들만 확대된다. 그렇게 되면 감사는 사라지고 결핍만 남는다. 지금 내 손에 쥐어진 것의 가치보다, 내 손에 없는 것의 크기가 더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은 부족해서만 화가 나는 것이 아니다. 상대적 결핍 때문에 더 쉽게 무너진다. 예전 같으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던 삶도, 비교의 기준이 높아진 사회에서는 초라하게 느껴진다. 남의 속도에 맞추다 보니 내 호흡은 잃어버리고, 남의 기준에 맞추다 보니 내 기준은 흐려진다. 사회 전체가 조금씩 그렇게 흘러가면, 가진 것에 대한 감사보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분노가 더 강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가 딱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감사하다고 해서 현실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감사만 하며 살면 된다는 말은 너무 가볍다. 사람은 현실을 살아야 하고, 현실에는 돈도 필요하고, 기회도 필요하고, 노력도 필요하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애쓰는 일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중요한 건 노력의 방향이다. 남을 이기기 위한 삶인지, 나를 지키기 위한 삶인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성장인지, 정말 내가 필요로 하는 성장인지.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나는 감사가 거창한 태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감사는 마음속으로 세상을 다 이해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내 삶을 있는 그대로 한 번 보는 일에 가깝다. 내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것들이 사실은 누군가에게는 너무 간절한 것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태도다.
예를 들어 깨끗한 물을 마시는 일. 우리는 목이 마르면 물을 틀고, 사 마시고, 별생각 없이 넘긴다. 하지만 전 세계에는 여전히 안전한 식수에 안정적으로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너무도 평범하게 여기는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바람이자 생존의 문제일 수 있다. 이 사실을 안다고 해서 내 인생의 어려움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다만, 내 삶을 바라보는 눈은 분명 달라진다.
감사는 포기와 다르다.
감사는 현실을 미화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감사는 삶을 버티게 하는 가장 현실적인 감각에 가깝다.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자기 삶을 쉽게 함부로 여기지 않는다. 지금 가진 것이 얼마나 완벽한지 따지는 대신, 그것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도 안다. 그래서 더 조심하게 되고, 더 단단해진다.
반대로 비교에 잠식된 사람은 늘 밖을 본다. 남이 가진 것을 보고 흔들리고, 남이 누리는 것을 보고 조급해지고, 결국 자기 삶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 비교는 사람을 움직이게 만들 수는 있어도, 오래 버티게 만들지는 못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균형인 것 같다.
가진 것에 감사하되, 멈추지 않는 것.
더 나은 것을 원하되, 자신을 잃지 않는 것.
노력하되, 비교에 먹히지 않는 것.
우리는 대부분 특별한 순간보다 평범한 날들을 더 오래 산다. 그래서 삶을 지탱하는 힘도 거창한 성공보다 사소한 감각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오늘 무사히 하루를 마친 것, 내 몸이 크게 아프지 않은 것, 마음 붙일 사람이 있는 것, 밥을 먹고 쉬어갈 공간이 있는 것. 이런 것들은 너무 흔해서 쉽게 잊히지만, 사실은 삶의 바닥을 받쳐주는 것들이다. 바닥이 무너지면 그 위에 어떤 성공도 오래 서 있기 어렵다.
세상은 앞으로도 계속 더 빠르게 변할 것이다. 비교할 대상은 더 많아지고, 욕망은 더 정교해질 것이고, 사람들은 더 쉽게 흔들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필요한 건 내 삶의 기준을 세우는 일이다.
나는 무엇을 원하고, 무엇까지는 원하지 않는지.
어떤 삶은 부럽지만, 어떤 삶은 내 것이 아닌지.
무엇을 얻기 위해서도 잃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이 기준이 없는 사람은 늘 남의 방향으로 끌려간다.
행복은 생각보다 대단한 데 있지 않을 수도 있다.
누구보다 앞서는 삶, 누구보다 화려한 삶, 누구보다 많이 가진 삶만이 행복의 답은 아니다. 오히려 내가 가진 것을 알고, 내가 원하는 것을 알고, 그 사이에서 나를 잃지 않는 사람이 조금 더 오래 버틴다. 그리고 결국 그런 사람이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는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진 것에 감사하자.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는 말자.
얻기 위해 노력하되, 남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깎아내리지 말자.
무엇보다 이 시끄러운 시대 속에서 끝까지 나를 지키며 살아가자.